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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칭] 이혼도 추억이 될 수 있을까? 결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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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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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의 나는 내 재미를 구할 뿐] ‘이 정도면 이혼 판타지 아냐?’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처음 든 생각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억은 새롭게 쓰여지게 마련이다. <결혼 이야기>의 연출과 극본을 맡은 노아 바움백은 특히 자기 경험을 길어 올려 영화화하는 것이 특기인 감독이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부모의 이혼을 그린 데뷔작 <오징어와 고래>, 백인 중산층 20대의 방황을 유머러스하게 담은 <프란시스 하>,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30대 커플을 다룬 <위아영> 등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생애주기별 뉴요커의 삶이 보인다. 이번에 (제목은 <결혼이야기>지만) 이혼 이야기를 한다고 했을 때 더 궁금했던 건 그래서다. 아무래도 노아 바움백 감독과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와의 2013년 이혼 경험이 녹아들 수 밖에 없을 테니까.

뉴요커의 사랑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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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 이야기>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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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니콜(스칼렛 요한슨), 찰리(아담 드라이버) 그리고 아들 헨리는 ‘뉴욕 패밀리’다. 할리우드 배우 엄마를 둔, 그 역시 주목 받는 10대 아역 배우 출신 니콜은 천재 연극 연출가 찰리에게 첫 눈에 반한다. 고향 LA를 떠나 찰리의 활동무대인 뉴욕에서 가족을 이룬 니콜. 10년 가까이 아내이자 뮤즈로서 적극 서포트한 덕분에 찰리의 연극은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로 진출, 찰리는 커리어 피크를 맞이하는 중이다.

누가 봐도 니콜은 제니퍼 제이슨 리, 찰리는 노아 바움백이다. 쿨한 뉴요커답게 노아 바움백 감독은 어느 누구도 악당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악당은커녕 둘 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재결합을 바라게 만든다. 그런 뉴요커 커플일지라도 이혼은, 특히나 아이가 있는 부부의 이혼은 절대 쿨할 수 없다.

정상과 미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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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 이야기>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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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니콜과 찰리가 서로 어떤 점을 사랑하는지 줄줄 읊으며 시작되지만 둘은 이혼 조종기간 중이다. 집으로 가는 전철에서도 따로 앉을 만큼 사이가 멀어진 건 왜일까? 정확한 이혼 사유는 니콜이 이혼 전문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가서야 비로소 밝혀진다. 한국 어르신들이 볼 때 “저런 걸로 이혼하면 남아나는 집이 없겠네!” 할 수도 있다. 스칼렛 요한슨은 연극 무대 같은 원 테이크 씬에서 더 이상 자아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여성을 놀라운 연기로 설득시킨다. 말 많은 백인 남성 슈퍼 히어로들 틈 과묵한 ‘블랙 위도우’가 꽉 낀 수트에 억눌러온 연기력을 폭발시키는 듯한 장면이다.

유능한 변호사 노라(로라 던)는 혼란스러운 니콜 대신 칼 같이 상황을 정리하고 이혼과 양육권을 위한 내러티브를 재구성한다. 여기서의 교훈. 니콜이 자신을 작아지게 만드는 결혼을 참지 않고 이혼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연기를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일이란, 돈이란 얼마나 중요한지!

뉴욕과 LA만큼 멀어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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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 이야기>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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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반부가 니콜에게 할애된다면 공평하게 후반부는 찰리에게 집중한다. 니콜이 아들을 데리고 LA로 가버렸고 양육권을 두고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것도 LA기 때문에 찰리는 그제야 LA에 거처를 구한다. 자기 예술과 동료, 무대, 집이 있는 뉴욕은 그 자체로 찰리였다. 결혼을 하고 배우자가 생기고도 바뀌지 않았던 찰리의 삶은 니콜이란 그림자가 떠나버렸을 때 비로소 달라지기 시작한다.

변호사 없는 이혼을 주장하던 찰리 역시 진흙탕에서 대신 싸워 줄 마초 변호사 제이(레이 리오타)를 고용하면서 쿨함은 급격히 바닥을 드러낸다. 이혼의 의미를, 니콜의 결정을, 아들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경쟁심에 불타는 찰리. 그런 그가 영화 말리 뉴욕 바에서 쓸쓸하게 ‘Being Alive’를 열창하는 장면에 이르면 관객은 어느새 찰리에게 마음이 기울게 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아내의 재능을 가스라이팅하고 아내 몰래 동료와 바람까지 피운) 예술가의 미숙함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양 쪽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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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 이야기>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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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바움백 감독이 노린 게 이게 아닐까? <결혼이야기>는 2013년 제니퍼 제이슨 리와 이혼하기 전부터 그레타 거윅과 바람을 피웠다는 세간의 가십에 대한 가장 뉴요커스러운 답변 같다. 거기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경험을 섬세하게 다루다 보니 지금까지 그의 영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완성해 버렸다.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의 대표작도 바꿔 놓았다. 얼마 전 그레타 거윅은 노아 바움백 감독의 아들을 출산했다. 이혼의 아픔도 개인적 성취로 승화시킨 이 재능 많고 복 많은 영화 감독이 좀 얄미운 건 어쩔 수 없다. 제니퍼 제이슨 리 버전의 ‘결혼이야기’도 스크린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글 by 김진아. 울프소셜클럽 대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책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를 썼다.


제목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 2019)출연 스칼렛 요한슨, 애덤 드라이버, 로라 던, 알란 알다, 레이 리요타연출 노아 바움백등급 15세관람가평점 로튼토마토 98% IMDb 8.3 에디터 꿀잼


예고편

결혼 이야기 감상하기(넷플릭스)

와칭(watc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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