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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헬기 고장·노후화 심해지는데…군은 ‘속수무책’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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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UH-60 수송헬기 편대가 착륙을 위해 지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군과 해군 작전을 지원하는 헬기 전력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형 헬기를 도입하거나 기존 헬기를 개량하는 사업을 군 당국이 당초 일정대로 진행하지 못하면서 일선 부대의 불만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일부 기종은 고장으로 운항이 중지됐고, 노후 기종은 대체 헬기 도입이 이뤄지기도 전에 일선에서 물러났다. 개발중인 헬기는 도입 규모 축소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총체적 위기 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이상 진동’ 수리온 운항 재개됐지만…

국산 수리온 헬기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4일 오후 5시50분쯤 육군 수리온 헬기 1대가 강원 양구군 일대에서 비행 도중 원인 미상의 진동이 포착돼 군 비행장에 예방착륙했다. 육군은 당일 오후 9시 해당 기종에 운항 중지 명령을 내렸다.

사고 직후 육군은 조사를 통해 주회전날개 4개 중 1개에서 충격흡수장치(댐퍼)의 고정볼트가 풀려서 진동이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보완조치를 거쳐 11일부터 확인이 완료된 헬기부터 순차적으로 운항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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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선 부대에서는 수리온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이번 사고는 자칫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과거에도 수차례 문제가 일어난 기종이라 비행 도중 사고가 또다시 발생할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수리온은 2012년 전력화 이후 결함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5년 1월과 2월 수리온 12호기와 2호기가 엔진과속 후 정지 현상으로 비상착륙했고, 같은해 12월 수리온 4호기가 같은 현상으로 추락했다. 2014년 8월 수리온 16호기가 프로펠러와 동체 상부 전선절단기의 충돌로 엔진이 정지했다.

2013년 2월~2016년 1월까지 다섯 차례의 윈드실드(방풍막) 파손이 보고됐고, 기체가 진동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프레임에 금이 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에는 수리온을 개조한 마린온 상륙기동헬기가 추락하면서 90여대가 상당 기간 비행이 정지됐다.

이같은 결함 논란 속에서도 수리온은 육군 항공전력이 수행해야 할 임무 중 상당 부분을 떠맡아왔다. 그런데 지난달 이상 진동으로 수리온 운항이 중지되자 또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군 소식통은 “휴전선 등 격오지 부대에 대한 겨울철 물자 수송 소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수리온 운항이 중지되자 UH-60 수송헬기에 임무가 집중되면서 과부하가 심해졌다”며 “일선 부대에서는 ‘이러다 UH-60도 문제가 터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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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AW-159 해상작전헬기가 성능시험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군에서도 지난달 23일 AW-159 해상작전헬기 1대가 초계 도중 원인 미상의 진동이 발생해 예방착륙했다. 해군은 사고 당일 해당 기종에 대한 비행중지 명령을 내리고 제작사인 유럽 레오나르도와 함께 원인 규명에 나섰다. 현재로서는 회전날개와 구동축 사이에 설치된 충격흡수장치 이상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북한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해군이 2016년 도입한 AW-159는 방위사업청이 1조원을 들여 추진중인 해상작전헬기 2차 도입 사업 후보 기종이기도 하다.

◆문제 없는 기종 찾기가 더 힘들다

수리온 외에 다른 기종들도 문제가 심각하다. 헬기 조종사 양성에 쓰이는 육군 500MD는 1976년에 도입돼 노후화가 심해지고 있으나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된 상태다.

군 당국은 2012년부터 육군 500MD와 해군 SA-316 훈련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1700억원을 들여 41대의 신형 헬기를 도입하는 기초비행훈련용 헬기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8년 4월 1차 입찰이 유찰된데 이어 지난 10월 진행된 2차 입찰에서도 기종을 선정하지 못하는 등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이는 사업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0년도 국방예산안에 관련 사업비로 약 366억원이 편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대부분 삭감되고 1억5000만원만 남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조종사 훈련효과 저하와 안전 문제를 우려한 일선 부대에서 조속한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해군은 훈련용으로 쓰던 알루에트(ALT)-Ⅲ 헬기를 지난 3일 퇴역시켰다. 1977년 해상작전용으로 도입된 알루에트-Ⅲ는 2007년부터 조종사 훈련 용도로 전환돼 220여명의 조종사를 배출했다. 하지만 운용기간이 길어지면서 노후화와 부품 수급 등의 문제가 발생해 일선에서 물러났다.

문제는 알루에트-Ⅲ를 대체하고자 육군과 함께 추진한 기초비행훈련용 헬기 사업이 지연되면서 후속 기종 도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데 있다. 해군은 UH-1으로 훈련을 실시하면서 육군, 공군 위탁교육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1960년대에 만들어진 UH-1으로 최신 해상작전헬기를 다룰 조종사를 양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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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알루에트(ALT)-Ⅲ 헬기가 퇴역을 앞두고 마지막 비행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해상작전헬기 조종사 양성 소요가 크지 않다고 해도 대당 수백억원에 달하는 해상작전헬기를 운용하는 조종사의 훈련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1988~1998년과 2014년 도입된 CH-47D 대형 수송헬기도 노후화에 따른 부품 공급 문제 등으로 운용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제작사인 보잉은 CH-47D 부품 생산을 중단하고, 최신형인 CH-47F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미 육군을 포함해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국가들도 CH-47F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 군도 8200억여원을 들여 CH-47D 성능개량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사업 규모와 타당성 등의 문제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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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CH-47D 대형 수송헬기가 전방부대에서 겨울철 물자를 수송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사시 특임여단을 태우고 대북 침투작전 등에 투입될 대형 수송헬기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이 늦어지자 군 내부에서는 “걸어서 휴전선을 돌파하라는 얘기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1990년대에 생산된 UH-60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미국 업체에서는 UH-60에 디지털계기판과 첨단항전장비 등을 탑재하는 방식의 개량을 한국에 제안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특임여단이 사용할 30~40여대만 개량하고 나머지 100대 안팎의 UH-60은 수리온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부대에서 UH-60 성능개량을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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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 개막식에서 소형무장헬기(LAH)가 시범비행을 펼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KAI가 2022년 완료를 목표로 개발중인 소형무장헬기(LAH)는 생산규모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육군이 현재 운용중인 미국 보잉 AH-64E 공격헬기 36대에 추가로 36대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다. AH-64E 추가 구매가 현실화되면 LAH 도입 규모는 210여대에서 140여대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생산 규모가 축소되면 단가 상승 등의 문제를 불러일으켜 사업 추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약 700대의 헬기를 보유한 세계 6대 헬기 보유국이다. 산이 많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서 헬기 전력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군이 워리어 플랫폼, 드론봇(드론+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골몰하는 동안 장병들의 손발 역할을 해야 할 헬기 전력의 부실 문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을 군이 명심해야 할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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