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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오른발 떼고 서울~속초···자율주행 테슬라의 '아찔'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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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가 아닌 테슬라가 8할 운전

중앙일보

테슬라 모델X. [사진 테슬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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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부터 1박2일 간 테슬라 전기차 SUV '모델 X'를 타고 서울~속초를 왕복했다. 테슬라가 자랑하는 자율주행 시스템 '오토 파일럿'은 압권이었다. 그 간 첨단 기능을 탑재한 국산·수입차를 시승하며 짬짬이 레벨 2.5 수준의 '반자율 주행'을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오른발을 완전히 떼놓고 가기는 처음이었다. 속초까지 약 200km 구간 중 8할은 테슬라가 운전자였다.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에서 오른발의 해방은 곧 오른손의 해찰을 불렀다. 음료를 마시거나 간식을 찾는 빈도가 줄었으며,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음악을 골라 듣는 등 운전 외 잡념과 소일거리가 늘었다. 무심결에 두 손이 모두 스티어링 휠(운전대)에서 떨어져 "운전대를 잡으라"는 메시지를 수시로 들어야만 했다. 편리했지만, '과연 이것이 운전의 즐거움인가' 의구심도 들었다. 드라이빙 패턴은 얌전해졌다. 1·2차선을 오가는 추월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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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X의 '팔콘 윙.' 뒷좌석 문이 독소리 날개처럼 펼쳐진다. [사진 테슬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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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8시, 서울 부암동에서 차를 주차하고 내비게이션으로 속초의 숙소를 검색하니 "목적지까지 거리 200km, 예상 전기 소모량은 "40%"로 나왔다. 모델X의 최대 주행 거리는 400km 이상이다. 출발 전 배터리는 "85%" 남아 있어 속초까지 편도 운행은 충분했다. 이어 목적지 근방의 테슬라 수퍼차저(급속 충전)를 찾았다. 숙소에서 약 10km 떨어진 롯데리조트 속초에 4대의 충전기가 있으며, "1대가 충전 중"이라고 알려줬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시승 전 "목적지까지 거리와 충전소 위치 등을 미리 체크하는 게 좋다"고 했다. 테슬라 수퍼차저는 전국에 26개(12월 기준)가 있다.

부암동을 나와 내부·외곽 순환도로를 거쳐 서울·양양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오토파일럿'을 작동했다. 테슬라는 스티어링 휠 왼편, 방향등(깜박이) 레버 바로 아래에 '오토파일럿' 레버가 하나 더 있다. 레버를 운전자 쪽으로 오토파일럿을 실행됐다.

레버를 이용해 차량의 속도를 손쉽게 제어할 수도 있다. '깜빡이' 켜듯 레버를 시계 방향으로 한 단계 올리면 최고 제한속도가 5km/h 씩 올라가고, 반대로 아래쪽으로 한 단계 내리면 5km씩 떨어진다. 시속 '100km 제한' 고속도로에서 달리다 '80km 제한'으로 들어서면 레버를 4칸을 내리면 되는 셈이다. 오른발이 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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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X의 오토파일럿을 수행하는 카메라와 울라쇡 센서, 레이더. [사진 테슬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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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오토파일럿은 1·2차선 변경을 자연스럽게 수행했다. 전방 8개의 카메라와 12개의 울트라소닉 센서, 레이더를 이용해 전후방 차량의 거리와 속도 등을 제어해 급제동이나 머뭇거림 없이 부드럽게 차선을 바꿨다. 차선 변경은 운전자가 깜빡이를 켜면 실행된다. 정체 구간, 터널에서도 오토 파일럿은 무난했다. 속도를 줄이고 전후방 차량 움직임에 따라 가다 서다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운전석·뒷좌석서 자는 가족이 미동도 하지 않을 만큼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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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구간에서 아찔한 순간.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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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고속도로 공사 구간을 만나 1·2차선에 있던 차량이 2차선으로 한데 섞이는 지점에서였다.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1차선에서 2차선으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하던 중 바로 앞 차량이 2차선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1차선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앞에 다른 차가 막고 서 있을 때는 '정체 구간'으로 인식해 속도를 줄였지만, 앞이 뚫리자 '해소'로 인식하고 앞으로 간듯했다. 물론 1차선엔 플라스틱 꼬깔콘 모양의 라바콘이 버티고 서 있었지만, 차선 한중간에 있어 이를 인식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시간여의 오토파일럿 주행 중 뜨끔했던 순간은 이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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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조트 속초의 테슬러 전용 슈퍼차저.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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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오전, 롯데리조트 속초에서 충전하던 중 테슬라 소유주를 만났다. 권모 씨는 지난 9월 SUV 모델X를 구매한 후 3개월 후에 다시 보급형 모델3를 한대 더 구매한 테슬라 매니어였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허리 디스크가 있어 오토 파일럿 기능이 뛰어나다는 모델 X를 구매했는데, 기대 이상의 만족도가 있어 한 대 더 구매했다. 모델 X는 '차박(차를 이용한 야영)'에도 좋다. 둘 중 어느 것을 '세컨드 카'로 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테슬라의 매력이라면 오토 파일럿 등 첨단 기능을 앞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차종과의 차별화를 들 수 있다. 반면 단점은 '단차(외관 이음새 등이 벌어지거나 맞지 않는 상태)' 등 마무리가 아쉽다. 이번에 받은 모델3도 뒷좌석 유리창이 아귀가 맞지 않아 소음이 크다. AS를 기다리고 있다."

권모 씨는 "앞으로 계속 테슬라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오토 파일럿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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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X. [사진 테슬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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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서울-속초 왕복 450km를 주행했고, 119kWh의 전기가 소모됐다. 1kWh당 3.78km를 달린 셈이다. 모델X의 가격은 1억 중반대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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