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버스요금 현금만 가능"···'승차권 거부' 무극 터미널 무슨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터미널에 '현금승차' 안내문…매표소 잔돈만 줘

승객들 현금 인출기 찾아, 동전 세가며 요금 계산

기사 "일일이 요금 확인 어려워, 계산 틀리기 일쑤"



무극터미널 3주째 발권 중단…현금 없는 이용객 울상



중앙일보

무극시외버스터미널에 '현금승차' 안내문이 붙어 있다. 터미널은 3주째 승차권을 발급하지 않고 있다. 최종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충북 음성군 금왕읍 무극공용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에 가보니 승차권 발매기에 불이 꺼져 있었다. 매표소 직원에게 “버스표를 달라”고 하자, 직원은 “승차권을 팔지 않는다. 요금은 버스 기사에게 현금으로 내달라”고 답했다.

대합실 곳곳에는 ‘현금승차’, ‘버스요금을 버스 기사에게 직접 드리세요’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표를 사려던 승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부랴부랴 지갑을 뒤졌다. 현금이 없는 사람들은 인출기를 찾아 나섰다. 청주를 가기 위해 이곳을 찾은 임혜린(22)씨는 “터미널에서 승차권을 발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황당했다”며 “당장 현금이 없어 밖에 나가 돈을 뽑아왔다. 다행히 매표소에서 잔돈 교환은 가능하다고 해서 만 원을 주고 지폐와 동전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무극터미널을 경유하는 버스 운송업체가 3주째 승차권을 거부하고 있다. 버스 터미널 사업자가 승차권 판매로 얻은 대금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으면서 불만이 쌓인 버스 운송업체가 요금을 직접 받는 상황이다. 승객들은 “동전까지 챙겨야 버스를 탈 수 있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중앙일보

충북 음성군 금왕읍에 있는 무극공용시외버스터미널. 최종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밀린 승차대금 1억6000만원…뿔난 버스업체 직접 징수



무극터미널은 2015년 금왕터미널㈜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음성군에 따르면 이 업체는 승차권 판매액에서 수수료 10%를 떼고 나머지 대금을 버스 업체에 전달한다. 1일 최대 이용객이 1300여 명에 이른다. 시외 13개 노선(170회), 농어촌 29개 노선(241회)이 운행되고 있다. 시외버스는 6개 업체가 경유 터미널로 쓰고 있다. 터미널 사업자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201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1억6000여만 원의 승차권 대금을 버스 업체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업체는 밀린 대금을 받을 수 없자 지난달 21일부터 현금으로 버스 요금을 받고 있다. 매표소는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직원 한명이 상주하며 1000원·5000원·1만 원짜리 지폐와 동전을 잔뜩 쌓아놓고 거슬러 주는 역할만 하고 있다. 승객이 1만원을 주면 5000원짜리 지폐 1장과 1000원짜리 4장, 100원짜리 동전 10개를 건네주는 식이다. 이마저도 현금이 없는 승객들은 교환이 불가능하다. 김모(70)씨는 “요즘 신용카드만 들고 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승차권을 발급해주지 않는 터미널이 무슨 소용이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터미널 안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직원도 울상이었다. 이 직원은 “잔돈을 바꾸려고 껌 하나를 산 뒤 5만 원짜리 지폐를 건네는 사람들이 늘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거스름돈이 없어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13일 오후 충북 음성군 금왕읍 무극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승객들이 매표소에서 승차권을 문의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음성군 임시버스정류소 설치…사업자 행정처분 예고



현금을 받는 운전사들도 고역이다. 전에는 승차권만 받으면 행선지와 탑승 인원, 요금 등이 정확하게 산출됐지만, 지금은 행선지별로 요금을 확인하고 탑승 인원까지 확인해도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버스기사 윤일선(63)씨는 “탑승하는 승객마다 행선지가 달라 요금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어려운데 운행일지와 탑승 인원, 금액까지 정확히 맞춰야 해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주민 불만이 커지자 음성군은 오는 16일부터 음성소방서 인근에 임시버스 정류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최병길 음성군 교통팀장은 “현금 승차로 인한 주민 불편을 해소하려고 임시버스정류소를 마련했다”며 “터미널 사업자가 승차권 판매금 지급을 미루면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극터미널 사업자는 이용객이 줄면서 3년간 매달 800여만 원씩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