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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규현 "'천리마마트', 원작 12번 정주행...김갑役까지 맡은 저는 성덕"[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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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배우 이규현이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 이어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규현은 최근 막을 내린 tvN 금요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이하 ‘천리마마트’)에서 개성 넘치는 비주얼과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장에 퍼 목도리를 두른 스타일을 선호하는 재벌 2세 김갑으로 분해 강약약강(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성격을 실감 나게 그린 것. 뻔뻔하면서도 때론 익살스럽기도한 풍부한 표정 연기가 김갑에 더 잘 스며들도록 했다.

‘천리마마트’는 누적 조회수 11억 뷰를 기록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적자에 빠진 마트를 살리고자 나선 사장과 점장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이규현은 원작 웹툰의 열혈팬이었다가 드라마 작품까지 합류하게 된, 이른바 ‘성덕’(성공한 팬)이었다. 그는 “원작 웹툰을 12번 정주행했다. 그래서 오디션을 볼 때도 팬 입장에서 임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오디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정해진 캐릭터 없이 자유 연기를 보여드렸는데, 나중에는 김갑과 빠야족을 연기해보라고 하셨다. 김갑은 네 가지 버전 연기로 보여드렸고 빠야족은 대본을 한번 읽어보는 걸로 오디션을 마쳤다. 한 카페 앞을 지나가다가 김갑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전화로 접했는데 한마디로 저는 ‘난리’가 났었다.(웃음) 드라마에 고정 역할로 출연한 게 처음이라 더욱 그랬다. 김갑을 연기하는 것도 좋았지만 ‘천리마마트’에 합류할 수 있다는 자체도 기뻤다”라고 말했다.

김갑은 할아버지인 DM그룹 회장 김대마(이순재 분)의 신임을 얻지 못하며 삐뚤어졌고, 대마 후계자 자리를 넘보며 횡령과 탈세를 저질렀다. 시청자 눈에 거슬릴 법 했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도록 표현했는데, 이는 이규현의 노력과 백승룡 감독의 조언이 있어 가능했다. 이규현은 “감독님이 김갑에 대해 ‘사랑스럽게 그려지길 바란다’라고 이야기하셨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생각한 게, 김갑의 마음에 자리 잡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표였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커 보였고 외로움, 고독도 있다고 생각해서 이 부분도 표현하려고 하니 인간적으로도 그릴 수 있었다. 목표에 근접하게 나온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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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현은 유독 선배들과의 연기 호흡이 많았다. 김갑의 할아버지 DM그룹 회장 김대마는 이순재였고 어두운 심보로 함께 계략을 짜곤했던 DM그룹 전무 권영구는 박호산이었다. 이규현은 “이순재 선생님과 촬영한 첫 장면은 김갑이 식은 땀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선배님을 뵙고 긴장이 돼 땀이 많이 나더라. 연기 몰입이 너무 잘 됐다”라며 웃었다. 또 “그 장면 촬영이 끝난 후 이순재 선생님이 연기를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사실 처음에는 힘내라는 뜻에서 해주신 말씀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한 스태프에게 들으니 칭찬을 잘 안 하시는 편이라고 들었다. 정말 감사했다”라고 덧붙였다.

유독 함께하는 장면이 많았던 박호산에 대해서는 “모든 동작부터 표정까지 풍부하게 표현하시는 선배라 제가 어느 정도 받기만 해도 장면이 완벽하게 완성됐다. 자연스레 이끌어주셔서 감사했다”라고 떠올렸다.

이규현에게 ‘천리마마트’는 긴 호흡을 이끌어갈 수 있었던 첫 작품이었고 평소 함께 연기하고 싶었던 선배들과 함께해 더없이 소중했다. 그는 “촬영하는 시간들이 분명 길었는데 돌이켜보니 꿈을 꾼 것 같다. 또 멋진 선배들과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종영이 실감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천리마마트’ 배우들은 촬영을 마친 후 MT도 다녀왔다.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배우들이 얼마나 끈끈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규현은 “김병철 선배가 주도하셨다. 조만간 다시 모여 축구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앞으로도 계속 만날 것 같은 기분이다. 모두 좋은 인연으로 남아 기쁘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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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현은 25세 꽤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 단국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수재로 공부를 열심히 해왔고 배우 생활과 접점이 없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 배우의 길로 이끌게 했다. 그는 “힘든 상황이 지속되니 싶었던 일을 하며 견디는 건 어떨까 싶었다.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어느 정도 갖고 있었던 터라, 연기 공부에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연기를 가르쳐주셨던 교수님께 연락해서 극단 생활을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이규현은 주말에는 연기를 배우고 평일에는 학교 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배우로 나아갔다. 이규현은 “늦게 시작해 불안하긴 했다. 그래서 먼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앞만 보고 달리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아무리 힘들어도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부모님은 갑작스레 연기를 하겠다는 아들의 태도를 처음에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아버지는 “네가 하고 싶은 거면 알아서 하라”라며 믿어주셨다고. 이젠 그 누구보다 이규현을 응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규현은 “‘천리마마트’ 캐스팅 소식을 부모님께 알려드렸을 때 크게 좋아하셨다. 온 동네에 소문을 내셨다. 아버지는 시청에 근무하시는데 시장님 귀까지 들어갔다”라며 웃었다.

이규현의 데뷔작은 지난 5월 종영한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다. 악덕한 사업주로 인해 목숨을 잃는 내부고발자 이창규로 분해,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이규현은 종영 후 자신의 SNS에 장문의 종영 소감을 남기며, 데뷔작을 경험한 소회를 친필로 공개했다. 아무리 신인 배우여도 SNS에 종영 소감을 정성껏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어 작은 배역도 얼마나 소중히 여긴 건지, 진정성이 드러난 게시물이었다. 이규현은 “사실 회사에서 써보라고 하셔서 쓴 건데(웃음) 막상 ‘감사하다’ 정도로만 끝내기엔 드릴 말씀이 정말 많더라. 평소 글 쓰는 걸 좋아해 계속 써 내려갔는데 장문의 글이 나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손편지로도 이어지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이규현은 올해 데뷔작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과 차기작 ‘천리마마트’로 존재감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대학교와 극단에서 쌓은 풍부한 연극 경험, 30여 편의 독립 영화에 출연하는 등 묵묵히 연기해 일군 값진 결과였다. 이규현은 “올해는 천지개벽의 해였다. 저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었고 데뷔도 좋은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도 계속 오디션을 보고 있다. 내년에도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 무언가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지 않을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캐릭터이든 열심히 임해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 성공하고 싶은 목표는 당장이 아닌 멀리 내다보며 걷고 싶다. 건강하고 오래 연기하는 게 저의 바람이다”라며 패기를 드러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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