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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1단계 무역 합의, 구체적 내용은…농산품 더 사라는 트럼프 압박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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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22개월째로 접어든 미·중 무역 전쟁을 누그러뜨릴 1단계 무역 협상에 합의했다고 13일 밝혔다. 미국은 중국 제품에 부과한 관세 중 일부를 낮추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늘리는 게 핵심 내용이다.

중국 정부는 이날 밤 ‘중·미 제1단계 경제무역 합의에 관한 중국 측 성명’을 발표하며 양국이 1단계 경제무역 협정문에 이미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 성명에 따르면, 합의문은 서문,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식품과 농산품, 금융 서비스, 환율과 투명성, 무역 확대, 양자 평가와 분쟁 해결, 최종 조항 9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양국이 공방을 벌이던 쟁점 분야가 상당 부분 다뤄졌다는 평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이날 밤 11시(중국 시각) 베이징에 있는 국무원 신문판공실 청사에서 부처 합동 언론 브리핑을 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중앙재경위원회, 재정부, 외교부, 농업농촌부, 상무부 차관급 관리들이 참석해 중국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약 40분간 1단계 무역 합의에 관해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비슷한 시각 트위터에 "우리는 중국과 매우 큰 1단계 (무역) 합의를 이뤘다"며 "그들(중국)은 많은 구조 변화와 막대한 규모의 (미국) 농산품, 에너지, 제조품, 그리고 훨씬 더 많은 것의 구매에 동의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에 부과한)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나머지 중 상당 부분엔 7.5%가 부과될 것"이라고 했다. "12월 15일로 예정된 페널티(벌칙성) 관세는 우리가 (1단계) 합의를 이뤄냈기 때문에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3일 웹사이트에 ‘미·중 1단계 무역 협정 합의’ 성명을 냈다. 이와 함께 1단계 합의는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농업, 금융 서비스, 환율, 무역 확대, 분쟁 해결 7개 부문으로 이뤄졌다는 내용의 ‘팩트 시트’를 공개했다. 중국 정부가 합의문이 서문과 최종 조항을 포함해 9개 부문으로 이뤄졌다고 밝힌 것과 대체로 일치한다.

이번 합의문은 86쪽 분량이다. 양측은 추가 법률 심사와 번역 검토를 거친 후 시간·장소·형식을 상의해 협정문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 협상을 주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1월 첫 주에 양측 협상 대표가 서명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을 위해 별도로 만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나온 미·중 정부 발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을 토대로 미·중 1단계 합의의 내용을 정리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맨 앞)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맨 앞)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주요 20국) 정상회의 중 참모들과 함께 별도 미·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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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관세

미·중 무역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매기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시작됐다. 미국이 오는 12월 15일 중국산 제품 1560억 달러어치에 매기겠다고 한 15%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하면 미국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상황이 벌어진다.

중국 정부는 1단계 합의 성명에서 미국이 중국 제품에 이미 부과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취소하고 관세를 인상에서 인하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관세 철폐는 중국이 미국에 가장 강력히 요구해 온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7월부터 25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부과 중인 25% 관세는 유지된다. 올해 9월 12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 15%는 절반인 7.5%로 낮아진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15일 156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매기려던 15%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상응해 중국 측도 15일 미국산 제품에 부과키로 한 보복성 관세를 취소하기로 양측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18년 5월 무역 협상을 위해 미 백악관을 방문한 류허 중국 부총리를 만난 후 트위터에 “중국 류허 부총리와 무역 관련 대화를 나눴다”는 글과 함께 올린 사진. /트럼프 트위터


② 농산품

중국 정부는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라 품질이 높고 시장 경쟁력이 있는 미국 농산물 구매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구매 내용과 수치는 추후 발표하겠다고 했다.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확대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의 모두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국 농산품이 두 번째로 많이 수출되는 시장이다. 중국은 미국산 콩 수입국 1위이고, 면화 수입국 2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 캠페인을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농민의 표를 얻기 위해 중국에 미국산 농산품 수입을 늘리라고 요구해 왔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 합의 소식이 전해진 후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중국이 미국 농산품 구매를 500억 달러로 늘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중국이 앞으로 2년간 미국 농산물 320억 달러어치를 사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2017년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 규모는 240억 달러였다. 중국이 약속대로 미국 농산물 수입량을 늘리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서부 농업지대를 표밭으로 확보할 수 있다.

USTR 팩트시트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미국 식품과 농산물, 해산물 수출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육류·가금류·해산물·쌀·유제품·분유·원예품·동물 사료·반려동물 사료·농업 바이오기술 제품을 포함한 미국 농산품과 해산품에 대한 여러 비관세 장벽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약속하면서도 국내 반발을 무마하려 애썼다. 중국 정부는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은 농업 분야의 상호 보완성이 매우 강하다"며 "돼지고기 같은 제품 수입은 국내 농업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협의가 시행된 후 밀, 옥수수, 쌀 일부를 미국에서 수입하지만 수량은 엄격히 제한될 것"이라며 "우리는 곡물의 기본자급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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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13일 밤 11시(중국 시각) 베이징에 있는 국무원 신문판공실 청사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와 관련해 부처 합동 언론 브리핑을 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중앙재경위원회, 재정부, 외교부, 농업농촌부, 상무부 차관급 관리들이 참석해 중국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약 40분간 1단계 무역 합의에 관해 설명했다. /신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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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지식재산권

미국은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지 않아 미국 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USTR은 이번 1단계 합의를 통해 상업 비밀, 의약품 관련 지식재산권, 지리적 표시, 상표권, 해적판과 가짜 제품에 대한 법적 조치와 같은 영역의 여러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중국 정부도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특히 전자상거래 플랫폼(온라인 쇼핑몰)에서 유통되는 해적판과 가짜 제품의 생산과 수출을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지식재산권 분야 공감대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중국 측 개혁 요구에 부합한다"고 했다.

④ 기술 이전

미국은 중국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첨단 기술을 이전할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 시장 접근, 행정 승인, 정부 특혜 제공 등을 내세워 미국 회사에 강요한 불공정한 기술 이전 관행을 중단하라는 게 미국 측의 핵심 요구 중 하나였다.

USTR은 이번 1단계 합의에서 중국이 외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도록 강요하거나 압박하는 오랜 관행을 중단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USTR은 중국이 외국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 해외 투자를 지시하거나 지원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도 밝혔다. 중국이 기술 이전과 관련해 이런 합의를 한 것은 모든 무역 협정을 통틀어 처음이라고 했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한 구조를 개혁시키겠다며 요구한 지식재산권 절도 근절, 기술 이전 금지에 특히 반발해 왔다. 미국은 중국의 도둑질이란 프레임을 만들어 중국 정부를 압박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017년 11월 8일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 앞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


⑤ 금융 서비스

중국 정부는 외국 자본의 중국 금융 서비스 분야 진입을 규제하고 있다. 외국 자본의 지분 보유 제한, 차별적 규제 조항 등을 통해서다. 은행·보험·증권·신용평가와 같은 분야의 외국 금융사들이 제약을 받았다.

USTR은 이런 금융 서비스 부문 장벽 제거로 미국 기업들이 더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금융시장 개방의 일환으로 올해 10월 외자은행관리 조례를 바꿔 100% 외국 자본으로 중국에 은행을 설립하는 것을 허가했다.

⑥ 환율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8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환율 조작을 일삼으며 위안화 가치를 낮춘다고 비난해 왔다.

USTR은 이번에 중국이 환율 정책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이 미국 수출 기업과의 경쟁에서 누리던 불공정 우위를 내려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이 약속한 구체적 조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⑦ 무역 확대

중국은 앞으로 2년에 걸쳐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 수입을 2000억 달러어치 이상 늘리기로 약속했다. 이는 무역 전쟁 발발 전인 2017년 중국의 미국산 제품(1300억 달러)과 서비스(560억 달러) 수입을 합한 수입 총액(1860억 달러)보다 많은 수치다. 중국은 미국 공산품, 식품, 농산물과 해산물, 에너지 제품, 서비스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USTR은 2021년 이후에도 중국이 미국산 제품·서비스 수입을 늘릴 것으로 기대하며 미·중 무역 불균형 관계가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기자회견에서 "중국 기업은 시장 주체로서 필요에 따라 에너지, 완제품, 서비스 등 분야에서 미국산 수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⑧ 분쟁 해결

미국 측은 이번 1단계 합의의 효과적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장치를 통해 1단계 합의 내용 이행 중 벌어질 수 있는 분쟁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양측은 상대의 이행 결과에 상응하는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입장에서 이는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맞대응 조치를 하겠다는 뜻이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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