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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호랑이 선생님'서 경영자로…인간 구자경 "소탈하고 따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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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별세…유년시절 장래희망은 '선생님']

머니투데이

진주중학교 시절의 구자경 명예회장/사진제공=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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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향년 94세로 별세한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누구보다 소탈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간적인 삶을 살았던 것으로 LG 안팎에서 회자된다.

1925년 경남 진양군(현 진주시)에서 LG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 회장 슬하의 6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유가(儒家)의 엄격한 가풍 속에서도 실사구시를 중시한 능성 구씨 집안의 후손으로 자라면서 리더로서의 역할과 책임의식을 쌓았다.

유림에서 존경 받던 증조부 만회 구연호(晩悔 具然鎬) 공과 외유 내강형의 선비로 유교의 전통과 신문화의 합리적 사고를 함께 지녔던 조부 춘강 구재서(春崗 具再書) 공의 가르침을 받으며 유년시절 대부분을 보냈다.

당시 구 명예회장의 장래 희망은 교사였다. 지수초등학교를 다닐 때 과학을 접목한 농경법을 가르친 선생님의 영향으로 자연 친화적인 삶이 중요하다는 것과 교사의 길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후 진주중학교의 '희망'을 주제로 한 작문 시험에서 교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것은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실제 그는1944년 진주사범학교 강습과에 입학 후 1년 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진주의 한 소학교로 발령 받았다.

하지만 일제시대 탄압으로 학교를 그만 둔 구 명예회장은 복숭아 나무를 가꾸며 농사일에 몰두하던 차에 모교인 지수초등학교의 부름을 받았다. 이렇게 모교에서 2년, 부산사범부속초등학교에서 3년을 교직에 몸담은 동안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호랑이 선생님'이었다.

구 명예회장의 제자인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은 "체육시간에 호루라기를 불며 구령을 붙이는데 그 모습이 하도 엄해 우리는 벌벌 떨었다"며 "정말 호랑이 선생님이 오셨구나"라고 고인을 회상했다.

무엇보다 '어떤 이유에서든 약속을 지키고 사치를 금해야 한다'는 그의 철칙은 장남인 고 구본무 회장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구 명예회장은 평소 비록 푼돈일지라도 사치나 허세를 위해 낭비하는 것을 큰 잘못으로 여기고 항상 '근검절약'을 생활신조로 삼으면서 이를 실천할 것을 고 구본무 회장에게 강조해왔다.

그는 1995년 장남인 고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 총수 자리를 승계한 이후 철저하게 평범한 자연인의 삶을 살았다. 충남 천안연암대학 캠퍼스 근처 농장 연구소에서 전통식품 개발과 난(蘭)과 분재, 버섯을 재배한 것에서 그의 소탈함을 엿볼 수 있다.

LG 관계자는 "구 명예회장은 은퇴 후 모교인 지수초등학교 후배들의 서울 방문을 직접 챙길 정도로 마음이 따뜻했던 사람이었다"며 "특히 25년 간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 회장이었지만, 은퇴 후 일체의 허례와 허식 없이 간소한 삶을 즐기는 그야말로 '자연인'으로서 여생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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