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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배민-딜리버리히어로 '공룡 배달앱'…藥일까, 毒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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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국내 시장 벗어나 글로벌 시장 유리한 고지 확보

국내 1~2위 배달앱 한 가족…독과점 횡포 우려 고조

국내 토종 스타트업, 결국 외국기업에 팔렸다는 지적도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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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규 기자] 글로벌 배달서비스 1위 기업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고 나서면서 거대 공룡 배달앱 기업이 탄생할 전망이다. 국내 토종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의 해외진출 노하우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선례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국내 1~3위 배달앱이 한꺼번에 한 지붕 가족이 되면서 시장 독과점 문제로 인한 수수료 인상과 고객 혜택 감소 등의 횡포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국내에서 성장한 스타트업이 결국 외국계 기업으로 넘어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DH는 전날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가치를 40억달러(한화 약 4조7500억원)로 평가해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기로 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비롯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13%은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거래로 아시아 시장에서 공동 사업에 나서지만, 국내 시장에선 배민과 '요기요', '배달통'을 지금과 마찬가지로 독자 운영하기로 했다. 양측은 배민, 요기요, 배달통의 경쟁 체제를 현재 상태로 유지하면서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로 각각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 거래를 통해 국내 배달앱 시장을 주도해온 배민이 DH가 이미 진출한 아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DH는 대만과 라오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홍콩 등에서 배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배민은 국내 시장에서 업계 1위까지 성장해왔지만, 글로벌 시장 공략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미 '우버이츠'와 '그랩' 등 일본계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배달 플랫폼들이 아시아 시장 사업을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서도 1위 배달앱 배민과 2위 요기요가 한 가족이 되면서 서로 중복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통해 국내 배달대행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과 요기요가 한 가족이 되면서 SKT와 카카오 등도 배달앱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로 인해 국내 배달시장 자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이번 기회로 국내 토종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선 국내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업계는 배민의 국내 배달앱 점유율을 약 56%, 요기요의 점유율을 34%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단순하게 이 둘의 숫자만 더해도 점유율이 90%에 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수수료 인상과 할인 쿠폰 등의 혜택이 줄어드는 등 독과점으로 인한 횡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인수합병을 놓고 시장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여부 등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 밖에 국내에서 인기를 얻으며 성장한 토종 스타트업이 끝내 독일계 기업에 팔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앱 이용자 A씨는 "배민은 '민족'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참신한 아이디어의 광고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면서 "그렇게 업계 1위까지 성장했지만, 결국에는 독입 업체에 팔려 '게르만의민족'이 됐다"고 전했다.



이진규 기자 j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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