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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세계 1위 배달앱 기업, 배민의 'AI 노하우'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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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달러(약 4조7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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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우아한 형제들'을 창업한 김봉진 대표는 배달 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 앱으로 주문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은 2014년 본지와 인터뷰하며 철가방을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 /이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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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세계 1위인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DH)가 국내 배달 앱 1위인 우아한 형제들(이하 배민)의 기술 경쟁력과 미래 성장성에 베팅한 돈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현대건설·GS·삼성카드의 기업 가치(시가총액)와 맞먹는다. 배민은 2010년 6월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했다. 2011년부터 7차례에 걸쳐 5000억원 넘는 외부 투자를 받을 때마다,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 가치는 상승했다. 재작년 네이버가 투자할 때 배민의 기업 가치는 7000억원 수준이었고, 작년 말엔 3조원이었다. 사업 초기 "음식 배달로 무슨 돈을 벌겠냐"고 하던 주변의 비아냥을 김봉진(43) 대표는 보란 듯이 날려버렸다.

테크 기업 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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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은 앱 하나만 굴리는 회사가 아니다. 철저한 테크 기업이다. 전체 임직원 1400여 명 중 30%가 엔지니어다. 기술력이 축적된 대표적 서비스가 인공지능(AI)으로 가짜 리뷰를 걸러내는 것이다. AI가 가짜 리뷰의 패턴을 파악해 음식점마다 달린 리뷰를 분석하고 이 중 가짜라고 판단되는 것을 가린다. 전체 가짜 리뷰 중 70% 이상을 AI가 실시간으로 걸러낸다. 또 고객의 음식 주문 이력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주문 빅데이터를 분석해 선호할 만한 음식점·메뉴를 보여주는 기술도 적용했다.

현재 배민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입점 음식점은 20만 곳이고, 월평균 이용자는 1100만 명이다. 작년 거래액은 5조원이 넘는다. 기술 기반 신규 사업도 늘리고 있다. 음식 배달용 로봇, 간편식·생필품 배달 전문 매장'B마트' 등을 선보였다. 오프라인·하드웨어로 시장을 넓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의미다.

세계 배달 시장은 초기 단계다. 한국 시장도 여전히 전화 주문이 배달 앱 주문보다 많다. 지난해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10명 중 8명 이상이 전화로 음식을 시킨다. 배달의 민족 등 모바일 앱 이용자는 6.4%에 불과하다.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

김봉진 창업자는 웹디자이너 출신이다. 서울예술대를 졸업하고 이모션·네오위즈·NHN 등 IT(정보기술)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2008년 처음으로 수제 디자인 가구를 파는 사업에 나섰다가 전세 보증금까지 날리고 2억원을 빚졌다. 이로부터 2년 뒤 창업한 게 배민이다. 그는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전단을 한 앱에 모으기 시작했고, 반년 만에 음식점 5만 곳의 정보를 모았다. 2012년에는 배달 음식 주문을 할 수 있는 '바로 결제' 시스템도 개발했다. 전화 주문 없이 앱에서 주문부터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2015년에는 입점 음식점에서 받는 수수료(6.5%)를 폐지했다. 당시 '과도한 수수료로 배민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퍼지자,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당시 회사는 적자가 쌓인 위기 상황에 처해 있어, 반대도 많았다. 이 결정은 역설적으로 '배민은 착한 기업'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계기가 됐다.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시장 점유율이 경쟁사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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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배민) 앱을 통해 접수된 음식을 주문자에게 전해주는 배달 대행 서비스 '배민라이더스'의 배달원(라이더)들. /우아한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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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앞으로 딜리버리히어로 경영에도 참여한다. 김 대표 측과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분을 절반씩 투자해 싱가포르에 '우아DH아시아'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김 대표가 합작법인 회장을 맡아 배민은 물론 딜리버리 히어로가 진출한 아시아·태평양 11국의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아시아 시장 공략 가속화

2011년 5월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한 딜리버리히어로는 자체 브랜드 대신, 해외 음식 배달 앱들을 사들여 사업을 키웠다. 2016년 중동·동유럽 지역의 음식 배달 앱인 푸드판다를 인수했다. 한국에서도 배달통(2014년), 푸드플라이(2017년) 등을 샀다. 현재 40여국에서 28개 브랜드를 운영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민 인수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단, 이번 인수·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딜리버리히어로가 갖고 있는 배민·요기요·배달통을 합한 국내 음식 배달 앱 시장의 점유율은 99%이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를 시작하면 세밀하게 분석해 허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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