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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부산 단풍빌라를 떠나지 못하는 캐나다 노인…"집 빼앗길까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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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궁금한 이야기 Y’ 사연 공개

세계일보

13일 오후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부산 소재 ’단풍빌라’ 주민들이 캐나다인 A씨의 집과 관련해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부산 소재 ’단풍빌라‘는 33가구가 거주하는 평범한 공동주택이다. 그런데 오늘도 어김없이 이곳에서는 이웃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특이하게도 캐나다가 국적인 70대 남성 탓에 다른 주민들은 입을 모아 불편을 호소하고 있었다.

13일 오후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는 이 캐나다인 A씨가 부산 단풍빌라를 떠나지 않는 이유를 알아봤다.

방송에 따르면 A씨가 사는 집은 쓰레기로 가득차 그 악취가 온 빌라에 퍼질 정도였다.

우리말도 거의 못해 주민과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일상생활도 여의치 않아 보였다.

쓰레기 방치와 지저분한 집안 환경에 벌레가 들끓고 악취가 풍기는 등 이웃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자 주민들은 여러 차례 항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A씨는 영어로 거절 의사만 전달했고 주민들은 의사 소통조차 안돼 답답해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A씨의 생활을 지켜봤다.

그는 커피숍의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먹고, 화장실에서 치킨을 먹었다.

자기 집도 갖고 있는 등 빈곤하게 보이지 않는 A씨가 이런 생활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20년 전 부산의 한 대학에 영어 강사로 부임한 아내를 따라 한국에 정착했다. 아내가 살아있을 때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고 한다.

세계일보

13일 오후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부산 소재 ‘단풍빌라’에 거주하는 70대 캐나다인 A씨(사진)의 집에 쓰레기가 가득한 모습이 공개됐다.


몇년 전 아내가 죽고 A씨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A씨는 또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실질적 가장이던 아내가 갑자기 떠나자 생활고가 덮쳤다. 여권과 비자도 만료돼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됐다고 한다.

딱한 사정을 알고 자녀들이 있는 캐나다로 귀국을 도와주겠다는 손길이 있었지만 A씨는 쓰레기로 가득찬 집에 남는 쪽을 택했다.

캐나다 대사관이나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이를 받기 꺼리는 이유는 자신이 불법 체류자 신분이어서 ‘아내의 집’인 단풍빌라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탓이라는 게 방송의 전언이다.

A씨를 관찰한 한 전문의는 방송에서 “불안 장애의 한 종류인 저장 강박 증상”이라며 “언젠가는 쓸모가 있겠다는 생각이 강해 아무것도 버리지 못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사진=SBS ‘궁금한 이야기 Y’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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