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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연말정산, 국세청이 대신 좀 해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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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기자의 이거 왜 이래?] 국세청에 직접 물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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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세청은 홈택스 홈페이지에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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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모든 지출자료는 국세청이 다 가지고 있는데, 자기들이 대신 연말정산 좀 해주면 안 되나?"

선배의 한 마디에 부서원 모두가 '정말 그러네' 하고 솔깃해 했다. 보통 의견이 한데 모이기 힘든 기자들의 회식자리에서마저 '연말정산의 골치아픔'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며칠 전 일이었다. 각자의 연말 계획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이야기가 연말정산으로 흘러갔다. 들어보니 그럴싸 했다. 선배는 "국세청이 개인 지출 내역을 모두 갖고 있을 텐데 왜 해마다 국민들에게 이 고생을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이었다.

부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며 각자 국세청이 연말정산을 대신해주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의혹'을 쏟아냈다. "국세청 직원들이 바빠서", "국세청 컴퓨터가 별로라서", "국민에게 절세 기회를 주기 위해서" 등.

그중에서 '개인정보 문제가 아니냐'고 말한 또다른 선배의 주장이 부원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았다. 그는 "국세청이 노동자의 연말정산을 해주려면 개인 지출 내역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개인이 국세청에 '개인정보 제공'을 동의한 적 없기 때문에 볼 근거가 없는 게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국세청이 제공하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보면, 국세청은 개인의 지출 내역을 모두 갖고 있는 듯 보인다. 해당 서비스는 개인의 보험료나 의료비뿐 아니라 신용카드, 체크카드 내역까지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 국세청이 직접 연말정산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국세청에 직접 물어보았다.

국세청이 다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연말정산에 필요한 정보의 100%를 국세청이 다 수집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모든 자료를 갖고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소비자의 결제가 이뤄지면, 기관이나 사업자 가운데 몇몇은 국세청에 해당 정보를 보낼 의무를 갖고 있다"며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등 금융 자료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기부단체나 어린이집처럼 정보 제출 의무가 없는 곳의 경우, 국세청에 지출이 잡히지 않아 납세자가 직접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의존해 스스로 연말정산을 하지 않으면, 나라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거나 세금을 더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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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에서 살펴볼 수 있는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 ⓒ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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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중행사를 왜 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노동자가 돈을 벌어들임으로써 나라에 내는 세금(소득세)은 부양가족이나 주거형태, 의료비 등 몇 가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월급을 번다고 해도, 같은 세금을 내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3000만 원을 버는 사회초년생 두 명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해 한 해 동안 의료비로 1000만 원을 썼다면, 나라는 그가 실제로 벌어들인 소득을 2000만 원으로 보고 이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긴다. 1000만 원은 처음부터 벌지 않은 것으로 보고 소득을 '공제'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는 납세자가 생활에 꼭 필요한 데 돈을 쓴 경우, 소득공제 대상으로 삼는다. 의료비나 교육비, 보험료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사용 또한 소득공제 대상이다.

이렇게 개인 사정에 따라 소득세가 달라지는 데, 정부가 이를 매달 계산해 노동자에게 청구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로 인해 정부는 회사가 노동자에게 급여를 줄 때, 우선 '러프하게' 세금을 먼저 징수하도록 했다. 이를 원천징수라고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언젠가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세금을 계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바로 연말정산이다. 계산을 통해 나온 '결정세액(1년 동안 내야 했던 정확한 세금)'과 비교해, 세금을 많이 냈다면 나라로부터 돈을 돌려받고, 적게 냈다면 돈을 더 내게 되는 것이다. 정확히 금액을 계산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잡히지 않는 것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서 조회되지 않는 서비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 암이나 치매, 난치성 질환 등의 중증환자 장애인 증명서가 대표적이다. 병원에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신생아의 의료비나 공제 대상인 자녀, 형제자매의 해외 교육비도 마찬가지다.

매달 내는 월세 또한 세액공제(개인이 내야 할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 대상이지만, 간소화 서비스에 잡히지 않는다. 연소득이 7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세대주 노동자라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월세를 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등본과 임대차계약서 사본, 계좌이체 영수증 등 월세를 냈다는 증명서류를 마련해 제출해야 한다.

보청기나 휠체어 등의 장애인보조기구를 사거나 빌린 비용, 시력 교정을 목적으로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구입한 데 들어간 비용 또한 간소화 서비스에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교복 구입비와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아동의 학원비,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의 기부금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개인이 정보 제공을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세청 공무원들이 이를 일일이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국세청이 나서서 연말정산을 하지 않는 거라는 주장은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국세청 관계자는 "어차피 연말정산할 때 제출된 자료를 누군가는 보고 처리해야 한다"며 "개인정보수집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승연 기자(syryo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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