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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일본 올해의 한자에…스가 관방장관 "벚꽃 한자는 보고 싶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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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벚꽃 모임’ 의혹에 질문 공세받다 ‘속내’ 표출?

·올해의 한자는 ‘레이(令)’…아베는 “새 시대의 시(始)”


경향신문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4월1일 총리 관저에서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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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올해의 한자’로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의 ‘레이(令·하여금 령)’가 선정되자 일본 정치가들도 각자 ‘올해의 한자’를 말했다.

1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올해의 한자로 ‘시(始·비로소 시)’를 꼽았다. 그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일하는 방식 개혁, 유아 교육 무상화가 시작되고 전세대형 사회보장 원년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시작한 유아 교육 무상화 등 주요 정책의 성과를 홍보하는데 ‘올해의 한자’를 끌어들인 것이다.

연랍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게이(輕, 가벼울 경)’를 골랐다. 일본 정부가 지난 10월 소비세 인상에 맞춰 생필품의 세율을 낮춰주는 경감(輕減) 세율을 도입했는데, 공명당이 이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야마구치 대표는 “사회나 장래에 영향이 크다. 가볍지만 크다”고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에겐 ‘올해의 한자’를 두고 마냥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스가 관방장관은 12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올해의 한자에 ‘레이’가 선정된 것과 관련해 “나 자신이 역사적인 운명으로 연호 발표에 관여할 수 있어서 레이나 와(和·조화로울 화)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감개가 깊은 듯 말했다. 그는 지난 4월1일 새 연호를 직접 발표해 ‘레이와 아저씨’로 일약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포스트 아베’ 후보로까지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그 직후 기자로부터 “최근 기자회견에서도 국회에서도 벚꽃을 보는 모임이 화제인데 ‘사쿠라’(櫻·벚꽃 앵, 일본어 음독 ‘오’)라는 한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스가 관방장관이 “듣고 싶지도 않다”라고 해 기자회견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스가 관방장관은 멋쩍은 듯 웃음을 지으면서 “보고 싶지도 않다.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사유화 비판을 받고 있는 ‘벚꽃을 보는 모임’ 의혹으로 연일 기자들로부터 연일 추궁을 받는 가운데 스가 관방장관이 본심을 내비친 모양새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다음 질문을 받으려고 하면서 “벚꽃은 아니죠”라고 미리 방어막을 쳤다. 하지만 다음 질문도 역시 ‘벚꽃을 보는 모임’ 의혹에 관한 것이어서 기자회견장에선 다시 웃음이 터져나왔다.

앞서 일본 교토(京都)에 본부를 둔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는 12일 올해의 한자로 ‘레이’를 선정했다. 일반인이 응모한 21만6325표 가운데 3만427표를 받았다. 한자능력검정협회는“새로운 시대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 집약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올해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하면서 연호가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로 바뀌었다. 2위는 ‘신(新·새로울 신)’으로 1만4850표, 3위는 레이와의 ‘와’(1만281표)였다. 모두 새 연호와 관련된 한자다. 벚꽃을 뜻하는 한자 ‘오’는 1777표를 받아 18위에 올랐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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