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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배민-요기요 한 식구된다…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우아한형제들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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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 기업 최대 M&A…4조8000억 규모

국내에선 배민-요기요-배달통, 지금처럼 독자 운영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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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규 기자]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위 배달앱 '요기요' 운영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된다. 이번 거래는 토종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DH는 우아한형제들과 손잡고 아시아 시장 진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은 13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DH 최고경영진과 함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계약서에 따르면 양측은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JV)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기로 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신설법인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아 배달의민족이 진출한 베트남 사업은 물론 DH가 진출한 아시아 11개국의 사업 전반을 경영한다. DH는 대만과 라오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홍콩 등에서 배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우아한형제들은 향후 아시아 시장에서 신규로 진출하는 배달앱 서비스에서 '배달의민족' 또는 '배민'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번 협약서에는 DH가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가치를 40억달러(한화 약 4조7500억원)로 평가해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대표를 포함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13%)은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김 대표는 DH 경영진 가운데 개인 최대주주가 되며, DH 본사에 구성된 3인 글로벌 자문위원회의 멤버가 된다. 이번 거래는 토종 인터넷 기업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DH가 독일 증시 상장사여서 이번 딜로 우아한형제들은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한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아시아에서 공동 사업에 나서지만 국내 시장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독자 운영된다. 양측은 배민, 요기요, 배달통의 경쟁 체제를 현재 상태로 유지하면서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로 각각 발전시킬 계획이다.


양측은 또 이번 거래를 통해 5000만 달러(약 600억원)의 혁신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푸드테크 분야에 있는 한국 기술 벤처의 서비스 개발 지원에 쓰인다. 한국에서 성공한 음식점이 해외로 진출하려 할 때, 시장 조사나 현지 컨설팅 지원 비용으로도 사용된다. 또 라이더들의 복지 향상과 안전 교육 용도로도 쓰일 예정이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배달앱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도 양 측이 손을 잡는 원인이 됐다. 한국의 음식 배달 시장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아직도 전화 주문이 배달 앱 사용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업계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확장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대형 IT플랫폼들에게 잠식당하기 보다는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서 국내 시장 보호와 해외 진출을 동시에 꾀하는 차원에서 이번 거래가 성사됐다는 분석이다.


양측이 손을 잡음으로써 우아DH아시아는 아시아 시장에서 '그랩', '우버이츠', '고젝'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과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랩과 우버이츠도 모두 국내 시장처럼 일본계 거대 자본이 투자한 업체들이다. 양측의 협업으로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시장 성공 노하우와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술력, 글로벌 시장 진출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중동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온라인 음식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딜리버리히어로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은 배달앱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업계 1위라는 성공을 이룬 김봉진 대표가 아시아 전역에서 경영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앱 업계가 서비스 품질 경쟁에 나서면 장기적으로 소비자, 음식점주, 라이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가 아시아 사업에 나서면서 국내 우아한형제들 경영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김범준 부사장이 맡는다. 김 부사장은 주총 등을 거쳐 내년 초 CEO에 취임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엔씨소프트, SK플래닛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했다.



이진규 기자 j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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