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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화성 8차 사건’ 수사관들 입 열었다…“윤씨에 가혹행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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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당시 국과수 감정 결과 조작 확인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이춘재(56)의 자백으로 ‘진범 논란’을 불러일으킨 화성 8차 사건을 과거 수사한 경찰 수사관들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당시 윤모(52)씨에 대해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 수사관들이 8차 사건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일보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씨가 지난달 13일 오전 재심청구서를 들고 경기 수원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준철)는 최근 화성 8차 사건 당시 경찰 수사관이었던 장모 형사 등 3명을 불러다 조사했다. 장 형사 등은 조사에서 윤씨에게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앞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장 형사 등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믿고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윤씨를 불러 조사한 터라 가혹행위를 할 필요도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이들은 당시 폭행이나 쪼그려 뛰기 등 다른 가혹행위도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망한 최모 형사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씨는 지난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씨는 과거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와 폭행 등이 자행됐다고 주장해왔다. 윤씨의 재심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은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당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1989년 7월25일 밤 불법 체포된 윤씨는 범행을 계속 부인하다가 이튿날 새벽부터 약 1시간 동안 자백한 것으로 돼 있다”며 “조사 첫날부터 잠을 재우지 않은 사실은 수사기록, 항소심 판결문 등을 통해 입증되고 있고, 윤씨는 일관되게 경찰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를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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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화성 8차 사건’ 윤모(52)씨가 지난달 20일 충북 청주시 충북NGO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검찰은 장 형사 등의 진술과 과거 경찰 수사 기록, 윤씨 측의 재심청구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힐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아무런 답변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직접 이 사건을 수사하기로 하면서 경찰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과거 경찰의 직무상 불법행위가 부각될 수 있는 사건이라서다.

앞서 검찰은 전날 이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경찰이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결정적 증거로 사용된 국과수 감정서는 실제 분석을 진행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감정 결과와 전혀 달랐다. 당시 국과수는 윤씨의 체모 분석 결과와 비슷한 체모를 범인의 것으로 조작했다고 한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소재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윤씨를 포함해 여러 수사 대상자들의 체모를 검사하는 등 대대적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듬해 7월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검거하면서 이처럼 조작된 국과수 체모 분석 결과를 핵심 증거로 내세웠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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