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테일러를 뽑은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계약 해지' 테일러, 11일 작별 인사도 없이 미국행

연합뉴스

도로공사가 계약 해지한 테일러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김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의 김종민(45) 감독은 테일러 쿡(26·미국)의 첫 경기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즐기면서 열심히 뛰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테일러는 기계적으로 경기했다. 이기려고 하는 투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달라질 것이라고 믿었고, 또 시즌 농사를 위해서도 달라져야 했다. 김 감독은 그러기 위해 갖은 애를 썼지만 결국 잘못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미 V리그에서 두 차례나 시즌 도중 짐을 싸서 떠난 전력이 있는 테일러는 이번에도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갔다.

김 감독은 12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흥국생명과의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테일러 영입을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테일러는 내가 볼 때 가진 능력이 많은 선수다. 타고난 재능이 있는 선수인데, 다른 선수들과 마인드 자체가 달랐다. 배구는 잘하지만, 노력을 안 하는 선수였다"라며 "첫 경기를 치르고 나서 '내가 잘못 선택했구나'라고 느꼈다. 팀에 녹아들지 못하고 경기에서 이기려고 하는 투지도 보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하지만 내가 선택한 선수였기에 어떻게든 잘 끌고 가고 싶었다. 그래서 테일러와 대화도 많이 하고, 훈련 과정도 그 선수에게 맞춰주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잘못됐던 것 같다. 오히려 테일러는 그런 배려를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새 외국인 선수로 셰리단 앳킨슨을 데려온 것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김 감독은 "배유나의 공백으로 트라이아웃에서 키가 큰 외국인 선수를 택하려 했다. 앳킨슨도 팀에 잘 적응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면 달랐을지 모른다"라며 "하지만 앳킨슨도 그 부분을 잘 따라오지 못했다. 부상으로 교체하게 됐지만 아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앳킨슨을 대체할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던 도로공사는 V리그 경험이 있는 테일러를 선택했다.

테일러가 이미 V리그에서 두 번이나 도망친 전력이 있었지만 도로공사에서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달라진 모습으로 나쁜 이미지를 씻어내겠다"는 테일러의 말을 순진하게 믿었다.

하지만 테일러는 지난달 20일 GS칼텍스전 출전을 끝으로 허리 부상을 이유로 대며 태업에 들어갔다.

도로공사는 인내했다. 올림픽 예선전으로 인한 휴식기가 있었기에 부상에서 회복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테일러는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만 했다.

테일러는 최근 구단과의 면담에서 '휴식기 후에도 정상 컨디션의 50% 이하로 컨디션이 유지될 것 같다'는 등 상식 밖의 의견을 제시했고,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시 출전하지 않겠다고 했다.

더는 계약을 지속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도로공사는 결국 지난 9일 테일러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또한 손해배상도 청구하기로 했다. 테일러는 11일 작별 인사도 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 감독은 "대체 외국인 선수 후보군에서 테일러를 뽑은 것부터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후회했다.

김 감독은 테일러의 빈자리를 메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