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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조민국 "골프, 공 크기만 다르지 내 킥 동작과 같더라"[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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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민국 청주대 감독. 고창 | 이용수기자


[고창=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골프, 공 크기만 다르지 내가 킥하는 동작과 같더라.”

골프 마니아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는 JTBC 골프 채널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 5’가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방영되고 있다. 변함 없는 운동 신경을 보여주는 스포츠 레전드들의 골프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OB와 YB로 나뉜 대결 구도 속에서 옛 스포츠 스타들이 펼치는 경쟁이 재미를 안기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4편에서는 OB팀의 축구 레전드 조민국(축구) 청주대 감독이 대표로 나서 캐디로 나선 이충희(농구) 감독과 호흡을 맞췄고 YB팀에서는 여홍철(체조) 교수가 캐디백을 멘 이승현(농구) 해설위원의 도움을 얻었다. 조 감독은 이날 OB팀에 이번 시즌 첫 승리를 안겼다. 그는 여 교수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활약해 승리를 따냈다.

-이번 시즌 처음 출전하는 건데, 어떤 각오로 임했나.
이번 시즌에서 축구선수 출신으로는 이운재 코치와 둘 뿐이다. 2명 중 한 명으로 선택된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 한 번도 이런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 없다. 60세가 되기 전에 이런 추억을 하나 만들 수 있어 기쁘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왔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낯설진 않았나.
실수를 많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집중력이 생기니까 큰 실수는 생기지 않았다. 의외로 좋은 경기를 했다.

-최근 JTBC ‘뭉쳐야 찬다’에 출연 중인 여홍철 교수에게 골프공과 축구공의 원리를 설명하더라.
공 크기만 다르지. 팔과 스틱을 이용한 운동이 골프다. 축구도 발로 공을 보내는 운동이다. 공을 보내는 임팩트, 우리가 흔히 말하는 킥과 너무 똑같은 것 같다. 나도 골프를 친지는 10여년 됐다. 6년째 되니깐 공을 보낼 때 내가 킥하는 동작이나 딛는 발과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그때부터 골프에 대한 감을 찾았다.

-이런 게 골프의 매력이라고 느낀 건가.
공을 보내는 게 낮게 깔리는 것도 있고 높게 치솟는 것도 있고 잘리는 공도 있다. 골프를 치지니깐 축구와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재밌어진 것 같다.

-골프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40대 중반 넘어서 시작했으니까 14~15년 정도 됐다.

-어떤 계기로 치게 된 건가.
웃긴 게 골프채는 있었다. 포장도 뜯지 않은 골프채를 가지고 있었다. 별 매력도 없었다. 나는 뛰는 것만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취미도 없었는데, 학교에서 이충희 감독 같은 레전드가 같이 라운딩하자고 불러서 가게 된 게 골프의 시작이었다. 내가 골프채를 어디다 두는지도 모르고 룰도 몰랐다.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가 웃기다. 아무 것도 모르고 필드부터 나간 거다. 연습장에서 공을 쳐 본 것도 아니었다.

-당시 이야기를 더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새 골프채를 들고 골프 하우스에 들어갔다. 그런데 골프 치는 사람들이 골프채를 들고 오지 않았더라. 작은 가방만 들고오더라. 그래서 ‘저 사람들은 골프채를 어디서 가져오나’라고 혼자 생각했다. 내가 약속 시간보다 1시간여 더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골프채를 세워두고 지인들을 기다렸다. 로비에서 책 읽으면서 사람들을 보니깐 골프채를 들고 오지 않더라.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지인들이 와서야 ‘골프채를 왜 여기다 두고 있느냐’고 말해서 골프장 시스템을 알게 됐다. 그때는 운동장에서 연락받고 온 것이었기에 갈아입을 옷도 가져오지 않았다. 그게 너무 웃겼던 것 같다.

-골프의 시작과 골프 방송의 시작을 스포츠 레전드와 시작하는 것 같다.
이충희 선배도 오랜만에 봤고 장윤철 선배도 태릉에서 보고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우지원도 내가 좋아하는 후배다. 김승현, 이운재 등 후배들도 만나면서 즐겁다. 내겐 방송이 생소한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표정 관리도 익숙하지 않고 어색하지만 나름대로 잘 하려고 노력했는데 재밌는 것 같다.

-레전드 빅매치 앞선 시즌을 확인하고 왔나.
시간이 없어 전혀 보지 못했다. 다만 이천수가 나왔다는 것만 들었다. 이천수 골프가 많이 늘었다던데, 잠깐 한 번 본 기억은 있다. 집중해서 보지는 못했다. 이천수에게 예전에 한 말이 있다. ‘천수야 내가 축구는 못 가르쳐줬지만, 골프는 내가 낫지 않느냐’고 그러니깐 ‘아니’라고 하더라. 방송에 나가면 감독님 다를 거라고 하더라. ‘방송에서 단련된 골프 실력이기에 우습게보면 안 된다’고 떠들더라. 그런데 막상 내가 카메라 앞에서니 그런 것 같더라. 나중에 천수와 기회가 된다면 함께 운동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다음 시즌에도 출연 섭외가 온다면.
모르겠다. 열심히 해보고 싶다. 이 게임을 하면서 골프를 쳐 봤다. 타이틀을 두고 상대방과 경쟁하는 것이기에 매력도 있는 것 같다. 내가 공식 시합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매력이 있다. 다음에도 스케줄만 맞다면 출연해보고 싶다.

-레전드 빅매치가 선수 시절 경쟁심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운동선수 출신들이 일반 사람들을 만나보기 싶지 않았다. 이런 곳에 오면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어 좋다. 젊은 선수들도 바깐 생활을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근황을 알려달라.
울산 현대를 그만두고 청주대에서 감독을 지내고 있다. 청주대에서 잘해줘서 보람을 느끼고 지내고 있다. 지도자로서 보람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 축구의 매력은 무엇인가.
정직인 것 같다. 선수들에게 근접해서 가르치다보면 실력이 느는 것이 정직하게 나오는 것 같다. 아쉬운 건 골프도 마찬가지로 유소년부터 기초 실력을 쌓아 왔다면 좋은 선수들이 배출돼서 직업 선수들도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지도자로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대학무대에서 얻는 점은.
기다림이다. 공격수는 다르다. 타고난 감각적인 게 있어야 한다. 미드필더는 기술적인 게 필요한 위치다. 수비수는 신체조건이 좋고 스피드가 있고 특징만 있으면 기다려준다면 선수를 만들 수 있다. 대학에서도 4년이라는 시간이 있기에 기다림을 통해 선수들을 훈련시키다보면 자연스럽게 성적도 난다. 기다려주면 실력도 향상된다. 시간과의 싸움을 잘 이용하면 될 것 같다. 프로는 단기간에 성적을 내야 한다. 대학은 몇 년의 시간을 주기 때문에 기다려주면 효과가 나온다.

-덴소컵도 지휘했다.
굉자히 부담스러웠다. 대학에서는 고참이었다. 사실 안 나가려고 애썼다. 이기려다보니 경험 있는 감독을 찾다보니깐 내가 선택됐다. 준비과정이 짧았지만 선수들이 집중력있게 해줬다. 그 부분에서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

-프로에 다시 돌아오고 싶은 목표는 없나.
만약 돌아간다면 행정에서 일하고 싶다. 선수 구성이나 감독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요즘 워낙 젊고 능력 있는 감독이 많기에 행정 쪽을 생각 중이다.

-울산에서 긴 시간 기회를 받지 못했다.
아쉬웠다. 나는 성격적으로 천천히 가는 스타일이다. 선수 구성에서 너무 급하게 인수인계받았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대회를 앞두고 있었기에 울산에서 많은 선수들이 차출됐다. 후년에 나설 선수들을 만들 생각으로 스쿼드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걸 구단에서는 못 기다려준 거다. 사실 그 선수들을 데리고 많은 경기를 했다. 나는 성격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1년을 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짧게 했다는 것이다.

-기다려주는 팬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내가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디서 팬들을 만날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진 여유로움을 다시 한 번 운동장에서 볼 날이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준비 잘 하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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