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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야심] 내년엔 군대 가고 싶어도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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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어도 못 가는 군대'. 미필자에겐 가슴 설레고(?), 군필자에겐 세상 억울한 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내년에는 이 말이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회가 오는 31일까지 병역법을 개정하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입영 대란' 벌어지고, 전역해도 '영원한 현역'이 되는 세상?

문제가 되는 건 현행 병역법 5조입니다. 이 법은 병역의 종류를 현역과 예비역, 보충역과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등 5개로 나누고 있습니다. 징병 신체검사를 해서 현역과 보충역 등을 판정하고, 전역한 병사를 예비역으로 편입하는 행정 절차는 이 법에 근거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법은 내년 1월 1일부터 법적 효력을 잃습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이 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으니, 올해 12월 31일까지 법을 고치라고 헌재는 결정했습니다.

여야는 옥신각신 끝에 법을 만들었습니다. 병역법 5조에 '대체역'을 신설하고, 대체복무자들에게 36개월간 교도소 합숙 근무를 시키는 내용입니다.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올라가 의결만 남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국당이 이 법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여야 충돌로 통과는 미뤄졌습니다. 지난 10일 가까스로 열린 본회의에서 '민식이법'과 해외 파병 연장 동의안 등 안건 16건이 통과될 때도 병역법 개정안은 표결에 부쳐지지 못했습니다.

병무청 "큰 문제 없겠지만…법적 분쟁 가능성도"
그럼 이 상태로 해가 바뀌면 어떻게 될까요. '입영 대란'이 발생하고, 전역한 병사는 영원한 현역(?)으로 남는 황당한 세상이 오는 걸까요. 병무청에 물어봤습니다. 병무청 관계자는 "정부법무공단에 자문한 결과 우선 올해까지 현역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입영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며 내년 상반기 입영 계획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내년도 첫 정기 신체검사는 다음 달 28일로 잡혀있어 시간이 조금은 남아 있고, 현역 판정·예비역 편입 처분은 한시적으로 미룰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면서도 "관련 절차가 모든 근거를 잃게 된다는 의견도 있어 법적 분쟁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장의 큰 혼란은 벌어지지 않더라도, 법 개정이 최선의 해결책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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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수사’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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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DNA 수사도 못한다?

법 개정 시한이 오는 31일까지인 건 병역법뿐만이 아닙니다.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DNA법)도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개정 시한을 올해 말로 못박았습니다.

2010년 시행된 이 법은 살인과 성폭력 등 재범 위험이 큰 11개군 형 확정자 등의 DNA를 채취해 보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찾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법입니다. 하지만 헌재는 DNA 시료 채취 영장을 발부할 때 채취 대상자의 의견 개진이나 불복 절차를 두지 않아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위헌 요소를 없앤 법안 5건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러나 논의는 답보 상태입니다. 이대로 올해를 넘긴다면, DNA 수사는 내년부터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송기헌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KBS와의 통화에서 "법안 처리에 여야가 이견이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법사위 고유 법안이고 문구 조정만 하면 되기 때문에 소위 심사와 전체회의 의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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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 마비’로 지난 11일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 대책을 발표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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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보완책' 탄력근로제는 깜깜무소식

개정 시한이 따로 잡혀있진 않지만,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제도 때문에 국회가 시급히 입법해야 하는 과제들도 있습니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보완책으로 꼽히는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그렇습니다. 내년부터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면서, 국회는 탄력근로제 입법에 서둘러야 합니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많을 때는 더 일하고, 없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여서, 단위 기간 내에 평균 주 52시간을 맞추는 제도입니다. 현행 3개월인 이 단위 기간을 두고 민주당은 경사노위의 합의안대로 6개월로 하자고, 한국당은 1년으로 늘리자고 주장해 왔습니다. 논의 끝에 여야는 6개월로 공감대를 이뤘지만, 새로운 쟁점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선택근로제입니다. 총 업무시간만 정하고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대신 탄력근로제와 달리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선을 정해 놓지 않습니다. 탄력근로제는 제조업 분야에 적합하지만, 선택근로제는 연구개발(R&D), IT 업계에 적합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현재 선택근로제의 단위 기간은 1개월인데, 한국당은 3개월로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난색입니다. 장시간 근무 관행이 있는 IT 업계는 기업 규모가 작고 노조가 힘이 약해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조건을 걸었습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쟁점 법안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조법 등의 처리를 약속하면 한국당 주장을 받아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당은 해당 법안들은 별건이라며 '패키지 처리'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환노위는 지난달 26일 여야 간사 회동을 끝으로, 법안 소위는 물론 다음 간사 회동 일정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여야 논의에 진전이 없자 고용노동부가 지난 11일 자체 보완책을 발표했습니다. 300인 이하 중소기업이 주 52시간 근로제를 위반하더라도 1년 동안 처벌을 면제받도록 계도 기간을 주겠다는 겁니다. 사실상의 시행 연기로, 국회의 '직무유기'로 빚어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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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3일) 개의를 앞둔 국회 본회의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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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충돌' 앞둔 여야…발등에 불 떨어진 법은?

국회는 오늘(13일) 본회의를 엽니다. 선거법과 검찰개혁법 등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을 두고 여야의 정면충돌이 예상됩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저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체복무제법, DNA법 등 처리에 정치권은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선거법과 검찰개혁법도 중요한 법입니다. 하지만 '발등에 불 떨어진' 법들도 있습니다. '패스트트랙 대전'이 마무리되면, 각 정당이 총선 모드로 돌입해 법안 처리는 후순위로 밀릴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내년도 국정 곳곳에 공백과 혼선이 빚어질 때, 여야가 또 서로의 탓만 하는 건 아닌지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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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진 기자 (analog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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