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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디즈니는 어떻게 '콘텐츠의 제왕'으로 거듭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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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미키마우스·백설공주로 애니메이션 업계에 혁명 일으켜

픽사·마블·루카스필름·21세기 폭스 줄줄이 인수하며 영화계까지 접수

'디즈니 플러스'로 OTT 시장 진출…OTT 1위 '넷플릭스' 아성 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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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20세기 대중문화 역사에서 가장 큰 획을 그은 '월트 디즈니 컴퍼니(Walt Disney Company)'는 미키마우스부터 백설공주, 알라딘, 겨울왕국 속 엘사까지 수많은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96년 동안 남녀노소 모두의 사랑을 받아온 애니메이션 브랜드다. 현존하는 미디어 기업 중 가장 크며, 시장가치만 2660억 달러(약 316조7000억원, 11일 시가총액 기준)에 달하는 콘텐츠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디즈니의 탄생은 19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3년 월트 디즈니(Walt Disney)와 로이 디즈니(Roy Disney) 형제가 '디즈니 브라더스 카툰 스튜디오(Disney Brothers Cartoon Studio)'라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설립한 게 디즈니의 시작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미키마우스'

1900년대 당시 디즈니 형제는 형편이 좋지 않았다. 영화 배급업자였던 찰스 민츠의 하청으로 '오스왈드'라는 토끼 캐릭터를 제작해 '오스왈드 더 럭키 래빗'이라는 시리즈를 만들었다. 하지만 찰스 민츠가 오스왈드에 대한 판권을 빼앗다시피 가져가면서 디즈니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미키마우스'다.


배신감에 분노하던 월트 디즈니는 1927년 대서양 비행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에게서 영감을 얻어 '미친 비행기'라는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당시 어릴 적 친구이자 애니메이터였던 어브 아이웍스(UB Iwerks)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고 아이웍스는 '미키마우스'의 전신인 '모티머 마우스'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미키마우스는 '미친 비행기'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하다가 1928년 최초의 유성영화 '증기선 윌리'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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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선 윌리가 상영되는 3주 동안 미키마우스에게 쏟아진 팬레터만 3만여 통이다. 당시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찰리 채플린'이 함께 공연하자는 제의가 들어올 정도였다.


월트 디즈니는 미키마우스의 스타성을 보고 상품으로 기획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용 글자판에 미키마우스를 넣는 대가로 300달러를 받았고, 193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인형부터 칫솔까지 수백 가지 미키마우스 상품을 만들어냈다. 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 굿즈'의 원조인 셈이다. 1930년대 당시 미국은 '미키마우스 세상'이라고 할 정도로 미키마우스 천지였다. 캐릭터를 상품화시킨 이듬해 미키마우스 하나로 벌어들인 수익만 3500만 달러(약 415억원)에 달했다.


애니메이션 역사의 새로운 획을 그은 '백설공주'

미키마우스의 성공을 발판으로 디즈니는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한 것. 이때 탄생한 게 바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다. 백설공주가 갖는 역사적 가치와 의미는 남다르다. 물론 백설공주 제작 전에도 다른 애니메이터들이 '사도(1917)'나 '아크메드 왕자의 모험(1926)' 등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긴 했지만 '백설공주'는 세계 최초의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또 그 전에 제작된 애니메이션과 달리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으며, 백설공주를 계기로 대중들에게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의의가 크다. 더불어 백설공주는 체계적인 서사 구조를 작품 속에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그 가치가 높다. 백설공주 이전의 애니메이션들 대부분은 유머나 위트의 표현이 중심이 됐기 때문에 백설공주의 등장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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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제국'에서 '콘텐츠 제국'으로

미키마우스, 백설공주로 시작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사업은 1990년대까지 승승장구했다. 이 시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르네상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때 개봉한 애니메이션들이 알라딘, 라이온킹, 포카혼타스, 뮬란, 타잔 등이다. 특히 라이온킹 개봉으로 디즈니가 번 매출은 전 세계적으로 7억8000만 달러(약 9250억원)다.


그런데 이때 드림웍스(DreamWorks)가 등장했다. 드림웍스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최고 책임자였던 제프리 카젠버그가 디즈니를 박차고 나와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게펜과 공동 설립한 회사로 '개미'를 시작으로 '슈렉' 등을 제작해 히트를 쳤다. 당시 '드림웍스가 디즈니의 아성을 허물었다'는 등의 평가가 이어졌고, 디즈니는 위기를 느끼고 사업을 더욱 키워나가기로 결심하게 된다.


1995년 디즈니는 '픽사(Pixar)'와 손을 잡고 '토이스토리'를 제작했다. 벅스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등을 줄줄이 히트시키며 '최강의 콤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픽사는 '디즈니가 너무 많은 것을 챙겨간다'며 계약 조건에 불만을 표시했고, 픽사와 디즈니는 결별을 결정했다. 그런데 디즈니는 픽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계약이 끝난 2006년 픽사를 무려 72억 달러(약 8조5000억원)에 사들였다.


'애니메이션 제국'을 완성시킨 디즈니는 영화계를 넘보기 시작했다. 2009년 인수한 '마블'이 그 주인공이다. 디즈니는 마블을 40억 달러(약 4조7000억원)에 인수했고, 3년 뒤인 2012년에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한 루카스 필름을 연이어 인수했다. 지난 2017년 미국 6대 영화사 중 하나인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그룹을 완성시켰다. 21세기 폭스와 합병에 쓰인 금액만 710억 달러(약 84조2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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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온 디즈니는 최근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었다. 넷플릭스가 장악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시장이다. 아마존, 애플, 컴캐스트, AT&T 등 디즈니와 비슷한 규모의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디즈니의 OTT시장 진출의 의미는 남다르다. 디즈니는 자체 콘텐츠뿐만 아니라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 폭스까지 자회사로 두고 있는 만큼 콘텐츠 경쟁력이 타사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내 역대 흥행 상위 100편의 영화 중 47편이 디즈니와 폭스 소유일 정도로 콘텐츠 제작 역량은 이미 입증됐다.


디즈니는 이미 지난달 12일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했다. 출시 당일 가입자 1000만 명을 넘기며 서비스 시작 한 달 만에 2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월 6.99달러 또는 연간 70달러 이용료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000만 달러(약 237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를 넘어설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넷플릭스도 콘텐츠를 자체제작하고 있으나 디즈니의 자체 콘텐츠 '마블'이나 '스타워즈' 등은 이미 팬층이 두꺼운 상황이라 넷플릭스보다 콘텐츠의 양은 적지만 질적인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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