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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은행 'ELT 판매 허용'에 한숨 돌렸지만…정부 "예전보다 더 팔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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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방안' 발표

원칙상 금지‥5대 주요지수 추종형 허용

고객 선택권 고려‥금감원 내년 현미경 검사

은성수 "소모적 경쟁 대신 생산적 금융 확대"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파생결합펀드(DLF) 종합대책 이행 협조’ 관련 시중·지방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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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주가연계신탁(ELT)의 판매를 막으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은행권의 강력한 반발과 주가연계증권(ELS) 시장 위축, 소비자 선택권을 두루 고려한 결과다. 은행 역시 새 수익원으로 부상하던 신탁시장을 현 수준에서 지킬 수 있어 한숨 돌리게 됐다. 국내에서 출혈경쟁을 하는 대신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추진하는 금융당국의 성의 표시를 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을 전망이다.

은행 반발에 물러선 금융위…총량 규제로 ELS 시장 통제

금융위원회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은행권에서 사모펀드는 물론 신탁 형태로 고위험 ELS를 팔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은행은 상대적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잘 갖춰진 공모펀드 중심의 판매채널로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신탁 역시 고객과 은행간 계약이 바탕이 된 일종의 사모펀드라는 판단이 깔렸다. 하지만, 은행권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전체 판매규모가 1조원도 안되는 DLF 시장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43조원 규모의 원금 비보장형 파생결합신탁(ELT)상품을 팔 수 없는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소비자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공모형을 위주로 판매하겠다며 금융당국을 집요하게 설득한 이유다.

금융당국으로서는 ELS 시장의 위축이나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비판도 부담을 느꼈다. 1%대 정기예금 대안을 찾는 투자자들은 은행에서 발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 파생결합증권(ELS·DLS) 전체 발행(116조5000억원)의 40%(약 50조원)가 은행에서 팔렸다.

금융위는 은행이나 보험권에서 신탁 형태로 고난도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되, 기초자산이 코스피200지수를 포함한 5개 대표 주가지수를 따르는 공모 ELS을 담은 신탁은 판매가 허용하는 식으로 한발 물러섰다. 은행권에서 판매되는 고위험 신탁(ELT)의 95% 정도는 공모형 ELS를 담고 있고, 이 가운데 90% 정도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대신 지난달 말 잔액 범위 내에서만 ELT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11월 말 판매 잔액이 5조원인 은행은 이 한도 이내에서만 신탁을 팔 수 있다는 뜻이다. 일종의 총량 규제를 추가해 고위험 ELS의 주 판매창구인 은행을 통제할 수단을 만든 셈이다.

안전장치 역시 대폭 강화했다. 검사와 감독이 주요 수단이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중 은행권의 신탁 등 고위험상품 판매 실태 검사에 나선다. 또 투자권유 규제나 설명의무를 잘 지켰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투자자 성향 분류의 유효기간은 1∼2년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권유를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했다. 위험감수능력 기준으로는 너무 낮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다.

한숨 돌린 은행권‥생산금융 확대 숙제

일단 은행권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날릴 뻔했던 43조원 짜리 ELT 시장을 지킬 수 있어서다. 다만, 총량 규제에 대해서는 아쉬워하고 있다. 꾸준히 성장하던 상품인데, 앞으로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은행권의 입장을 수용해 ELT 판매가 허용돼 다행”이라며 “ELT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 만큼 더 강화된 투자자보호장치를 마련해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신탁판매 허용이라는 선물을 받았으니 정부의 금융정책에 더 적극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발표에 앞서 오전에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이 제한된 국내시장에서 생산적 경쟁보다는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질타하며 은행장과 첫 대면식에서 군기잡기에 나섰다. 그는 “(직접 거론하기)거북하지만 (대형 시중은행이) 지방까지 진출할 것까지 있느냐는 시각도 있다”며 “신시장개척 경쟁, 소비자보호 경쟁, 신상품개발 경쟁과 같이 생산적인 경쟁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최근 들어 은행들도 아이디어와 기술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기술금융과 동산금융 비중을 확대하고는 있으나,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술금융이나 기업금융 분야의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등 창업·벤처 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의 자급공급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밖에도 “은행권이 금융소비자 보호와 포용적 금융 확대에도 더욱 힘써 나가야 한다”며 “중금리 대출을 많이 흡수하고, 서민금융 지원강화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DLF 사태 이후 은행의 신뢰가 실추됐으나 변화와 도약을 위한 전화위복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은행장들이 치열하게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 위원장이 주문한 내용에 대해 은행장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을 돕기 위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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