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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대로 꼬인 韓·中·日·홍콩, 동아시안컵은 축구 아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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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中日戰 '소림축구' 양상… 수비수가 이단 옆차기 경고 받아

韓日戰은 수출규제·지소미아… 韓中戰은 사드·미세먼지 영향

대회 마지막 날 중국·홍콩 경기…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 주목

한국과 홍콩 축구대표팀의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옛 동아시안컵) 경기가 열린 11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 킥오프 전 중국 국가(國歌) '의용군 행진곡'이 흘러나오자 경기장 남쪽 스탠드에 있던 홍콩 팬들이 등을 돌리고 서서 야유를 퍼부었다. 최근 홍콩에서 반(反)정부 민주화 시위가 6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이를 과잉 진압하는 중국 정부에 대한 반감이 묻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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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국과 홍콩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경기에서 홍콩 원정 팬들이 경기장에 현수막을 걸어 놓은 장면. 'Die for Hong Kong(홍콩을 위해 죽자)'이라고 쓰여 있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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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총 관중 1070명 중 홍콩 팬은 50여명. 일부 팬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이들은 경기 전부터 목청껏 "홍콩에 자유를(Free the Hong Kong)" 구호를 외쳤고, '홍콩을 위해 죽자(Die for Hong Kong)'는 살벌한 문구가 적힌 붉은 현수막도 내걸었다. 한 팬은'광복 홍콩시대'란 현수막을 관중석에 펼쳤다가 정치적 구호나 행동을 금한 FIFA 규정에 위배한다는 이유로 보안 요원으로부터 제지당했다.

보안 관계자는 "'홍콩을 위해 죽자' '홍콩의 힘'이라고 적힌 현수막은 딱히 민주화 시위하고만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려워 허용했다"고 말했다.

한 홍콩 서포터는 "우리는 홍콩을 사랑하고 홍콩 축구를 응원하는 팬일 뿐, 너무 정치적으로 몰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서포터는 조금 뒤 "18일 중국전에선 오늘보다 더 열띤 응원전을 벌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동아시안컵은 축구 아닌 전쟁?

격년제로 올리는 E-1챔피언십은 올해로 8회째다. 동아시아 국가의 실력 향상과 교류를 위해 열리는 대회지만, 올해는 참가국 간 안보 갈등을 심화시킨 사건이 최근 빈번하면서 '전쟁 같은 축구'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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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개막일인 10일 중국과 일본의 남자부 경기(2대1 일본 승)에서는 전반 31분 중국 수비수 장즈펑이 공중 볼이 날아들자 이단 옆차기 동작으로 일본의 하시오카 다이키 머리를 가격해 옐로 카드를 받았다. 중국 수퍼리그에서 뛰는 한국 수비수 김민재는 "중국 선수들이 자국 리그에서는 그러지 않는데 이상하게 대표팀에만 오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은 아직도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분쟁이 한창이다. 중국 해경선 네 척은 지난 11일 열도 부근 일본 영해를 침범해 1시간 반 동안 항해하는 '무력시위'를 벌여 일본 외무성의 항의를 받았다. 중국과 일본은 여자대표팀이 14일 맞붙는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15일 중국과 2차전을 벌인다. 지난 2016년 주한미군이 북한 미사일에 대비해 미국의 방어용 고고도 요격미사일 사드(THAAD)를 도입하자, 중국은 한국 관광 금지 조치로 대응해 반감을 샀다. 국내 일부 팬들은 중국발 미세 먼지를 빗대 15일 경기를 '먼지 더비'로 부르기도 한다.

◇홍콩-중국, 한일전에 경찰 초비상

대리전쟁의 하이라이트는 대회 마지막 날인 18일이다. 홍콩과 중국 남자대표팀이 오후 4시 15분에 맞붙는다. 뒤이어 오후 7시 30분엔 최근 수출 규제 조치와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위기로 외교 관계가 파국 직전까지 갔던 남자부 한·일전이 열린다. 부산지방경찰청은 홍콩과 중국의 경기가 열리는 18일 아시아드경기장 일대에 경비 인력 4개 중대를 포함해 경찰특공대, 관광경찰대 등 400여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6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의 A매치에 경비 3개 중대만 배치한 것보다 훨씬 많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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