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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예산·공천 거래설 돌더니… 문희상 아들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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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세습·黨의 보은 논란에도… 文의 아들 "피하지 않겠다"

현재 의정부갑 상임위원장, 출마땐 신인 가산점까지 받아 유리

조선일보

문희상(왼쪽), 문석균


'지역구 세습' 논란이 일고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석균(48)씨가 12일 "피하지 않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문 의장이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기 위해 2020년 정부 예산안 처리 과정 등에서 노골적으로 여당 편을 들어준 것이었다며 반발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적절치는 않다"는 말이 나온다.

석균씨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세습 논란을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그러나 현직 국회의원 아들이라고 해서 공정한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것조차 막힌다면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석균씨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문 의장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석균씨는 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변호사 아버지 아들이 변호사가 됐다고, 의사 아들이 의사가 됐다고 해서 세습이라고 비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석균씨는 "아버지는 평소 내가 정치하는 것을 만류했고, '정치적으로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아버지가 공격을 받는 것은 억울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문 의장이 아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기 위해 예산안 통과를 밀어붙인 것"이라며 "시대착오적 공천 세습을 위해 각종 법안을 날치기했다"며 강력 비판했다. 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국회의장의 아들이 내년 총선에 나가겠다며 '세습 배지'를 따내겠다고 선언했다"며 "'512조원'짜리 보은 공천이 실제 이루어질지 온 국민과 함께 지켜보겠다"고 했다.

실제 문 의장은 최근 국회 대치 상황 때마다 일방적으로 민주당 편을 들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선 안건 상정 순서를 바꿔가며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먼저 표결에 부치고 통과시켰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이 법적 근거도 없는 범여 합의체가 만든 예산안 통과에 협조한 것이다. 한국당은 당시 '아들 공천' '공천 세습'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 10월 해외 순방 중에는 "내년 총선에서 과반이 아니라 3분의 2를 어느 당이든 몰아줬으면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법안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주장에 따라 부의 날짜를 정했다가 야당 반발로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아들에게 곧바로 지역구를 물려준 전례는 거의 없었다. 세습한 경우는 있었지만 통상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에 아들이 출마하는 식이었다. 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김진재 의원이 사망한 지 3년 뒤 출마했고,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아버지 김상현 전 민주당 고문과 다른 지역구에서 출마했다.

석균씨는 현재 의정부에서 '숭문당'이라는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 민주당 공천 기준에 따라 '신인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석균씨 출마 얘기는 2016년 총선 때부터 나왔었다"며 "당 전체에 타격이 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문 의장은 "아들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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