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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만 바라보다… 은마아파트 지하실엔 폐기물 2300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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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때 버리고가면 지하실에 방치… 책상-이불 등 생활쓰레기 가득

바닥에 물고여 여름엔 모기 온상… 대표회의 “처리비용 15억” 외면

재건축 지연되며 주거개선 손놔… 참다못한 주민들 구청서 농성


동아일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한 동 지하실에 의자, 책상, 인형 등 생활쓰레기가 버려져 있다(왼쪽 사진). 이 아파트 28개 동 각 지하실에 이런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은마아파트 주민 2명이 12일 오전 아파트 주거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강남구청 안에서 농성 중인 모습.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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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재건축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곳 주민들은 아파트 주변에 하천이나 대형 쓰레기장 같은 시설이 없는데도 여름만 되면 모기 등 벌레가 많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런 궁금증을 적은 글들이 올여름 주민들이 참여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왔다고 한다. 원인을 찾아보기로 하고 나선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 각 동 지하실을 보고 놀랐다. 전체 28개 동 각 지하실엔 냉장고와 책상, 의자, 이불, 가방 등 총 2300t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는데….》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 동의 1층 복도.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자 녹슨 철문이 나왔다. ‘문을 꼭 닫아주세요. 모기 물려 아파요.’ 철문엔 이런 글이 붙어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금은 단종된 오래된 냉장고를 비롯해 커피포트, 의자, 책상, 장롱, 소파, 이불, 가방, 방석 등 생활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걸음을 뗄 때마다 바닥에 쌓인 흙먼지가 올라왔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배수관과 통신선 곳곳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녹슨 배수관에서 떨어진 물이 바닥 곳곳에 고여 있었다.

28개 동 4424가구가 사는 은마아파트 각 동엔 이런 지하실이 1, 2개씩 있는데 모든 지하실엔 생활쓰레기를 포함한 폐기물이 버려져 있다. 대부분 이사 가는 주민들이 아파트 주변에 버린 것인데 이를 경비원들이 지하실로 옮긴 것이다.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최고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누가 버리고 갔는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지하실 쓰레기가 문제가 되자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2014년 쓰레기 양을 추산한 적이 있는데 당시 2300t가량 되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경비원 등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지하실에 이런 쓰레기가 쌓여 있다는 걸 아는 주민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올여름 주민들이 참여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들이 올라오면서 많은 주민이 지하실 쓰레기의 존재를 알게 됐다. 아파트 주변에 하천이나 대형 쓰레기장 같은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모기 등 벌레가 많으냐고 궁금해 하는 내용이었다. 주민들은 원인을 찾아나섰고 결국 지하실 쓰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아파트에 사는 30대 여성 A 씨는 “여름만 되면 모기가 너무 많은 게 늘 이상했는데 쓰레기가 방치된 지하실에 고인 물 때문에 그런 거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주민들은 각 동 대표를 통해 ‘지하실 청소’를 동대표자회의에 안건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표자회의는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28개 동에 있는 각 지하실의 쓰레기를 다 치우려면 15억 원의 비용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단지 내 실거주자의 65% 정도는 세입자다. 쓰레기를 치우려면 집주인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재건축될 아파트에 굳이 그런 돈을 쓰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쓰레기 양이 많은 지하실만이라도 청소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고장 난 엘리베이터 수리와 아파트 도색, 수도관 교체 등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 속도는 더디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2002년부터 재건축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일부 주민이 아파트의 여러 문제점을 공론화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아파트 운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민 15명은 11일 강남구청을 찾아 내년으로 예정된 재건축추진위원장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구청이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 중 일부는 구청 건물 안에 간이 돗자리와 이불을 펴고 밤샘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농성에 참여한 여성 B 씨는 “아무리 요구해도 개선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난생처음 집 밖에서 농성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예정 지역의 경우 수도관이나 가스관에 녹이 스는 등 관리상의 문제가 생기는데 지하실에 쓰레기가 방치된 은마아파트는 정도가 많이 심각한 편”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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