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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밀착카메라] 직거래 사기 피해자들, '1원 송금'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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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직거래 사기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주 밀착카메라가 이런 사기 행각에 일반인의 계좌가 도용돼서 범인을 잡기가 어렵다고 전해드렸습니다. 저희가 좀 더 취재를 해보니까 재택 알바를 시켜주겠다고 모은 개인 정보들을 직거래 사기에 악용하고 있었습니다. 밀착카메라가 포착했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인터넷에 올라온 귀금속 판매 글.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사고 싶다고 하니 70%를 계약금으로 보내라며 매장 주소와 사업자 등록증도 보내줍니다.

비싸다고 하자.

[고민하는 척 하네요. 20만 원 깎아달라고 그랬더니 30만 원 깎아주네요.]

통화를 시도해보니 안심을 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사기 가해자들 통화녹음 : 네, 제가 대표예요. 지금 접수를 하고 있어요. 저희 남편 바꿔 드릴게요. 처음엔 다 얼굴 안 보고 하니까 걱정 많이 하더라고요. 방문 결제도 가능한데.]

주소는 진짜일까.

거리뷰를 통해 근처에 같은 간판을 쓰는 금은방을 발견하고 연락해봤습니다.

[실제 금은방 : 여보세요. (거기 00당이죠?) 네. (블로그에 판매 글 올리신 분인가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제가 피해를 봐서…. 시계 같은 고가 명품 시계 싸게 판다고 해가지고 이렇게 해서 사라고 우리 가게 상호 찍어서 올려놓고 자기들이 계약금 챙기는 게 아닌가….]

계좌도 도용됩니다.

재택알바를 지원한 일반인들 것을 함부로 쓰는 겁니다.

이렇게 사기 행각을 통해서 돈이 입금이 되더라도 해당 계좌주는 실제 사기를 통해서 본인 계좌로 돈이 들어왔다는 점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1원씩을 실제 계좌주에게 보내면서 당신의 계좌가 사기에 쓰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후, 실제 계좌주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1차 계좌주 : 000에다가 제가 지원을 했거든요? 재택알바라고 일급을 7만원 준다고 해서. (지금 00씨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위조해서 하고 있는데….) XXX들이네 진짜. 여기 명함도 보니까 김00(본인 성명)이라고 딱 나와 있어요.]

하루 전날 이 계좌에 돈을 넣었던 피해자 중 한 명은 귀금속이 아닌 가전제품에 당했습니다.

[사기 피해자 : (액수가 크신데, 285만원. 이 업체에 대해 알아보실 생각은 안 하셨어요?) 찾아보니까 있는 업체더라고요. 여자 직원이 받았고, 상품 문의한다니까 매니저라고 남자 바꿔주더라고요.]

재택알바를 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제공한 개인정보가 여러 사기 건에 동시다발적으로 쓰이는 겁니다.

이런 1차 계좌주들에게 입금된 피해자들의 돈은 다른 2차 계좌주에게 전달됩니다.

[2차 계좌주 : 많이 이체할 때는 400만원, 500만원 이렇게도 있었기 때문에 '아 물건 환불 건인가?' 업체명으로 돼 있어서 전 더 의심을 못 했어요. 일단 고수익이고 집에서 할 수 있고 그래서 사실 큰 의심 없이 했었고….]

피해자들의 돈은 결국 해외 가상화폐 시장에서 돈세탁을 거치는 것으로 의심됩니다.

[사기 피해자 모임 스태프 : 비트코인 그거 구매하는 그 알바하는 분이 한 4억 얼마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했다고….]

꼼꼼히 따져보면 허점도 있습니다.

사업자 등록증 직인이 위조됐거나.

[울산 중구 세무서장이고. 그런데 직인이 지금 자세히 보면 용인 세무서장의 인. 용인.]

위조 신분증도 티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기 조직을 뒤쫓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피해자들입니다.

피해자들이 모여 매일같이 사기글을 찾아 속고 있는 계좌주에게 연락을 취하는 겁니다.

1원씩 보내며 송금을 막는 대응이 전부지만, 이만큼 사기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도 없어 보입니다.

[사기 피해자 모임 스태프 : 뭐 신고를 해도, 이런 온라인 사기 같은 경우는 중요하지 않은 그런 흔하디 흔한? 가벼운 사건 정도로만 보는 것 같고… 돈이 계속 다른 계좌로 이체되고 빠져나가는 속도는 빠른데….]

이런 조직적인 사기 범죄를 신고하고도 피해자들이 경찰과 검찰로부터 돌려받게 된 것은 더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이런 처분 결과 통지서들뿐입니다.

수사기관을 비웃듯이 사기 행각을 이어가는데, 피해자들이 사기를 막아보겠다고 1원씩 보내고 있는 이 상황이 요즘 말로 웃픈 현실인 것 같습니다.

(인턴기자 : 조민희)

정원석 기자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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