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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피해자 진술만으로… ‘1.3초 곰탕집 성추행’ 유죄 확정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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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원심대로 징역 6월·집유 2년 / “피해자 허위 진술할 이유 없어” / 직접 증거 없이 성추행 인정사례 / 피의자, 국민청원 등 억울함 토로 / 사건 2년 만에 결론… 논란 가능성

세계일보

추행 여부와 징역형을 선고한 법원 양형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 피고인 남성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는 12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39)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는 2017년 11월26일 오전 1시10분께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일행을 배웅하던 중 옆을 지나치던 여성 엉덩이를 움켜잡은 혐의로 기소돼 검찰이 구형한 벌금 300만원보다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곰탕집 CCTV 캡처


지난해 성추행 여부를 놓고 ‘젠더대결’로까지 확대됐던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피고인에게 2년 만에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일관되고 신빙성 있는 진술만으로도 성추행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2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최모(39)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아울러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 및 160시간의 사회봉사,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3년간 취업제한도 함께 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최씨는 2017년 11월 26일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모임을 마친 뒤 일행을 배웅하던 중 옆을 지나치던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혐의(강제추행)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식당 폐쇄회로(CC)TV 영상의 증거능력이 쟁점이 됐다.

1·2심 재판부 모두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데다 모순되는 지점이 없는 점을 들어 유죄를 인정했다. 1심은 검찰 구형(벌금 300만원)보다 무거운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최씨를 법정구속했다. 1심은 “피해자가 피해내용 등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손이 스친 것과 움켜잡힌 것을 착각할 만한 사정도 없어 보인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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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 식당 CCTV 분석 결과 피해자와 스쳐 지나치는 시간이 단 1.333초에 불과한 점, 초범인 최씨에게 실형이 선고됐던 점 등이 논란이 됐다. 2심 역시 최씨의 성추행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추행 정도와 가족들의 탄원이 고려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 사회봉사 16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3년간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가 경찰 조사에서 신체접촉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식당 내 CCTV를 본 뒤 신체접촉이 있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신체접촉 여부와 관련해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했다”며 피해자의 진술과 달리 최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짐으로써 강제추행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 심리미진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중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진술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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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6일 ‘곰탕집 성추행 사건’ CC(폐쇄회로)TV 화면. 연합뉴스TV 캡처


1심 재판 이후 최씨 아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하다는 사연을 올렸고, 이 게시물에 33만명 이상이 서명하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1심 판결 이후 지난해 10월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선 1심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항의하는 맞불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당시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측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만 있으면 사법부가 무죄추정 원칙을 어기고 유죄로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페미니즘 단체인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은 “가해자 진술엔 의혹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피해자 진술만 문제시하는 건 성범죄 피해자가 겪어온 2차 피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나온 직후 최씨의 아내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의로운 소식으로 이곳에 글을 남기고 싶었는데 이제 다 끝이다. 이제 저희가 더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심정을 밝혔다. 그녀는 “대법원 특수감정인으로 등록된 법 영상분석소에서 과학적으로 분석한 영상자료도 모두 무시된 채 일관된 진술 하나에 제 남편은 강제추행이라는 전과기록을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며 “제 남편의 말은 법에서 들어 주지 않고 이제는 더 말할 기회조차 없는데, 저희는 어디 가서 이 억울함을 토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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