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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예산 부수 법안보다 예산안 먼저 처리…독재시절에나 있었다? [FACT 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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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마감일인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이른바 ‘4+1 협의체’가 마련한 예산안으로, 한국당은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심재철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래 예산 부수 법안을 먼저 처리한 뒤 예산안을 처리하게 돼 있었는데 완전히 순서를 바꿨다”며 “처리 과정상 절름발이, 날치기에다 법적 근거 없이 몸통만 있는 예산안을 통과시키고는 국민에게 ‘세금 더 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또 본회의가 산회한 뒤 의총에서 “오늘은 입법부 치욕의 날로, 날치기 통과된 예산은 위헌이며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오늘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예산안을 예산 부수 법안보다 먼저 처리한 행위가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었던 전례”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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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의원 글에 따르면 “예산안을 예산 부수 법안보다 먼저 처리한 전례가 정말 있느냐”는 민 의원의 물음에 문 의장이 “있다. 의사과에서 다 확인했다”고 답했다.

민 의원은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군사 독재시절에 있었던 전례다”라고 말한 것을 전하며, 글 말미에 “군사정권 아래서 민주화 투쟁한 전력을 자랑하시는 문희상 의장, 창피하지 않냐”며 “현 정권이 당신들이 증오해 마지않는 그 군사독재와 뭐가 다르냐”고 주장했다.

◆예산안 먼저 상정은 불법이다? -> 대체로 사실 아님

한국당은 예산 부수 법안보다 예산안을 먼저 상정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행동이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예산 부수 법안은 26건이 상정 예정이었다.

10일 오전만 해도 239건의 본회의 안건 가운데 예산안은 231번째로, 예산 부수 법안보다 뒤 순서에 있었다. 이날 오후 8시 38분 국회 본회의가 속개되자 국회의장은 내년도 예산안을 1번 안건으로 삼았다.

한국당은 여야 3당 교섭단체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예산안에 대한 합의점이 마련되지 않자, 안건 목록상 예산안보다 앞에 있는 예산 부수 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예산안 상점 시점을 늦춰 예산안 처리를 저지하려 했으나 문 의장이 예산안을 첫 안건으로 상정함으로써 이에 실패한 것이다.

한국당의 말대로 관행을 따르지 않고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건 불법일까?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본회의 개최 권한, 안건 상정 권한과 더불어 안건 순서 등을 정하는 의사일정 작성 권한까지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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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제77조(의사일정의 변경)는 “의원 20명 이상의 연서에 의한 동의로 본회의 의결이 있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의장은 회기 전체 의사일정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 변경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사무처 의사과에 따르면, 국회법에 따라 예산안의 상정 순서를 바꾸는 것과 같이 의사일정의 변경이나 안건 추가 등은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진행될 수 있다. 예산 부수 법안을 예산안보다 먼저 상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예산안 우선 처리는 독재 시절에나 전력이 있다? -> 전혀 사실 아님

그렇다면 민경욱 의원의 말대로 예산 부수 법안보다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것은 오랜 관행을 깬 일이었을까? 예산안을 우선 처리한 경우는 독재 시절에나 있었다는 민 의원의 말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국회에서도 예산 부수 법안보다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전례가 있다. 당시 정의화 국회 부의장은 2010년 12월 8일 제15차 본회의 사회를 맡았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본회의가 시작되자 정 부의장은 “의사일정 제1항을 상정할 순서입니다마는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서 예산안을 포함한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 먼저 상정하고자 한다”며 2011년도 예산안과 2011년도 기금운용계획안 등의 안건을 가장 먼저 상정했다. 예산안은 장내 소란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재석 167인 중 찬성 166인, 반대 1인으로 가결됐다. 2009년 본회의 역시 예산안이 예산 부수 법안보다 먼저 처리됐다.

검증결과

심 원내대표가 제기하는 예산안 통과의 불법성은 합의되지 않은 예산안의 내용이나 이전 과정의 절차성 등 다양한 근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의사일정 순서를 바꾼 것이나 예산 부수 법안보다 예산안을 먼저 상정한 것은 국회법상으로 불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2010년의 예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예산안이 예산 부수 법안보다 먼저 처리된 것이 독재 시절에나 있던 일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장현은 인턴기자 jang54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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