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MT리포트]베트남 휘감은 '박항서 신드롬' 韓기업도 '쌀딩크 매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오진영 인턴기자, 이재은 기자, 이학렬 기자, 김수현 기자, 최연재 인턴기자, 김도엽 인턴기자, 김남이 기자, 김고금평 기자] [편집자주] 40대의 박항서와 60대의 박항서가 두 국가의 꿈(2002년 월드컵 4강 한국, 2019년 동남아시안 게임 베트남 남자축구 우승)을 이뤄냈다. 스타플레이어도 우승 감독도 아니었지만 그의 손길은 매직이었다. 베트남에서 구세주이자 파파(아버지)로 불리는 박항서 리더십의 비결은 무엇일까.

[박항서 매직, 파파 리더십(종합)]



박항서호 경기날엔 삼성 QLED TV 광고가…



삼성전자, TV·스마트폰 등 박 감독 적극 활용 마케팅…베트남내 기업 '박항서 효과' 기대



머니투데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 TV에서 방영되는 삼성 QLED TV CF /사진=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TV 화면 속 박항서 감독이 경기 중인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열정적으로 코칭하고 있다. 선수가 슛을 날리자 축구공이 높이 솟았다가 TV화면 밖으로 날아간다. TV 화면 밖, 각지에서 대표팀을 응원하던 베트남 관중들이 축구공을 받아 서로에게 패스한다. 결국 QLED TV 화면 속 박 감독이 마지막으로 축구공을 건네받는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 베트남 현지 중계방송 채널에선 삼성 QLED TV CF가 특별 방영된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때 박 감독의 친근한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삼성전자의 마케팅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이 10일 동남아시아(SEA) 게임 60년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면서 베트남 내 한국 기업에 '박항서 효과'가 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박항서 특수'를 적극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3월부터 박 감독을 브랜드 홍보대사로 영입하고 TV CF와 거리광고 등 마케팅에 그를 내세웠다. 지난해 5월 베트남 현지에서 방송되는 삼성전자 QLED TV 광고모델로도 발탁했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유튜브 계정엔 박 감독을 활용한 홍보 동영상이 10개 이상 게재됐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TV 시장에서 2014년 5월 이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베트남 내 시장 점유율은 2017년 41.6%, 2018년 42%, 올해(10월까지 누적) 42.6%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갤럭시 S10+' 박항서 에디션을 한정 출시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만 2000개 한정으로 내놓은 이 모델은 한 달여 만에 완판됐다.

소비자 판매가가 2399만동(약 122만원)으로 일반 갤럭시 S10+제품보다 100만동(약 5만원) 비쌌지만 현지에서 인기가 높았다. 삼성전자가 제품 출시를 기념해 현지에서 개최한 팬미팅엔 박 감독이 직접 참석해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껏 높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이 베트남에서 16만명을 고용하며 기업 이미지가 워낙 좋은데다 박항서 감독까지 국민영웅으로 떠오르면서 매출과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박항서 감독 모델 발탁으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삼성은 베트남에서 일찌감치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리포트(VNR)가 지난달 발표한 2019년 가장 큰 500대 기업(VNR500) 리스트에서 1위에 올라 3년째 1위를 지켰다. 기업의 매출 성장 속도, 이익, 총자산, 노동력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라 의미가 깊다.

삼성전자는 1995년 베트남 호치민에 법인을 설립하며 현지에 진출한 뒤 2008년 하노이 인근 박닌성 옌퐁공단, 2013년 타이응우옌성 옌빈공단에 휴대폰 1·2공장을 지었다. 2014년엔 호찌민 사이공 하이테크파크에 5억6000만달러를 들여 소비자가전(CE) 복합단지도 건설했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 수출액은 600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현지 직원은 10만명이 넘는다.

LG전자는 박 감독을 직접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지 않지만, 박 감독 인기에 따른 현지 매출 증가 및 브랜드 제고 간접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1995년 베트남에 진출한 LG전자는 현재 베트남 하이퐁 통합생산공장에서 TV와 세탁기, 에어컨, 휴대폰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2028년까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다른 계열사와 함께 15억달러(약 1조6930억원)를 투자, 하이퐁에 글로벌 생산 기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 내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라며 "구체적인 숫자로 환산되긴 어렵지만 베트남 내 한국 기업들이 제품 인지도 제고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베트남, 전쟁한 나라로만 알았는데…" 박항서 고향 산청도 열광

박항서 감독 지휘하는 베트남 U22 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동남아시안게임 우승…환호하는 산청군 주민들

"월남(베트남)은 전쟁한 나라로만 알았는데, 산청 사람이 거서 잘 나간다니 좋제."

박항서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 U-22 축구대표팀이 역사상 처음으로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쥐자 고향인 경남 산청군의 주민들도 열광하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동남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베트남 U-22 대표팀이 인도네시아를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하자 산청군의 주민들은 TV로 축구를 시청하며 기뻐했다.

태어나 줄곧 산청에서 거주한 민 모씨(82)는 "축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산청 사람이 감독을 맡았다니 밤 중에 경기를 봤다"면서 "(우승하고)손을 번쩍 치켜드는데 주책없이 눈물이 나더라. 더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소 축구를 즐겨 보는 산청군 삼장면 주민 조 모씨(30)는 "친구들과 모여 '치맥'을 먹으면서 '산청 사람'이 이끄는 베트남을 한국처럼 응원했다"며 "우승할 땐 너무 소리를 크게 질러 주무시던 어머니께 혼나기도 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박 감독은 산청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조선 시대의 명의 허준이 집필한 '동의보감'이후로 가장 잘 나가는 '히트 상품'이 됐다. 이미 지난 10월부터 산청군에서는 베트남 사람들을 대상으로 산청군을 돌아보는 여행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민폐가 될까 거주지 근처로는 가지 못하지만, 산청군청 관계자는 "박 감독의 고향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시는 베트남 분들이 계신다"면서 "관련 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해 주민들의 불편도 최소화하면서 베트남 여행객 유치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베트남 관광객이 산청군 동의보감촌을 방문해 이재근 산청군수와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있다. / 사진 =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 감독이 거주하던 산청군 생초면에서는 관내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려 박 감독을 축하할 예정이다. 거주하는 사람이 적고 한적해 화제거리가 드문 시골 마을에서는 '고시 패스'나 대학 합격을 축하하려 현수막이 걸리는 일이 잦은데, 박 감독의 '대형 사고'를 축하하려 생초면의 이장단·체육회 등은 현수막 6개를 내걸고 "산청군의 자랑 박항서 파이팅"등의 문구를 기록할 것으로 알려졌다.

곶감·딸기·양봉 등 산청군의 특산물 업계도 몰려드는 '박항서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산청군청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오신 관광객들이 곶감이나 꿀 같은 특산품을 사 가시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리산의 맑은 물로 키운 산청 특산품이 박 감독에게 열광해 산청군을 찾은 베트남 관광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품질 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산청군은 베트남의 국민 영웅 '쯔놈(Thầy ·선생님이라는 뜻의 베트남어 존칭)' 박 감독 부임 이후로 베트남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집중적으로 대 베트남 관광정책을 펼쳐온 산청군을 찾은 베트남 관광객은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20여 차례에 이르며, 지난 28일에는 산청군과 에어부산의 업무협력으로 20여 명의 베트남 관광객이 산청군을 찾아 박 감독의 모교와 축구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오진영 인턴기자


"발 주무르고 볼 쓰다듬고" 박항서는 '파파 닭’

언어 장벽 뛰어넘은 박항서의 '파파·스승·스킨십 리더십’

머니투데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이 10일(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SEA) 게임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3-0으로 이기고 승리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이 10일(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SEA) 게임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이기고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베트남은 동남아시안게임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큰 성과 뒤엔 박 감독 특유의 리더십이 있었다. 새끼를 보호하는 닭, 파파(아빠), 스승 같은 리더십을 보여주며 베트남 축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다.

◆발 주무르고 볼 쓰다듬고… 말 대신 '스킨십'으로

박 감독은 한국인으로서 베트남어나 영어에 능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베트남 축구를 성공적으로 이끈 데는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박 감독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선수들을 보살피고, 선수들과 스킨십을 늘려 감정 교류를 하는 등 '아래를 향한 리더십'을 보여왔다.

선수들과의 스킨십은 박 감독이 가장 중요시 여긴 리더십 중 하나다. 박 감독은 지난 4월 국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처음 베트남에 갔을 때 영어와 베트남어를 할 줄 몰랐다"며 "내가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킨십(육체적 접촉)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매 경기가 끝나면 나는 주장과의 스킨십 통해 긍정적인 요소를 보여준다"며 "팀이 패했을 때는 더 안아주고 등을 토닥거렸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사진=수비수 딘흐 트롱 SN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수비수 딘흐 트롱 선수가 SNS(사회연결망서비스)에 올린 8초짜리 동영상도 스킨십 리더십의 사례였다. 당시 딘흐 트롱은 '선수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감독님'이란 설명과 함께 박 감독이 발마사지기를 통해 발을 문질러 주는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이 화제가 되자 박 감독은 "마사지하는 게 찍힌 줄 몰랐다. 의무실에 의무진이 2명밖에 되지 않아 손이 모자란다. 시합에 나갈 선수가 혼자 마사지를 하고 있어서 해줬다"면서 "소집 기간에 SNS를 금지하는데 이 친구가 동영상을 찍어 올려 많이 혼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선수들을 품는 스킨십으로 화제가 됐다. 베트남 국영TV인 VTV가 찍어올린 영상에 따르면 베트남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대회에서 우승한 뒤 선수들은 박 감독의 기자회견장에 갑자기 뛰어들어왔다.

이후 선수들은 박 감독에게 물을 뿌리고 껑충껑충 뛰더니 박 감독을 잡아 흔들고 탁자도 내리쳤다. 기쁜 마음에서 한 행동이었지만 박 감독의 얼굴과 안경에 물이 묻고, 기자회견이 잠시 중단되는 등 분위기가 애매해졌다. 하지만 박 감독은 싫은 내색 없이 선수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한 선수의 볼을 쓰다듬고 어깨를 토닥였다.

◆힘든 좌석 앉아 새끼 닭 보호하는 아빠 닭 '박항서’

박 감독은 부모님에 비유될 정도로 무한하고 끝없는 사랑을 보여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는 '파파 리더십'이라고 불렸다.

지난해 화제가 된 '비즈니스석 양보'도 박 감독의 부모 마음을 잘 보여줬다. 박 감독은 지난해 12월7일 스즈키컵 결승이 열리는 말레이시아로 향하면서 부상당한 선수에게 항공기 비즈니스석 자리를 양보했다.

당시 선수들은 이코노미석을 배정받았는데, 허리 부상으로 준결승 1·2차전에 모두 출전하지 못한 도 훙 중을 마음 아파하던 박 감독이 그에게 다가가 자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코노미석으로 옮긴 박 감독은 비행 도중 옆자리의 선수들에게 차가운 물병을 갖다 대는 등 장난을 치며 함께 어울렸다.

그는 이에 대해 이후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기 자식이 허리가 아픈데 내일 시합이 있으면 어느 부모가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겠냐"라며 "화제가 될 지 몰랐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몸보신에 좋은 음식을 챙기는 등 전형적인 한국인 부모상을 보여왔다. 박 감독은 지난해 8월 가벼운 부상으로 출전 명단에 오르지 못한 선수에게 인삼을 선물했다. 베트남 현지 매체 봉다는 "박 감독이 리그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로 내려가 부상당한 응구엔 투안 안을 만나 몸 상태를 묻고, 특별한 선물인 인삼을 건넸다"고 전했다.

바쁜 와중 선수들의 결혼식도 모두 참석했다. 박 감독은 지난해 4월 베트남 대표팀 미드필더인 도 훙 둥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도 훙 둥 부부는 박 감독과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 당시 베트남에서는 "지난해 6월 열린 킹스컵 준비에 바쁜 박 감독이 제자의 결혼식에 참석해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다"며 그의 아버지 리더십을 높이 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박 감독은 진짜 부모처럼 선수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한 몸 아끼지 않고 뛰어들었다. 지난 10일 동남아시안 게임 결승전 후반 32분, 박 감독은 거친 플레이를 하는 인도네시아 선수들로 인해 심판 판정에 항의했다. 그럼에도 주심이 반칙 선언을 하지 않자 항의는 격해졌다. 퇴장을 각오한 박 감독의 전략적 행동이었다.

베트남 언론 ZING은 "박항서 감독은 심판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았고, 불만을 표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박 감독은 마치 '새끼를 보호하는 닭' 같았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의 독특한 리더십 덕분에 선수들 사이엔 박 감독을 아버지처럼 섬기며 그를 전적으로 따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콩푸엉 선수는 "베트남 선수들은 박 감독님을 아버지처럼 여기고 있다"며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본인의 리더십이 화제되는 게 민망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그런 일들이 자꾸 회자되는데, 모든 지도자가 하는 일"이라며 "그런 배려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석휘 한국리더십센터 퍼포먼스컨설팅그룹 본부장은 "박 감독의 '파파 리더십'은 아무 리더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박 감독은 모든 선수들의 사소한 것들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일대일 미팅을 통해 관심을 갖고 지도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박 감독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게 됐고, 개인의 니즈와 성장을 위해 박 감독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 도움을 받았다"고 평했다.

이 본부장은 "또 박 감독은 모든 걸 투명하고 실력에 따라 공정하게 해 '신뢰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이 모든 것을 통해 박 감독은 베트남을 이기는 게임을 하는 팀으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박항서 효과…베트남에 '금융한류'가 분다

머니투데이

박항서 베트남 축구 감독이 10일(현지시간) 22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안게임에서 인도네시아를 꺾고 60년 만의 우승을 한 뒤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항서 효과'로 베트남에 금융한류가 불고 있다. 박항서 감독을 광고모델로 쓰고 있는 신한베트남은행은 고객수가 150만명을 넘어섰고 한국 금융회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영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베트남은행의 고객은 지난달말 기준으로 151만명으로 2018년 3월 104만명보다 50만명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카드 고객은 19만명에서 21만명으로, 인터넷뱅킹 사용자는 12만명에서 18만명으로 늘었다.

이같은 성과는 광고모델인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의 박지성'으로 불리는 르엉쑤언쯔엉 선수 덕분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18년 3월 박항서 감독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뒤 36개 전 영업점 외부광고와 현지 언론 홍보에 박항서 감독을 활용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소셜미디어)로 브랜드 홍보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박항서 감독의 신한은행 광고는 유튜브에서 100만뷰를 넘어섰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17년 호주뉴질랜드은행(ANZ BANK)의 베트남 소매금융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등 소매금융을 강화하면서 쯔엉 선수를 모델로 발탁했고 이어 박항서 감독도 영입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국민 영웅으로 불리고 있으며 이번 동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베트남에 안겨줌으로써 입지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에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 현지화를 통해 베트남 외국계 은행 1위로 올라선 신한베트남은행의 모습과 비슷해 박항서 감독을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신한베트남은행 관계자는 "박항서 감독과는 2018년 3월부터 현재까지 관계는 이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베트남내 인지도를 높여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입지가 높아지자 다른 금융회사들도 박항서 효과를 함께 누리고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영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트남에는 신한은행 외에도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대형은행은 물론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까지 진출해 있다. 이들 은행들은 현지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한국 금융회사'라는 게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드사 중에서는 신한카드가 푸르덴셜베트남파이낸셜컴퍼니(PVFC)를 인수해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신용카드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인데 신한베트남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현지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다.

현지 영업에 집중하고 있는 보험회사들도 박항서 감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화생명은 2009년 4월 국내 생명보험사로는 처음으로 베트남 보험시장에 진출했다. 2016년 흑자전환한 뒤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인기가 높아진 지난해부터 영업력이 강해졌다. 한화생명을 소개할 때 박항서 감독의 고향인 한국 기업이라고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이를 통해 2025년 점유율을 10%로 높이고 5위권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래에셋그룹은 증권사, 자산운용사에 이어 지난해 프레보아베트남생명을 통합해 ’미래에셋프레아보아생명‘을 출범시켰다. 미래에셋은 그룹의 영업망과 현지 은행을 활용한 방카슈랑스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영업엔 인지도 중요한데 '미래에셋'이라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함께 한국 금융회사라는 게 인지도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항서 감독 등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영업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금성홍기 옆 태극기…"박항서, 베트남축구 위해 태어난 남자"

베트남, SEA 남자축구 우승…2017년 박항서 감독 부임 이후 베트남 피파랭킹 18계단 상승

'쌀딩크' 박항서(60) 감독이 다시 한번 베트남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경기장에는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와 함께 태극기가 휘날렸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U-20)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10일 필리핀 마닐라 리살 기념 경기장에서 열린 동남아시아(SEA)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SEA게임 60년 역사상 첫 우승이다.

경기 전부터 베트남 축구 팬들의 우승을 향한 열망은 뜨거웠다. 하노이, 호찌민 등 베트남 대도시 곳곳에선 거리 응원이 벌어졌고 길가엔 베트남기와 함께 태극기가 나부꼈다. 경기 직관을 위해 필리핀으로 향하는 축구팬들로 인해 베트남-필리핀행 항공편이 1900석 넘게 추가 배정됐으나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

이번 우승으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을 진정한 동남아 축구 강자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2017년 9월 박항서 감독이 부임할 당시만 해도 피파랭킹 112위에 머물던 베트남 대표팀은 현재 94위에 올라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4위, 지난해 9월 스즈키컵 우승 등 연이어 눈부신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8강에 진출하면서 동남아 국가 중에는 최고의 성적을 냈다.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는 "그가 온 이후 베트남에서 모든 축구 경기는 반드시 봐야 할 경기가 되었다. 몇 분안에 표가 매진되고 경기장은 수십만명이 꽉 찬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거리응원을 하는 베트남 축구팬들. /사진=로이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 축구 팬들은 기대감에 들떠 있다. 현지 온라인매체 난 단 온라인은 "베트남이 월드컵 예선 3차전에 진출하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전했다. 베트남축구연맹 재정담당 부회장을 지낸 도안 응우옌 득 '호앙 아인 자 라이' 그룹 회장은 "그는 믿을 수 없이 놀라운 존재"라면서 "박항서는 베트남 축구를 위해 태어난 남자"라고 극찬했다.

머니투데이



박항서 감독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응원해준 축구팬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번 우승은 우리를 사랑해주고 응원해준 베트남 축구팬들 덕분이다. 또한 선수들과 우리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준 관계자들, 지원팀에도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2020년 태국에서 열리는 AFC U23 챔피언십 대회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오는 14일 한국을 찾는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팀을 이끌고 경남 통영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가질 예정이다.

머니투데이

동남아시아(SEA)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우승한 후 기념사진을 찍는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대표팀.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최연재 인턴기자


'쌀딩크' 넘어 '베트남 영웅'으로…박항서 축구史


머니투데이

10일 (현지시간)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안게임에서 인도네시아를 꺾고 60년 만의 우승을 한 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0년만의 동남아시안게임 축구 우승으로 베트남 축구의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의 축구 인생에는 두 가지 중요한 기점이 있었다. 하나는 2002년 월드컵 한국축구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과의 만남이고, 다른 하나는 베트남 진출이다. 화려함 보다는 그늘이 많았던 하지만 그래서 현재 더 빛나고 있는 '박항서 축구의 지난 여정'을 돌아봤다.

◆'박항서 매직 전' 순탄하지 못했던 그의 지도자 생활

머니투데이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10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SEA) 게임 남자 축구 결승에서 우승하며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베트남은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물리치고 60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사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히딩크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 박항서 감독의 경력은 선수로서나 감독으로서나 두드러지지 않았다. 1981년 실업 축구단 제일은행에 입단한 박 감독은 3년 간 군 복무후 1984년 럭키금성 황소에서 미드필더로 뛰다가 1988년 29살의 나이로 은퇴했다.

은퇴 후 친정팀에서 코치생활을 시작한 박 감독은 1994년 월드컵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를 맡기도 했다. 그리고 2000년 허정무 감독의 사임 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선임되자 국가대표팀의 수석코치로 발탁됐다. 당시 박 감독은 한국의 문화를 잘 모르는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아 선수단의 융화를 도왔다.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이 훗날 지도자 생활의 큰 밑거름이 됐다며 히딩크 감독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후도 탄탄대로 였던 것만은 아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나 동메달에 그치며 경질됐다. 다시 포항 스틸러스 수석코치를 역임한 뒤, 2005년 경남 FC 감독을 맡았고,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 등에서도 감독 생활을 이어갔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베트남 대표팀 감독을 맡기 직전 그가 지도하던 팀은 3부리그인 내셔널리그 소속의 창원시청이었다.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에 일으킨 변화

머니투데이

'쌀딩크' 박항서(60·왼쪽)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이 8일 중국 우한에서 중국 U-22 대표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과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둘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다. 히딩크 감독이 감독, 박 감독이 수석코치였다./사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베트남 대표팀 감독 제의가 들어왔다. 2017년 10월 11일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당시만 해도 당시 "3부리그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앉혔다"며 박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58세의 나이의 적지 않은 나이도 부정적인 여론의 배경이 됐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뒤로 하고 맡은 베트남 감독직은 그의 커리어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반전을 이뤘다.

별명인 '쌀딩크'에서 알 수 있듯이 박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어 낸 거스 히딩크 감독과 비교된다. 낯선 나라에 새로 부임해 선진 축구를 도입하고 뛰어난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둘이 걸어온 길은 비슷하다. 2002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을 보좌한 박 감독은 히딩크처럼 부임하자마자 팀의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에 대한 진단부터 다시 했다. 감독 협상 당시 베트남 축구협회 측은 베트남 축구의 약점인 체력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막상 박 감독이 부임해서 선수들을 직접 보고나니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체력 테스트 결과도 좋았다고 한다.

이는 베트남 선수들의 체격이 상대적으로 왜소한 데서 오는 편견이었다. 박 감독은 "흔히 베트남 선수들은 체격이 작고 체력이 약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지구력과 민첩성 등은 부족하지 않다"며 선수들의 장점을 파악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전술을 고안했다.

또한 박 감독은 선수들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식단부터 변화를 줬다. 그전까지 선수들은 쌀국수와 튀긴 돼지고기 요리 등 익숙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부임 이후 박 감독은 축구협회에 기존 식단 외에 연어, 스테이크, 우유 등을 제공해달라 요청했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들을 공급하기 위함이었다. 박 감독은 이외에도 선수들의 과학적인 관리법을 새로 도입했다.

머니투데이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방한한 히딩크 감독 / 사진=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는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 대표팀 감독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와 매우 흡사하다. 히딩크 감독 부임 당시 우리나라 대표팀은 체력과 정신력에선 뛰어나지만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었다. 히딩크 감독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당시 수많은 비판에도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의 체력훈련에 매진했고 월드컵 4강이란 성과로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박항서 매직'은 아직 배고프다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에게서 배운 다른 노하우들도 베트남 대표팀에 접목했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 진출 당시 선수들의 체력관리법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베트남은 토너먼트서부터 휴식일이 상대팀보다 하루씩 짧았지만 놀라운 집중력과 체력을 유지했다. 박 감독은 "경기 다음 날은 철저히 휴식을 취하고, 음식과 영양제 섭취를 통한 회복과 마사지에 중점을 둔다. 히딩크 감독에게 배운 것이다. 전술적 대비는 코치들의 몫이다"며 히딩크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박 감독이 부임 당시 "임기 내에 베트남의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를 현재 130위권에서 10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의 FIFA 랭킹은 94까지 상승했다. 자신이 말한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했지만 '박항서 매직'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테세다. 지난 11월 박 감독은 기본 2년에 옵션 1년을 포함한 재계약을 완료했다. 임기 시작이 내년 2월로 최장 2023년 1월까지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게 된다. 박 감독은 동남아시안게임 우승 후 인터뷰에서 "이제는 2020년 태국에서 열리는 AFC U23 챔피언십 대회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도엽 인턴기자


車업계 '박항서 모시기' 열풍…현대차 베트남 판매 35%↑

현대차, '메이드인 베트남' 싼타페 선물...베트남 현지업체, BMW 딜러도 차량 지원


머니투데이

현대자동차와 현대차의 베트남 합작 파트너 탄콩(Thanh Cong) 그룹은 지난 4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베트남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항서 감독에게 현대차 싼타페를 전달했다. 사진 좌로부터 응우엔 안뚜안(Nguyen Anh Tuan) 탄콩그룹 회장, 이영택 현대차 아태권역본부장, 박항서 감독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도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동남아시아컵 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 모시기’에 바쁘다. 국내외 브랜드 가릴 것 없이 박 감독을 통한 브랜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베트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넘보고 있다.

현대차와 베트남 합작 파트너 탄콩그룹은 지난 4월 박 감독에게 ‘싼타페’를 선물했다. 박 감독에게 전달된 싼타페는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올해 초부터 현대차와 탄콩그룹의 베트남 생산합작법인(HTMV)에서 생산 중이다.

HTMV는 2017년 현대차가 아세안 국가에 세운 첫 합작법인이다. HTMV의 올 1~10월 생산량은 6만144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3% 늘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생산량(5만8111대)을 넘어섰다.

박 감독에게 전달된 ‘싼타페’는 지난 1~10월 6820대가 생산되며 순증효과를 가져왔다. 전체 판매량의 1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출시와 동시에 베트남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머니투데이


HTMV는 지난해 시장 판매 점유율 약 20%로 전체 브랜드 중 2위로 올라섰다. 올해 월간 판매량에서 토요타와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 하반기 10만대까지 증설하고, 2021년 확고한 베트남 시장 1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인으로서 베트남에서 국위선양하고 있는 박 감독에게 베트남에서 생산된 한국 대표 차종을 제공했다”며 “향후 현대차가 베트남에서도 대표 자동차 메이커가 될 수 있도록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에 앞서 박 감독에겐 기아차 ‘K5’(현지명 옵티마)가 지난해 전달됐다. 베트남에서 기아차를 위탁 생산·판매하고 있는 타코(THACO)는 지난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끈 박 감독에게 ‘K5’를 선물했다.

지난달엔 베트남 토종 자동차 브랜드 빈패스트가 박 감독에게 차량을 선물했다. 빈페스트는 베트남 재계 서열 1위 빈그룹의 자동차 브랜드다.

호앙 박 즈엉 빈그룹 대표는 “박 감독은 축구를 사랑하는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에 축구에 대한 열정을 불러 일으켜 애국심과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베트남 정신’을 담은 우리 차량을 수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BMW 공식 딜러 도이치모터스가 박 감독에게 BMW ‘X4’를 전달했다. 도이치모터스는 “‘파파 리더십’을 통한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베트남 대표팀을 성공리에 이끌며 한국의 위상을 높인 박 감독에게 차량을 후원했다”고 전했다.

한편 박 감독은 대한항공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박 감독과 ‘엑설런스 프로그램’ 협약을 맺고 박 감독이 대한항공 항공편을 이용하는 경우,프레스티지 항공권을 무상 지원해오고 있다.

김남이 기자


“단결로 못 넘을 벽이 없다”…한국인 감독이 선수 심장에 새긴 베트남 정신

언론 인터뷰·방송 출연 통해 본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의 리더십…2년 내내 변하지 않는 언행 “고개 숙이지 말고 자신감”

머니투데이

지난 11월 7일(현지시간) 베트남 축구협회와 재계약을 체결한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일(현지시간) 동남아시아(SEA) 게임 60년 만에 첫 금메달을 딴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 대표팀의 박항서 감독은 ‘매직의 신화’를 또 한 번 쓰며 국민 영웅으로 재조명됐다. 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베트남 축구 팬들이 행복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트남 국민은 ‘매직’ ‘파파’ ‘선생님’ 등 각종 극찬의 수식을 달지만, 박 감독은 여전히 겸연쩍어한다. 그리고 2년 전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말했던 내용 그대로, 이 ‘역사적인 순간’에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다음 경기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베트남 국민을 위해 이기겠다” 등이 그것.

박 감독은 이날 “이 순간 이 기쁨을 즐거워하는 모든 분과 나누고 싶다”며 “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한결같은 멘트와 태도는 2017년 이후 각종 매직을 선사할 때마다 가진 언론 인터뷰와 방송 출연에서 바뀐 적이 없다.

어쩌면 식상해 보이기까지 하는 건조한 멘트는 하나의 진정성을 가리키는 상징이 됐고, 낯선 외국인 감독의 ‘친절한 선생님’ 같은 태도는 같은 심장을 가진 가족처럼 수용됐다.

박 감독은 무엇보다 ‘베트남 정신’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이 정신은 ‘자신감’이다. 박 감독의 통역사 르 후이가 쓴 책 ‘박항서 리더십’에서도 가장 먼저 강조하는 키워드가 ‘자신감 있게 하자’다. 박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패배한 후 라커룸 상황을 비춘 한 방송 매체를 통해 이렇게 얘기한다.

“고개 숙이지 마라.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나’ 자신이 먼저 할 수 있다고 믿어야 승리할 수 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나 쉽게 꺼낼 수 없는, 그것도 외국인 감독이 베트남 선수에게 ‘정신’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선수들에겐 ‘낯선’ 경험이었다.

방송 인터뷰에 나선 여러 선수들도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못 넘을 벽이 없다’고 자신감을 안겨 준 감독은 처음이었다.” “자부심이라는 걸 새겨준 고마운 감독”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그가 안겨준 ‘베트남 정신’의 핵심은 자부심과 함께 ‘원팀’이라는 집단 감수성이다. 박 감독은 “내가 뽑는 선수 선발 기준 중 하나가 사회성”이라며 “그래서 똑같은 선수복을 입고 함께 다니고, 똑같은 시간에 같이 밥을 먹는다”고 말한다.

박 감독이 2년 넘게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지휘하면서 쉽게 무너지지 않았던 리더십의 원동력도 ‘베트남 정신’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에 나가기 전 습관처럼 이렇게 전하기도 한다.

“우리 팀의 강점은 단결심이다. 단결을 잘해서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우리는 베트남 국가대표로 섰으니, 베트남의 명예를 걸고 국민을 실망 시켜서는 안 된다.”

그는 한국인이지만, 어떤 베트남 국민 못지않게 ‘베트남’을 위해 뛰었고, ‘베트남 국민’의 행복을 바랐고 ‘베트남 선수’를 진정으로 돌봤다.

그 일관적 태도를 설명하는 여러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낯선 외국인이라는 껍질을 벗기 위해 스스럼없이 선수에게 기대고, 부상 선수를 위해 좌석을 양보하고, 마사지도 손수 해주는 ‘파파 리더십’이 그것.

하지만 박 감독은 방송 인터뷰에서 “그런 일들이 자꾸 회자하는데, 모든 지도자가 하는 일”이라며 “그런 배려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은 2018년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 그 원동력을 ‘한국 지도자의 경험’에서 찾았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정상도 가봤고 아마추어 3부 리그에도 있었고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슬기롭고 지혜롭게 대처하려는 마음의 자세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경기가 ‘고비의 순간’이었지만, 지도자로서 각종 경험이 베트남에서 위기를 견디는 버팀목이 됐다는 설명이다.

“베트남 국민의 기대가 크고, 절 국민 영웅으로 칭송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버거울 때가 있어요. 어떨 땐 두렵기도 해요. 하지만 그걸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잖아요. 우리 선수들이 평균 23세인데, 이 선수들이 동남아를 벗어나 더 큰 무대에서 경험하고 그 경험을 축적해 훌륭한 선수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김고금평 기자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오진영 인턴기자 jahiyoun23@mt.co.kr,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이학렬 기자 tootsie@, 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최연재 인턴기자 choiyeon@mt.co.kr, 김도엽 인턴기자 dykfactionist@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