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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 빼고 사법방해 떼고… 트럼프 탄핵안 수위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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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탄핵소추안 공개

권력 남용으로 뭉뚱그려 의회가 대통령 감시했다는 기록이라도 남기려는 인상

트럼프 "약해빠진 탄핵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의회 탄핵소추안이 10일(현지 시각) 공개됐다. 연내 하원의 전체 투표를 통과하면 내년 초 상원이 탄핵 심판에 돌입한다. 그러나 현재의 여론 지형과 의회 구도상 실제 탄핵이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로, 야당도 불발을 염두에 두고 탄핵소추안 수위를 예상보다 훨씬 낮췄다는 평가다.

◇'권력 남용'으로 뭉뚱그려

조선일보

펠로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탄핵소추안 초안을 발표했다. 지난 9월 24일 탄핵 조사를 시작한 지 두 달 반 만이다. 소추안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국내 정적(政敵)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위 수사를 종용한 데 대해 권력 남용(Abuse of Power)을, 그리고 트럼프가 핵심 당국자들을 탄핵 조사를 위한 의회 출석에 불응하도록 지시한 행위에 대해선 의회 방해(Obstruction of Congress) 혐의를 적용했다. 민주당은 "국가 안보를 무시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대통령 권한을 행사한 것은 탄핵 가능한 불법행위"라면서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민주당이 거론했던 '뇌물죄'와 '사법 방해' 같은 폭발력이 강한 혐의가 빠지면서, 탄핵 공세 수위가 예상보다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약해빠졌다"고 폄하했고, 백악관 대변인도 "근거와 실체가 없는 탄핵"이라며 "상원에서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 중도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 혐의라면 탄핵은 난망이다. 아예 수위를 낮춰 '대통령 규탄 결의안'을 내면 그나마 여당의 지지를 받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野 탄핵 역풍 피하려 '뇌물죄' 등 빼

실제 하원 법사위가 작성한 9쪽짜리 소추안을 읽어보면 '탄핵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단, 대통령을 감시하는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을 지켰다는 역사의 기록이라도 남기겠다'는 인상이 강하게 풍긴다. 현재 트럼프 지지층과 공화당의 반(反)탄핵 결집 강도를 확인한 민주당 지도부가 출혈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번에 빠진 뇌물죄(Bribery)는 헌법에 반역죄와 함께 적시된 주요 대통령 탄핵 사유로, 사상 처음 트럼프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트럼프가 4억달러 규모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연기했던 배경에 바이든 수사 여부가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대가성 보상)'로 작용했느냐, 즉 뇌물로 간주할 수 있느냐를 두고 의회가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 사이에선 '뇌물죄' 같은 자극적인 혐의를 억지로 넣을 경우 트럼프 지지층을 더 결집시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 조항도 야당에 부담이 됐다. 사법 방해는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1998년 빌 클린턴 성추문으로 인한 탄핵 때 수사기관의 수사를 저지하고 위증을 했다는 이유로 적용돼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처음부터 의회가 탄핵 조사를 해 수사기관이 개입한 적이 없다. 민주당이 '사법 방해'를 적용하려면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스캔들 수사를 했던 연방수사국(FBI)과 뮬러 특검에 대한 트럼프의 협박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야 했다. 탄핵 전선이 넓어지는 부담이 있는 것이다.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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