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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정부 “병원 많이 가면 보험료 할증되는 실손보험 도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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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ㆍ복지부, 공ㆍ사보험 정책협의체 개최
한국일보

실손의료보험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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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과잉진료 문제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내년 새로운 형태의 실손보험 출시를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보험 가입자가 얼마나 자주 병원을 이용했는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일명 ‘문재인케어’)으로 보험업계가 얻은 반사이익을 추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정확한 규모 산출에 이르지 못해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폭은 업계의 자율 판단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공ㆍ사보험정책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실손보험 구조개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협의체는 의료 비급여 항목을 보장하는 실손보험이 가입자의 불필요한 진료를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내년 중 보험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손보험 등 민간보험 가입 여부에 따른 의료기관 이용 빈도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는 미가입자보다 외래진료 및 입원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은 가입자 수가 3,800만명(6월 기준)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이런 부작용 탓에 금융위와 복지부는 의료기관 이용 빈도에 따라 실손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예컨대 병원을 자주 찾는 가입자는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덜 가는 사람은 적게 내는 식이다. 정부는 가입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위해 실손보험의 자기부담률을 조정하는 방안도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할 방침이다. 이런 조치들이 취해져 과잉진료가 줄어들면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개선되고, 궁극적으로는 실손보험 가입자 전반의 보험료가 내려갈 수 있다.

협의체는 KDI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문재인케어 정책을 추진한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보험업계 보험금 지급이 6.86% 감소하는 반사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2년까지 30조원대 재정을 투입해 미용ㆍ성형 목적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진료 항목을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항목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존에 실손보험이 지급해야 했던 보험금을 정부가 대신 주는 셈이어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손해율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다만 정부는 KDI의 추산치가 근거 자료의 대표성 문제 등이 있다며 내년도 실손보험료 조정에는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통계에 들어간 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I) 등 일부 진료가 현실보다 적게 반영돼 있어 보험가입자들의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 현황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문재인케어 시행에 따른 반사이익을 토대로 올해 보험료 인상 범위의 적정선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내년 실손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공은 보험업계로 넘어갔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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