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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TEN 초점]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의미와 이유…"학계도 주목하는 BTS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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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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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 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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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연세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진달용(왼쪽부터), Mathieu Berbiguier, 이준형, Marisa Luckie, 이상길, 윤태진, 박지훈. / 서예진 기자 ye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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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경 서울대 교수. / 제공=한국언론학회


미국과 영국·중국·캐나다 등 전 세계 학자들이 11일 그룹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학술 토론을 펼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방탄소년단은 여러 글로벌 미디어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 밴드(The biggest boy band in the world)’ ‘유튜브 시대의 비틀스’라고 불리며 전 세계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학자들은 이 같은 점에 주목하며 깊이 있게 연구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퍼진 ‘방탄소년단 신드롬’에 주목한 한국언론학회 문화젠더연구회는 이날 서울 신촌 연세대 백양누리관에서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열었다. 방탄소년단이 등장한 뒤 K팝과 관련된 논의가 어떻게 발전하고 확장되고 있는지 다양한 학계의 관점에서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총 12건의 발제와 4건의 토론이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는 50여 명의 국내외 학자와 200여 명의 미디어 등이 참석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서의 방탄소년단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전 세계적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하나의 현상으로 규정하고 이를 분석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은 이미 수많은 개별 연구들과 다양한 학술 행사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세미나는 ‘방탄소년단 현상’을 설명할 때 흔히 이야기되는 팬덤 현상뿐 아니라 방탄소년단의 행보와 그들의 음악이 전달하는 메시지, 온라인 플랫폼과 아티스트 브랜딩과 같은 산업적 측면에서 방탄소년단의 성취를 분석하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심층적인 해석을 발표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홍석경 교수는 ‘한류 연구의 지형도: BTS 등장 이후의 새로운 지평’이라는 기조연설을 통해 “방탄소년단이 이룬 세계적 성과는 그간 ‘한류’라는 키워드로 대변되던 한국 대중문화 관련 현상에 대한 담론을 새로운 차원으로 전환시켰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방탄소년단 뿐 아니라 K팝을 글로벌 대중문화로 나아가게 길을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그동안 동아시아에 집중돼있던 한류와 K팝 연구를 향후 세계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로 하여금 광범위한 연구와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장을 열어놓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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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조. / 제공=한국언론학회


◆ 방탄소년단 현상의 키워드…전에 없던 팬덤·기존 공식 파괴·시대정신 담은 메시지

이날 세미나에서는 방탄소년단이 바꾼 K팝의 정경과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확장된 초국적 팬덤, K팝의 전 지구화와 문화적 혼종성, K팝 산업에서 플랫폼과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갖는 의미 등 네 가지 측면에서 방탄소년단이 만들어낸 문화 현상을 다뤘다. 발제자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K팝, 나아가 글로벌 음악산업의 지형을 바꾸었으며, 이들의 성공도 결국 몇 가지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전에 없던 팬덤의 결집과 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국가와 인종의 경계 없이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울러 그들 사이에서 보이는 음악과 메시지의 소비 형태에 대해 분석했다. 그러면서 K팝 팬덤이 대중문화 소비자로서 얼마나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지, 특히 방탄소년단 이후 이런 변화가 어떻게 두드러지는지 짚었다. 이례적으로 높은 로열티와 다양성을 지닌 팬덤의 출현이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만든 큰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열광적인 팬덤 하나만으로는 이뤄 내기 어려운 성과임을 짚으며 방탄소년단 현상에는 동시다발적인 요인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기존 음악 산업에서의 보편적인 성공 공식에서 벗어나 성취를 이뤄내며 새로운 산업적 혁신을 보여줬다는 점 역시 주요하게 논의됐다. 방탄소년단의 성과는 자본을 기반으로 한 매스미디어의 힘을 입은 성공이 아니라 결집된 팬덤이 매스미디어에 역으로 영향을 미치는 흐름이 작용했으며, 팬덤의 결집과 확산은 SNS 플랫폼을 타고 진화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SNS의 영향력이지만, 팬들이 원하는 메시지와 음악적 위로를 충족시키는 아티스트가 있었고 그를 바탕으로 형성된 팬덤이 이 시대의 주류 미디어인 SNS를 통해 확산된 것이라는 성공 공식을 이야기했다. 또한 정형화된 틀에 맞춘 양산형 아티스트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K팝 비즈니스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예술적 정체성 구축을 반영한 아이돌 브랜딩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방탄소년단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다양한 발제들 중 가장 많은 학자들이 주목한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음악과 아티스트가 발산하는 ‘메시지’였다. 방탄소년단의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윙스’,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로 이어지는 음반은 또래의 생각과 시대정신을 고스란히 반영하며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나아가 메시지를 직접 확산하는 능동적인 팬덤을 만들어낸 것도 결국 방탄소년단의 메시지가 가진 힘이라고 학계는 분석했다. 메시지 역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희망과 사랑을 전달하는 내용으로, 현시대의 대중이 듣고 싶어 하지만 많은 아티스트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큰 영향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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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한국언론학회장(위), 정아름 교수. / 제공=한국언론학회


◆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 가져온 임팩트, 해외에서 비틀스와 비견하는 이유일 것”

이번 세미나에서 ‘They Make Me Happy: BTS and Transcultural Fandom in the Era of Social Media’를 주제로 발제한 사이먼 프레이저대학 진달용 교수는 “방탄소년단 현상은 디지털 플랫폼 등을 이용해 음악계에 가져온 구조적 혁신과 음악이 내포한 메시지, 콘텐츠 전략 등 모두가 합쳐져 만들어 낸 K팝의 변곡점이자 글로벌 음악 시장의 커다란 임팩트”라며 “이같이 단기간에 촉발된 전 지구적 신드롬은 1960년대 비틀스 이후에는 보기 힘들었기에 글로벌 미디어에서도 비틀스와 비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외 미디어에서 방탄소년단과 비틀스를 동일 선상에 두고 언급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피가로(Le Figaro)와 영국의 BBC 뉴스는 방탄소년단을 각각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 ’21세기 비틀즈’로 표현하며 단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보이밴드가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평가했다. 르피가로는 “방탄소년단은 디지털 신기술로 팬과 교류하면서 불안한 세대의 의구심과 희망을 공유한다”며 방탄소년단의 성취가 다각적인 측면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시사했다.

지난 5월 미국 CBS의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쇼’에서는 방탄소년단이 직접 비틀스의 모습을 재현한 헌정무대가 펼쳐졌다. 1964년 2월 비틀스의 첫 미국 진출 시 공연을 펼쳤던 에드 설리번 극장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슬림한 블랙 수트를 입고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이 흑백 화면으로 송출된 장면은 글로벌 미디어가 방탄소년단을 21세기 비틀스로서 바라보는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미국 CNN도 지난 6월 방탄소년단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당시 ‘어떻게 BTS가 미국을 무너뜨렸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1960년대 비틀스 열풍과 2019년 BTS 열풍을 비교해 설명했다. CNN은 방탄소년단이 세 번째 정규 음반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와 리패키지 음반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에 이어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까지 세 장의 음반을 미국 음악전문 매체 빌보드의 메인 음반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정상에 올렸다고 언급하며, 비틀즈 이후 1년이 안되는 기간 내에 세 장의 음반을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첫 번째 그룹이라고 강조했다. 음반에 담긴 곡이 한국어로 만들어져 언어의 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을 정복한 것은 비틀스보다 더 큰 성과를 이룬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과 비틀스를 비견하는 시각의 공통점은 열광적인 팬덤이나 SNS에서의 영향력 등 단편적인 면만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학술 세미나와 같은 맥락을 보인다. 오히려 더 큰 다양성을 내포한 확장된 팬덤, 아티스트의 창작물을 즐기는 방식 등에서는 과거 시대보다 더 진화한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팝 역사상 가장 많은 1위곡(21곡)과 19번의 음반차트 1위를 차지한 비틀스와의 수치적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러나 수십 년간 공고한 성공 공식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주류 음악 시장의 시각에서 ‘제 3세계’의 음악이 글로벌 메인 스트림을 흔드는 현상과 이 성과들이 단순히 열광적인 팬덤만으로는 만들어내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해석들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다는 것은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음악사에 가져온 충격이 작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1960년대 비틀스의 미국 진출을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라 부르던 이들이 현재의 방탄소년단 현상을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이라고 부른다는 점 또한 방탄소년단이 이미 글로벌 음악사에서 장기적으로 회자될 만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홍석경 교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미디어와 학계에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방탄소년단으로 촉발된 문화 현상과 가치를 연구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지난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2019 버라이어티 히트메이커스’ 시상식에서 ‘올해의 그룹(Group of the Year)’ 부문 상을 수상하며, 곧 새 음반을 발표할 것을 예고했다.

방탄소년단이 펼치는 이야기는 더이상 ‘학교’라는 담장 안, 혹은 자신과 주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앞으로 들려줄 음악은 또 다른 새로운 현상을 만들고, 또 다른 방점을 찍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지닌 메시지가 어떻든, 전 세계 아미(ARMY)는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에 열광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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