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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檢, 화성 8차 사건 당시 경찰 가혹행위 의혹 등 직접 조사…또 검·경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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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화성 8차 사건 전담조사팀’ 구성
"경찰의 불법구금·가혹행위 의혹 등 철저히 진상규명"
피의자 이춘재, 부산교도소→수원구치소 이감
경찰선 "수사권 조정 앞두고 경찰 문제점 부각 의도" 분석도

검찰이 11일 이춘재(56)의 자백으로 진범 논란이 불거졌던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수감됐던 윤모(52)씨가 재심을 청구하면서 제기했던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구금·가혹행위 의혹 등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찰이 수사해온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직접 조사에 착수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놓고 충돌해온 검·경이 화성 사건을 두고도 갈등을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일보

이진동 수원지검 2차장 검사가 11일 수원지검 브리핑실에서 열린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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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재심 청구인 윤씨로부터 지난 4일 수사 기관의 불법 구금·가혹행위 등 직무상 범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의 직접 수사를 통한 철저한 진실규명을 요청하는 수사 촉구 의견서를 접수받았다"며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직접 조사할 필요가 있어 전담조사팀을 구성해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옛 특수부인 형사 6부에 전준철 부장 등 6명으로 전담조사팀을 꾸렸다.

검찰은 이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사’를 하는 게 아니라 진상 규명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조사’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조사를 위해 사건 피의자인 이춘재를 전날 부산교도소에서 수원구치소로 이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춘재를 상대로 대면 조사 등 직접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지난달 14일 윤씨의 재심 청구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검찰에 요구했다. 검찰은 재심 개시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경기남부경찰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다. 검찰은 8차 사건의 과거 수사기록 등을 검토하던 중 과거 수사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하면 당시 검·경 수사 라인에 있었던 인물들에 대해서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직접 조사를 결정하자 일각에서는 검·경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검·경은 최근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과 숨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출신 검찰 수사관 A(48)씨의 휴대전화 확보 등을 둘러싸고도 갈등을 빚어왔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의 과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부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하필 이 시점에 검찰이 직접 조사에 나서겠다는 건 사실상 경찰을 공격할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권 조정과는) 전혀 관계 없다"며 "재심 청구가 들어온 사건인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법원에 의견을 전달할 필요가 있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 과거 경찰의 가혹행위 의혹 등에 대해서는 "새로운 공보 규칙에 따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20년 옥살이 윤씨, "당시 경찰 가혹행위 있었다"며 11월 재심 청구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윤씨는 지난달 13일 ‘재심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아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윤씨 측은 재심을 청구한 근거로 ①윤씨의 당시 진술과 현장 상황의 불일치 ②당시 경찰의 가혹행위 ③국과수 ‘중성자방사화분석법’ 감정서의 오류 가능성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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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씨가 재심청구서를 들고 지난달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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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는 특히 당시 강압적 수사방식을 문제로 삼았다. 재심청구 변호인단에 따르면 윤씨는 1989년 7월 25일 식사를 하던 중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서로 연행됐다. 박 변호사는 "연행 당시 미란다 원칙도 고지되지 않았다. 사실상 불법 감금을 한 것"이라며 "그러나 당시 수사기록에는 윤씨가 자발적으로 경찰서에 동행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고 했다.

당시 화성경찰서에서 윤씨를 조사하면서 소아마비 장애로 다리가 불편한 윤씨에게 ‘쪼그려 뛰기’ ‘앉았다 일어섰다’ 등의 가혹행위를 시켰고, 잠을 재우지 않거나 물도 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한 변호인들은 윤씨의 자필진술서도 경찰이 불러준 것을 강제로 받아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가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상소했으나, 2심과 3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자백 이후 언론 등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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