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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피부에 달라붙는 컴퓨터"…'패치형 센서' 기술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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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피부에 붙일 수 있는 ‘패치형 센서’ 기술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작은 스티커 형태의 패치형 센서는 호흡, 맥박 등 생체신호뿐 아니라 땀 성분 분석, 움직임 감지, 무선통신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르면 1~2년 내에 헬스케어 분야에서 상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학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패치형 센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기존의 패치형 센서는 사람의 피부에 붙이기에 너무 크거나 무거웠다. 관절처럼 움직임이 많은 부위에 부착·사용하는 경우 부드럽게 늘어나는 신축성 있는 소재가 필요하다.

조선비즈

패치 형태의 생체신호 모니터링 센서 개념도 및 실제 이미지./한국연구재단 제공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 인근을 중심으로 패치형 센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은 땀 분석을 통해 혈액의 대사물질과 영양분 농도를 상시 관찰할 수 있는 패치형 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는 심혈관 질환, 당뇨병, 신장 질환 등의 환자를 모니터링하는데 유용하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한발 더 나아가 센서에 원격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바디넷(BodyNet)으로 알려진 기술은 몸에 부착하는 센서, 센서에 전력을 공급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수신하는 수신기, 수신기에서 스마트폰이나 PC 등으로 전송하는 송신기로 구성됐다.

바디넷은 작은 스티커에 센서와 안테나가 하나로 결합된 형태다. 연구팀은 센서 설계에만 3년이 걸렸다고 했다. 착용하기 쉽고 편안하면서도 단단한 회로나 배터리가 없는 센서 개발이 목표다. 걸림돌은 피부처럼 늘어나거나 구부러지는 안테나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고무 재질의 스티커에 금속 잉크를 이용, 안테나를 인쇄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국내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책 과제로 센서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거나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김선국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과 한국전자부품연구원이 이번달 공개한 패치형 센서는 온도, 습도, 동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피부에 부착해 안정적으로 피부 표면의 온도나 습도, 착용자의 움직임을 잡아낸다.

실리콘 접착제로 만들어진 센서는 피부에 부착되고 방수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연구진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신생아나 노약자, 운동선수 등의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하면 응급상황에 미리 대처할 수 있다"면서 "병원과 임상연구를 통해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음성을 인식하는 고성능 진동감지 유연센서도 패치형으로 개발됐다. 포스텍 화학공학과 조길원 교수, 전자전기공학과 정윤영 교수팀은 올해 목에 붙여 음성을 인식하는 패치형 센서를 공개했다. 연구결과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일반적인 소리의 세기 범위(40~70㏈SPL) 안에서 소리의 세기가 성대의 진동 가속도와 비례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이용해 진동센서를 제작했다. 마이크로미터(μm) 크기의 미세한 구멍이 새겨진 가교 고분자 진동판으로 구성된 센서는 사람의 목 피부를 통해 전해지는 진동 가속도를 측정해 정량적으로 음성을 인식할 수 있다. 센서는 소음이 있는 환경,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가스마스크를 착용한 상황에서도 왜곡 없이 감지할 수 있다.

김선국 성균관대 교수는 "패치형 센서의 경우 기존 센서와 달리 움직임이나 변형에 대한 신호의 영향이 없고, 피부에 부착이 가능해 응급상황 모니터링용 시스템으로 적용 가능할 것"이라며 "헬스케어뿐 아니라 전자, IoT(사물인터넷) 등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연구분야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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