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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에 탈 난 원자력연···기밀시설인데 중국인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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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보류…국가기밀 누출 우려

이름·국적·출신 모르는 상태 선발

면접 때도 한국말 워낙 잘해 몰라

"원자력 연구직 블라인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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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의 한국원자력연구원 정문.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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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이 결국 사고를 쳤다. 가급 국가보안시설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최근 진행한 2019년 공개채용에서 의도치 않게 중국 국적자를 선발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 지침에 따라 블라인드 형식으로 연구직을 뽑았다가 벌어진 일이다. 원자력연구원은 1959년 개원 이래 지금까지 정규직 연구원으로 외국인을 뽑은 전례가 없다. 연구원은 해당 중국 국적자에 대한 채용을 일단 보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10일 중앙일보에 “면접 과정에서 해당 지원자의 한국어가 워낙 유창해 중국 국적자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하다 보니 출신 국적이나 지역은 물론 출신 대학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해당 연구자는 중국에서 학부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KAIST 대학원에 입학, 기계공학으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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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구원 직원 공개채용 안내문.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써놨다.


원자력연구원 공채절차는 지난 8월 말 공고와 함께 시작됐다. 온라인으로 받는 입사지원서에는 얼굴사진은 물론 성명과 주민등록번호ㆍ성별ㆍ출신지역ㆍ학교 등을 적는 자리가 없었다. 대신 가산점 대상자를 위한 장애ㆍ보훈 여부, 병역ㆍ학위구분ㆍ전공ㆍ재학기간ㆍ졸업구분은 적어야 했다. 논문ㆍ특허 등 연구실적을 제출할 때는 출신학교를 가려서 처리하게 했다.

문제의 연구자가 중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종 면접 뒤였다. 합격자 발표 후 학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등 기본적인 증명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중국인 지원자가 서류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연구원은 인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중국인 지원자의 채용을 보류했다. 신원조회를 위해 중국 정부로부터 범죄확인사실증명서를 가져올 것을 요구하는 한편, 외국 국적자를 연구직으로 채용할 경우 기밀 누출 우려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중국인 지원자를 제외한 60명의 신입 연구직들은 12월1일자로 발령을 받아 교육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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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입구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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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은 안보와 직결된 연구분야라 국가간 기술 유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에서는 외국 국적의 학생이 원자력 분야를 배울 수는 있으나 국가 예산이 집행되는 첨단 원자력 연구ㆍ개발(R&D) 프로젝트에 외국 국적자가 참여하는 것은 달리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블라인드 채용은 학벌이나 성별을 차별하지 말고 평등하게 대우하자는 의미”라면서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출연연 연구진을 뽑는데 평등을 지향하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덧붙였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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