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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검사가 '정경심 공소장' 변경 신청하자… 재판장 "자꾸 그러면 퇴정시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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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효 1시간 앞두고 쓴 공소장과 추가 기소 내용 달라 검찰이 요청

법원 "공소 사실 동일성 인정 안돼"

기소 취소 위기 검찰, 강력 반발… 재판부, 정씨 보석 가능성도 언급

조선일보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인 정경심〈사진〉 동양대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가 적힌 공소장 내용의 변경 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불허했다. 지난 9월 첫 기소(재판에 넘김) 내용과 지난달 추가 기소의 핵심 내용이 달라 같은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첫 기소를 아예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5부(재판장 송인권)는 10일 열린 정씨의 세 번째 공판 준비 기일에서 "공소 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아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언뜻 달라 보이는 두 사건도 범행 일시, 장소 등 핵심 사실관계가 같은 경우 한 사건으로 본다는 개념이다. 이런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만 공소장을 고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런 제한을 두지 않으면 검찰이 공소장을 마음대로 고쳐서 검찰의 공소 내용을 보고 '검찰이 틀렸다'고 다퉈야 하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크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청문회 당일인 지난 9월 6일, 공소시효 만료일을 한 시간 앞두고 정씨를 딸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 위조)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두 달 후인 지난달 11일 정씨를 사모펀드 관련 혐의 등 14가지 혐의로 추가 기소했는데 이때는 표창장 위조 시점이 2013년 6월이었다. 첫 기소 때는 위조 시점이 2012년 9월 7일이었다. 범행 장소 역시 동양대 연구실에서 정씨 집으로 바뀌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지난 9월 검찰이 재판에 넘긴 표창장 위조 사건과 지난달 넘긴 위조 사건이 따로 재판해야 하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위조 대상은 둘 다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으로 같고, 부수적 사실만 추가 수사를 통해 구체화했다"며 공소장 변경 필요성을 계속 말했다. 검찰이 뜻을 굽히지 않자 재판장은 검사에게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퇴정 명령을 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정씨 혐의와 관련된 증거 서류를 정씨 변호인 측이 이번 주 안에 다 복사해 갈 수 있게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된) 정씨 측에 보석(조건부 석방) 신청을 하라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의 불허 결정에 따라 검찰은 첫 기소 자체를 취소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러지 않을 경우 사실관계가 달라진 첫 기소 사건은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소 취소는 검찰 스스로 첫 기소가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것이어서 여권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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