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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합의… 6년 내전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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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佛 중재… 양국 정상 회동

포로 교환과 병력 철수 합의, 돈바스 지역 자치권은 이견

美는 개입 꺼리고 나토는 균열… 향후 협상 러시아에 유리할 듯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돈바스 지역에선 2014년부터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친(親)러시아계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전쟁을 지속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만났다. 이번 회담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재를 위해 함께 참석했다. 흔히 '노르망디 형식'으로 불리는 4개국 정상회담은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은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 연말까지 분쟁 지역에서 붙잡힌 모든 포로를 교환하고, 내년 3월까지는 돈바스 3개 지역에서 양측 병력을 철수하기로 했다.

돈바스 지역 분쟁은 2014년 4월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세력이 친러 세력을 밀어내고 정권을 차지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러시아계 인구가 많은 크림반도와 돈바스에서는 분리 독립 요구가 터져나왔다. 러시아는 러시아계 인구가 약 60%에 달하는 크림반도에는 군대를 파견, 주민투표를 통해 크림반도를 러시아로 병합시켰다. 그러나 러시아계 인구가 38~ 39%였던 돈바스 지역에는 분리주의 반군에 군사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이들이 독립국을 선포하는 것을 도왔다. 반군은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을 선포하고 현재까지 정부군과 전쟁을 하고 있다.

이번 회담으로 양측의 군사 행동은 멈췄지만, 돈바스 지역에 자치권을 어떻게 부여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크다. 러시아는 지방선거를 통해 이 지역에 우선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3만5000여명의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의 국경 통제권을 먼저 되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신들은 앞으로 협상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문제를 규탄하면서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해왔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이 최근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로 인해 균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까지 몰려 있어 우크라이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길 꺼린다. 지난 9월 뉴욕에서 젤렌스키를 만났을 때는 "당신의 문제를 당신과 푸틴이 만나서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거리를 두는 발언을 했다.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의 외교 협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동쪽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면서 줄곧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는데, 강대국 러시아를 상대로 너무 순진한 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0년 가까이 러시아의 통치자였던 푸틴을 상대하는 정치 초보자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고, CNN은 "젤렌스키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역할을 연기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노르망디식 회담

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의 4자 정상회담을 말한다. 2014년 6월 6일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회동한 이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을 논의한 뒤 이름 붙여졌다. 2016년 10월 독일 베를린 회담 이후 3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다시 열렸다.

[원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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