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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그물에 불 밝혀 돌고래 거북 혼획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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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10m마다 LED 등 달면 70% 이상 덜 걸려…어획량은 그대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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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망은 물 표면이나 바닥에 커튼처럼 드리워 물고기의 아가미가 걸리도록 한 역사가 오랜 그물이다. 이 그물은 물고기를 잡는 데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지만 애꿎은 다른 동물이 걸려 죽는 문제(혼획)를 일으킨다.

특히 물고기떼를 따라 몰려든 돌고래, 상괭이, 바다거북, 바닷새 등의 피해가 크다. 자망의 꼭대기에 일정한 간격으로 발광다이오드(LED) 불을 밝히면 이런 혼획 부작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알레산드라 비엘리 영국 엑시터대 생태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세계적인 어장인 페루 연안에서 6척의 소형 자망 어선을 이용해 불을 밝힌 그물과 밝히지 않은 그물을 나란히 설치해 어획한 결과를 과학저널 ‘생물학적 보전’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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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등불을 켜 혼획을 방지한 그물에서 푸른바다거북이 대부분인 바다거북이 걸리는 비율은 70% 이상 줄었고, 돌고래와 상괭이의 혼획률도 67∼71% 떨어졌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그러나 목표 어종의 어획량은 불을 밝혀도 줄지 않았다. 페루 연안의 자망 길이는 연간 10만㎞에 이르며, 여기에 걸려 죽는 소형 고래류만도 연간 1만∼2만 마리에 이른다.

교신저자인 제프레이 만겔 박사(페루 비정부기구 프로델피누스 전문가)는 “불을 밝힌 그물에서 바다거북과 고래의 혼획이 극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간단하고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기술을 이용해 이들 해양동물을 보전하고 어업을 더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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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망에 의한 해양동물 혼획은 매우 심각해 세계적으로 다양한 규제가 이뤄져 왔고, 다양한 혼획 방지 기술이 도입됐다. 주로 음향신호로 먹이를 탐지하는 돌고래가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그물에 소리를 내는 ‘음향 핑거’를 설치한 그물은 대표적 예이다.

연구자들은 “음향 핑거가 돌고래 혼획을 막는 데만 효과가 있지만 불을 밝히면 돌고래뿐 아니라 바다거북과 물새가 걸리지 않게 하는 데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며 “개당 130달러인 음향 핑거보다 10달러인 엘이디가 훨씬 저렴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 “이 해역의 목표 어종인 가오리가 초록색 발광다이오드 빛에 이끌리는 부수효과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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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망의 혼획을 방지하는 다른 기술로 둥근 바늘과 바늘 덮개 등도 널리 쓰인다. 아랫부분이 둥근 바늘은 물고기나 바다거북이 쉽게 삼키기 힘들고, 바늘 덮개는 미끼를 바다에 드리울 때 물새가 걸리지 않도록 일정한 깊이에 다다라서야 미늘을 감싼 덮개가 수압으로 열리도록 한 장치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lessandra Bielli, et al., An illuminating idea to reduce bycatch in the Peruvian small-scale gillnet fishery, Biological Conservation, https://doi.org/10.1016/j.biocon.2019.10827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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