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일 도발 예고로 명분 쌓으며 미국 압박
미, 11일 안보리 소집하며 행동으로 맞대응
북미, 말싸움에서 행동으로 이동하며 충돌 우려
미, 유엔안보리 소집 북한 반발
지난 3월 2일 촬영된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모습.[사진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특히, 북한은 지난 9일 이수용 당 부위원장 명의의 담화에서 “연말에 내리게 될 우리(북한)의 최종판단과 결심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되며 국무위원장은 아직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대미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도 동시에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담화 직후 올해 13차례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미국이 돌연 태도를 바꿔 북한이 올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유엔 안보리를 소집했다. 북한 내부적으론 이 부위원장의 담화가 미국에 ‘약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유럽 국가들이 자신들의 인권문제를 토의하겠다며 10일 회의를 소집하자 김성 유엔 대표부 대사를 앞세워 반발했다”며 “만약 안보리에서 아직 쏘지도 않은 인공위성이나 미사일을 문제시한다면 더욱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 미 국무부는 안보리 회의 소집 배경을 설명하면서 "최근의 미사일 실험들과 북한의 도발 확대 가능성을 포함한다"고 언급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현재 북한은 어떤 식으로 대응해 나갈지 고심 중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북한이 도발 시계를 대폭 앞당기거나 동시다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은 줄곧 ‘강경에는 초강경’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며 “지난 3일 군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백두산에 올라 미국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취지의 상황을 연출한 만큼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의식하지 않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인공위성 발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근해에 떨어뜨리는 고각 발사는 물론 실거리 사격 등 새로운 형태의 도발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북·미가 본격적으로 '말싸움'에서 '행동'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딱히 제동장치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 당국자는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한국을 빠지라는 입장을 보여온 데다 최근엔 중재에 나선 스웨덴도 외면하면서 오직 미국에만 태도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연말을 앞두고 향후 북·미간 물밑 접촉에서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한반도는 또다시 격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