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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인플레이션 싸움꾼'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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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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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9일 보도했다. 향년 92세. 볼커 전 의장은 1979년부터 10년간 연준 의장을 맡아 강력한 인플레이션을 억제 정책을 펼침으로써 위기에 처했던 미국 경제를 안정과 발전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타임스는 딸 제니스 지마에 의해 볼커 전 의장의 별세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유족은 사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가 지난해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1927년 뉴저지주의 독일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볼커 전 의장은 프린스턴대학, 하버드대 대학원, 런던정경대(LSE) 등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뉴욕 연방준비은행, 체이스맨해튼은행을 거쳐 재무부에서 분석가로 근무했다. 재무부 근무를 마치고 다시 체이스맨해튼은행으로 돌아갔던 볼커 전 의장은 1975년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 의해 재무부에 다시 기용됐다. 그는 당시 닉슨 행정부가 달러의 금태환을 정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금본위 국제통화체제였던 ‘브레튼우즈 체제’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는 데 중요한 조언을 했다.

그는 1975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로 기용됐으며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의장에 지명됐다. 당시 미국 경제는 오일쇼크의 충격으로 고물가와 저성장이 겹친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이었다. 볼커 전 의장은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이라는 상충되는 목표 중에서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연 12%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 기준금리를 최고 20%까지 올리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린 것이다. 계속해서 상승하는 물가로 인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최악의 경기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통화 공급의 억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때문에 볼커 전 의장은 ‘인플레이션 싸움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뉴욕타임스는 볼커 전 의장의 처방은 ‘사태가 호전되려면 더 나빠져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면서 당시로선 인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의장으로 재지명된 볼커 전 의장이 펼친 강력한 물가안정 정책은 이후 미국 경제가 경험한 장기 호황이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87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돼 있었던 2008년 말 당선자 신분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의해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의장으로 발탁돼 2011년 2월까지 재직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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