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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WP "아프간전 승산 없었다…美, 알고도 국민 속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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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아프간전쟁 관여자 428명 인터뷰 담은 기밀 문서 공개]

머니투데이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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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상 최장기 전쟁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정보가 조작됐다고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의 승산이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왜곡해 '장밋빛' 거짓 발표를 해왔다는 내용이다.

WP는 미국 정부가 아프간전 실패 이유를 찾기 위해 작성한 기밀문서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 관련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2000여쪽에 달하는 이 문서에는 군 장교, 외교관, 구호단체활동가, 아프간 당국자 등 아프간 전쟁에 직접 관여한 428명의 인터뷰가 담겼다. 미 당국은 당초 해당 자료 공개를 거부했지만 3년간의 법정소송 끝에 WP가 문서를 확보하게 됐다.

문서에 따르면 아프간전 고문을 맡았던 더글러스 루트 장군은 "우리는 아프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면서 "2400명의 미군이 헛된 죽음을 맞이했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네이비실(해군 특수부대) 소속 제프리 에거스는 "아프간에서 미국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를 생각하면 오사마 빈 라덴은 무덤에서 아마 웃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병력을 투입한 아프간 전쟁이 사실상 성과 없는 전쟁이었다는 지적이다.

아프간 전쟁은 미국이 2001년 9·11 테러의 배후인 글로벌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간을 침공하며 시작됐다. 아프간의 분리독립세력인 탈레반이 알카에다를 지원했다는 이유였다.

알카에다는 수장 오사마 빈라덴이 파키스탄에서 사망하며 사실상 궤멸했지만 탈레반과의 아프간 전쟁은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1조달러를 투입하고 총 78만여명의 미군을 파병했다. 그 과정에서 2400여명이 숨지고 2만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재도 1만3000여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다.

전쟁 발발 1년도 안 돼 미국은 탈레반을 밀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2003년부터 탈레반이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미 당국자들은 전쟁에 승산이 없음을 알았지만 전쟁을 이어가기 위해 통계자료를 왜곡했다고 WP는 전했다.

밥 크롤리 육군 대령은 "모든 자료가 가능한 한 최고의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고쳐졌다"면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제대로 된 것처럼 설문조사가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아프가니스탄 재건 특별조사국(SIGAR)의 존 소프코 국장은 "이 자료에는 미국인들이 (정부에 의해) 끊임없이 속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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