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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놀랄 일인데 놀라지 않으면 안타까워”… 北 추가도발 시사 [北비핵화 중대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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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전면에 내세워 노골적 ‘벼랑 끝 전술’ / ‘제재로 더 손해볼 일 없다’ 판단 / ‘새로운 길 가겠다’는 경고로 해석 / 전문가 “ICBM 발사준비 가능성” / 美, 성탄절 기점으로 휴가 돌입 / 실무협상 가능 시한 10여일 남아 / 최고위층 결단 통한 해결 촉각 / NHK, 日 방위성 간부 발언 전해

세계일보

이달 말 북한이 ‘중대 결정’을 예고한 가운데 북·미의 입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외부로 나오기 전인 2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9일에는 한때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책임자로 ‘숙청설’까지 돌았던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9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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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우리는 더 잃을 것 없어”

김영철 위원장은 담화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발언이 “은근히 누구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듯한 발언과 표현”이라며 “트럼프가 매우 초조해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담화에서 김영철 위원장은 2017년 이전 북한의 담화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칭을 생략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트럼프식 허세와 위세가 우리 사람들에게는 좀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은 잃을 것이 많다’고 한 것을 받아 ‘우리는 더 잃을 것이 없다’고 했는데, 이는 강력한 대북 제재 등으로 더 이상 손해볼 일이 없으니 예고한 대로 신년에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면 놀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도 ‘놀라라고 한 일’이라고 맞받았다. 북한이 지난 7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했다고 전날 발표한 ‘중대한 시험’과 관련, 조만간 구체적인 무력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영철 위원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한 통일전선부 핵심요인이다. 결렬된 하노이 회담의 책임자였던 그가 직접 ‘거친 입’을 떠맡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는 이번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망스러운 늙은이’, ‘망령든 늙다리’ 등 인신공격성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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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약 2주일… 극적 변화 있을까

전문가들은 북한이 여전히 문을 닫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완전히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기보다는 이를 준비하면서 여전히 미국에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날 김영철 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극적인 표현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그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지금처럼 웃기는 위세성, 협박성 표현들을 골라보는 것보다는 더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며 “시간 끌기는 명처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영철 위원장의 담화 후 4시간30분 만에 다시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를 낸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얼마 안 있어 연말에 내리게 될 우리의 최종판단과 결심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되며 국무위원장은 아직까지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김영철 위원장처럼 경칭을 생략한 리 부위원장은 “트럼프는 몹시 초조하겠지만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며 더 큰 재앙적 후과를 보기 싫거든 숙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입장에서 아직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혔다기보다는 (미국의 변화를) 기다리는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은 크리스마스(12월25일)를 기점으로 사실상 휴가에 돌입하기 때문에 파국을 막을 실무협상이 가능한 시점은 그 전주가 마지막이다. 북한 역시 이달 말 당 전원회의를 소집해 그 전까지 미국과 대화의 물꼬가 트이지 않으면 방향 전환이 어렵다. 남은 가능성은 최고위층의 결심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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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묘장 조업식 참석한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조업식에 참석해 전방을 응시하는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北, 탄도미사일 사정거리 연장 실험 가능성”

일본 방위성 간부는 북한의 서해위성발사장 중대 시험 발표와 관련해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사정을 더욱 늘리기 위한 실험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고 NHK가 9일 보도했다. 방송은 또 일본 정부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경계·감시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일본)는 평소부터 북한을 둘러싼 동향에 중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보 수집·분석을 하고 있다”며 “미국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필요한 정보 수집·분석, 경계 감시에 모든 힘을 다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전념하는 것을 포함해 미·북 두 정상의 합의가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되는 것”이라며 “계속 미·북 프로세스를 확실하게 후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병욱·홍주형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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