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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지역 살릴수만 있다면…" 교도소 서로 짓겠다는 지자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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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 등 상주인력 이사 오고 면회객 방문으로 상권도 활성화

기피시설에서 효자시설로 변신

남원주민 72% "교도소 유치 찬성" 내달 법무부에 정식 신청하기로

태백은 1500명 규모 교도소 유치

전북 남원시는 지난 8월부터 두 달간 23개 읍·면·동 주민 44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대표적 혐오 시설로 꼽히는 교도소 유치에 대한 찬반을 묻는 조사였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320명(72.6%)이 교도소 유치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 교도소를 지어도 좋다는 의견은 절반을 넘었다.

지난 2015년 교도소 유치를 추진했다가 주민 반대로 접었던 남원시는 "주민들이 교정 시설을 더는 혐오 시설이 아닌 공공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1년 문을 연 강원 영월교도소가 지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자, 주민들 인식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지난 2011년 2월 강원 영월군 영월읍 팔괴리에 개청한 영월교도소.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효자 시설’로 통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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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는 최근 다시 교도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시는 내년 1월까지 교도소 후보지를 선정해 법무부에 교정 시설 유치를 정식 건의할 방침이라고 9일 밝혔다. 앞서 남원시는 지난 5일 '교정 시설 유치추진위원 위촉식'을 열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법조계 인사 등 추진 위원 20명을 선정했다. 위원들은 주민 설명회 등에 참여해 교도소 유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남원에 교도소가 들어서면 연면적 15만㎡에 수감자 500명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교정 직원 200여명이 남원에 상주할 것으로 예상되며, 예산 800억~1000억원이 들어간다.

남원시가 교도소 유치에 나선 것은 최근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남원시 인구는 2019년 11월 말 현재 8만1528명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823명이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2년엔 인구 8만, 2035년엔 인구 7만 선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교정 시설이 들어서면 교도관 등 상주 인력이 전입해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된다. 시는 최대 1300명의 인구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수형자 급식을 위해 지역 식자재를 쓰면서 농가 소득도 늘어난다. 남원시는 교도소 급식을 위해 연간 9억원어치 식재료가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 관계자는 "교도소가 들어서면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급식 조리원, 시설 관리원 등 지역 주민 고용 효과도 있다. 면회객과 교정 직원들이 교통비와 숙식비 등으로 쓰는 비용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양해춘 남원시 교정시설유치추진위원장은 "교도소 유치로 인구 하락 폭을 최소화해 지역 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대표적 혐오 시설로 꼽히던 교도소를 끌어들여야 할 공공 기관으로 여기게 된 것은 강원 영월교도소의 영향이 크다. 지난 2011년 2월 강원 영월군 영월읍 팔괴리에 개청한 영월교도소는 재소자를 총 500명 수용한다. 교정 직원 148명이 근무한다. 개청 당시만 해도 지역 주민들이 반발했으나 박선규 당시 영월군수가 "지역 이미지 훼손보다 경제 활성화 효과가 더 크다"며 유치를 밀어붙였다. 8년이 지난 지금은 주민들도 교도소를 "지역 효자 기관"이라고 한다. 최대 300여 명의 인구 증가 효과를 봤고, 면회객 방문으로 지역 소비도 증가했다.

강원 태백시도 최근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교도소를 유치했다. 태백시와 법무부는 지난 10월 태백 교정 시설 신축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태백교도소는 황연동 일원에 오는 2026년까지 사업비 2000억원을 들여 1500명의 재소자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직원 400명도 상주한다. 태백교도소가 신설되면 최대 2700명의 인구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 수용자 면회만도 1만2000여 건에 달하고, 직원 상주에 따른 학교와 어린이집 신축으로 건설 경기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신동 태백시 전략기획계장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엔 지자체마다 교도소 유치에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영월·태백=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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