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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엔진실험’ 위성사진에 딱 걸렸는데…침묵하는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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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 출처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프리 루이스 국장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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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동창리에서 ‘중대 시험’을 진행한 지 이틀이 지난 9일에도 국방부는 어떤 시험이 진행됐는지에 대해 함구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동창리 일대를 촬영한) 민간 위성사진을 보면 엔진 시험 징후가 보이는데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대북 정보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시험을 진행했는지를 공개하면 우리 군의 대북 감시 능력이 북한에 노출돼 밝히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민간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이 7일 엔진 연소 시험을 했다는 사실이 비전문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8일(현지 시간)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 국장이 공개한 위성사진에는 동창리 엔진 시험장에서 연소 시험이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흔적이 뚜렷했다. 시험 직전으로 추정되는 7일 오후 2시 25분 촬영된 위성사진과 시험 다음 날인 8일 오전 촬영된 사진을 비교해 보면 7일과 달리 8일엔 엔진 연소 수직 시험대 인근 지표면이 흐트러져 있다. 엔진 연소 과정에서 배기가스가 분출되면서 지표면이 훼손된 것. 시험대 인근 잡목이 사라진 듯한 모습도 포착됐는데 이 역시 배기가스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이런 증거에도 군 당국이 ‘대북 감시 능력 노출’이라는 이유로 함구하자 군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공개하지 않은 시험의 실체를 한국이 먼저 공개하는 것마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말을 아끼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사실상의 ICBM인 장거리 로켓용 액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주장한 ICBM용 고체연료 엔진 시험 가능성을 낮게 본 것. 고체연료 엔진은 별도의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 없어 대미 기습 타격에 유리한 방식이다. 정부 소식통은 “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번 시험에 대해 공개한 정보가 너무 적어 액체엔진으로 100%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동창리는 고체엔진 시험을 할 만한 여건이 아직은 못 된다”라고 했다.

고체엔진을 시험하려면 북한이 액체엔진 연소 시험을 위해 동창리에 설치한 수직 시험대를 개조하는 공사를 해야 하는데 그런 정황이 아직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거론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ICBM 고체엔진은 내부에 미세한 균열이나 공기 버블만 생겨도 공중에서 폭발하는 만큼 (북한과 같은) 산업 능력이 낮은 국가가 만들기 쉽지 않다”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 시험을 두고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킬 시험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볼 때 북한이 2017년 11월 발사한 ICBM 화성-15형에 2개를 묶어 장착한 ‘백두엔진’보다 진일보한 신형 액체엔진 개발에 나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두엔진 추력은 개당 80tf(톤포스·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인데 이보다 추력이 향상된 엔진을 개발하기 위한 시험일 수 있다는 평가다.

군 당국은 북한이 엔진 시험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추가 시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 본토를 타격할 한층 더 강한 신형 ICBM의 탄생은 시간문제라는 점을 공개해 연말 전 대미 압박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의 추가 시험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듯 미군 특수정찰기 RC-135W(리벳 조인트) 1대는 이날 수도권 상공을 비행하며 대북 감시 작전에 나섰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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