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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트럼프 "모두 잃게될 것" 경고에…北 "우리는 잃을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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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7일 동창리 '중대한 실험' 발표 후

트럼프, 트윗에서 "비핵화 약속 지켜야"

김영철 담화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를 시기 올수도"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점을 함께 넘고 있다.[사진=AFP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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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적대적인 행동을 할 경우,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자 북한이 “우리는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라고 맞받아쳤다. 서로 주고받는 말폭탄 속에 북·미 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던 2년 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은 적대적으로 행동하기엔 너무 똑똑하고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라며 “그는 싱가포르에서 강력한 비핵화 협정에 서명했으며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백지로 되돌리거나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간섭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이어 “북한은 김정은의 리더십 하에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약속대로 비핵화는 이뤄져야 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전 세계가 이 문제에 같은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에 장거리 미사일을 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경고한 셈이다. 그동안 북한은 여러 차례 발사체를 발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본토에 위협을 주지 않는 ‘단거리’용으로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고 북한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7일 북한이 “중대한 시험”이 이뤄졌다고 밝힌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은 미국 본토까지 사정이 가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관련된 곳이다.

앞서 북한은 3일 미국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며 어떤 선물이 될 지는 미국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25일까지 이렇다 할 미국의 변화가 없을 경우,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셈이다. 그간 대북 관계 개선을 자신의 치적이라고 자랑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망신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미국 대선에 간섭하지 말라’라는 경고는, 북한이 자신의 체면에 먹칠을 할 경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란 최후통첩인 셈이다.

실제 미국은 군사적 실력행사 가능성까지 암시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왔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미군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연일 ‘공개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국 공군 정찰기 리벳 조인트(RC-135W)가 이날 경기남부 상공 3만 1000피트를 비행했다. RC-135W는 이달 2일과 5일에도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을 펼친 바 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강하게 반발하며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포기하지 않는 모양새다.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는 조선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며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라고 받아쳤다. 특히 그는 이날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나는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망령든 늙다리는 2017년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로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였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미국을 계속 위협한다면 세계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다.

김영철 위원장은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며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그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지금처럼 웃기는 위세성, 협박성 표현들을 골라보는 것보다는 더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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