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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첩보 주고받은 靑·송병기도 딴말···'하명수사' 누가 진실 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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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해 제보받았다” vs “전화 통화서 말했다”

서로 입 맞출 시간도 있었지만 끝내 엇갈린 두 해명

김기현 “덮어씌우기” 황운하 “무분별한 의혹제기”

중앙일보

청와대 하명수사 관련 엇갈리는 말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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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첩보에 따라 이뤄졌다는 수사가 어떤 경로를 통해 개시됐는지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 청와대와 ‘청와대 제보자’로 밝혀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수사의 대상이 됐던 박기성 전 비서실장, 김기현 전 울산시장,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의 말이 서로 엇갈린다.

특히 의혹의 중심에 선 송 부시장이 5일 ‘100초짜리 입장 발표’에서 청와대와 다른 해명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둘러싸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주장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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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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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말



4일 청와대 측은 김기현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 수사가 이뤄진 경위에 대해 “ 2017년 10월경 당시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 A씨가 제보자로부터 스마트폰 SNS를 통해 김 전 시장 및 그 측근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보받았다”며 “A 행정관은 정리한 제보 문건이 업무 계통을 거쳐 당시 민정비서관에 보고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추가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제보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말에 대해 청와대 측은 “두 분 다 공직자였기 때문에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것 같고 A 행정관에 따르면 청와대 근무 전에 캠핑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서 알게 된 사이라고 확인했다”며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하고 몇 차례 만나고 연락 주고받은 사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제보자가 송철호 울산시장과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이냐”는 질문에는 “제보자를 조사할 수는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제보자가) 정당 소속은 아니었던 거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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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자신의 청와대 첩보 제공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한 후 취재진을 피해 차에 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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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의 말



청와대 설명에 등장한 ‘제보자’는 송병기 부시장으로 드러났다. 송 부시장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청와대와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고 그마저도 계속 바뀌고 있다.

4일 청와대 설명이 나오지 전까지만 해도 송 부시장은 “무슨 얘기를 해도 소설처럼 넘어간다”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가, 청와대 설명 당일엔 “정부에서 여러 동향을 요구해 알려줬다”고 청와대와 상반된 주장을 폈다. 청와대가 “제보를 받았다”는 설명을 한 데 반해 송 부시장은 “보고를 요구했다”고 한 것이다.

송 부시장은 5일 오후 울산시청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총리실 행정관 A씨(현 청와대 행정관)와 안부 통화를 하다가 울산시 전반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시중에 떠도는 김기현 측근 비리가 언론과 시중에 떠돈다는 일반화된 내용 중심으로 얘기를 나눴다”고 말을 바꿨다.

송 부시장은 “청와대 행정관이라 밝힌 A씨와는 2014년 하반기 서울 친구를 통해 알게 됐고, 당시 국무총리실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가끔 친구와 만난 적 있고, 통화도 간헐적으로 한 두 번 하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송 부시장의 입장 발표가 청와대 설명과 엇갈리는 부분은 두 군데다. 우선 청와대는 “스마트폰 SNS를 통해 제보를 받았다”고 했지만 송 부시장은 “A 행정관과 안부 통화를 하면서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또 청와대는 A 행정관과 제보자가 알게 된 계기를 “캠핑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이”라고 했지만 송 부시장은 “서울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전날 이뤄진 청와대의 설명과 충분히 말을 맞출 수 있었던 상황에서 송 부시장이 엇갈린 해명을 내놓은 것을 두고 일각에선 그가 청와대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울산시 관계자는 "송 부시장이 의도적으로 청와대와 해명을 맞추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차하면 모든 걸 다 밝힐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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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자유한국당 울산시당 6·13지방선거 진상조사단 부단장(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2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형 부정선거 사건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진술을 한 적이 있는 지 있다면 왜 그랬는 지 이제라도 밝히고 용서를 구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공개해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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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의 말



청와대가 경찰로 첩보를 하달하면서 수사 대상이 된 인물은 김기현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었던 박기성 전 실장이다. 박 전 실장이 지역 레미콘 업체로부터 부탁을 받고 다른 업체를 배제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직권남용)이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 3월 박 전 실장 등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한 바 있다.

박 전 실장은 자신을 수사 대상에 오르게 한 인물로 송 부시장을 지목했다. 그는 “압수수색 영장에 ‘퇴직 공무원의 진술’이 나오는데 그 인물이 바로 송 부시장”이라며 송 부시장이 ‘공작 수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저격했다.

박 전 실장은 2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검찰의 수사, 법원의 재판과정 등을 종합하면 송 부시장은 지금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권력형 선거부정 사건의 하수인이거나 공모자라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며 “송 부시장이 송철호 시장 후보 당선을 위해 레미콘 사건과 관련해 동료를 모함했고, 공무원 30여 명이 죄인 취급을 받아 가며 경찰에서 조사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자신을 수사한 이유에 대해서도 박 전 실장은 “일개 경찰청장이 선거를 앞두고 광역시장을 잡으려고 하는데 그게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나? 하명 없이 할 수 있나?”며 불법적 청와대 하명 수사가 이뤄진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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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경찰이 선거를 앞두고 자신 주변에 대해 전방위적 수사를 펼쳐 결국 자신이 낙선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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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의 말



김 전 시장은 박 전 실장의 주장에서 더 나아가 경찰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주변에 대해 전방위적 수사를 펼쳐 결국 자신이 선거에서 낙선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바라보는 관점과도 일치한다.

김 전 시장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예 대놓고 위에서부터 목적을 정하고 무조건 조작해서라도 덮어 씌우라고 했다라는 것이 누가 보더라도 뻔하다. 결국엔 다 무혐의가 나왔는데 ‘그건 실수했다, 우리는 몰랐다’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인가”라며 “청와대가 이 사건을 수사하라고 지시를 했다. 그런 다음에 수시로 수사 상황 보고를 청와대에서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시장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이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자신을 수사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전 시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황운하라는 사람이 오자마자 김기현 뒷조사한다는 얘길 들었다. 아는 사람이 설명해주길 (황 청장이) 다섯 가지 리스트를 들고 와 청와대 하명을 받고 수사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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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6일 낮 대전 서구 대전지방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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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의 말



반면 경찰은 김 전 시장 주변에 대한 수사는 2014년부터 조금씩 이어지고 있었고, 청와대의 첩보 하달로 이뤄진 수사는 박 전 실장의 직권남용 의혹뿐이라고 반박했다. 예전부터 진행돼 왔던 수사는 김 전 시장 국회의원 시절 쪼개기 후원금 의혹과, 김 전 시장 형제의 아파트 사업 개입 2건이다. 청와대 첩보가 하달되기 전까지 박 전 실장 비리 관련 수사는 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황 청장은 김 전 시장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다. 이 사건의 본질은 부패비리 수사”라며 “엉뚱하게 선거에 떨어진 것으로 존재감이 없어지다 보니 과도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청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우선 하명수사가 있었다면 이를 실행에 옮긴 울산경찰청 수사책임자인 저와 하명을 담당한 쪽인 청와대 또는 경찰청과 이 사건의 수사배경 또는 진행상황 등에 대하여 긴밀한 소통 내지는 교감이 이뤄지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그러나 단 한 차례도 그런 교감이 없었다”며 “울산청은 김 전 시장의 형과 동생, 처 이종사촌 그리고 비서실장 등 이른바 측근들의 심각한 부패비리에 대해 정상적인 수사활동을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방해와 불기소처분으로 처단돼야 할 부패비리가 덮이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울산=김정석·최은경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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