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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있던 경마기수가 끝내 죽음으로 밝히려 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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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마공원서 숨진 문아무개씨 청와대 청원진행

유서에 ‘부정경마·마방 임대 비리 의혹’…경찰 조사

유족, 진상규명과 마사회 공식 사과, 재발방지 요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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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마공원)의 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 등을 폭로한 뒤 지난달 29일 부산경마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문아무개(40) 기수의 안타까운 죽음에 한국마사회의 고질적인 부조리가 한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승부조작과 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 등이 담겨 있었다고 알려졌다.

문 기수는 유서에서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 작전 지시부터 아예 대충 타라고 했다.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면 다음에는 말도 태워주지 않는다”며 일부 조교사의 승부 조작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조교사는 개인사업자로 마주로부터 경주마 위탁관리 계약을 맺는다. 조교사는 경마에서 감독 역할을 하는데, 기수도 조교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부산경마공원의 한 관계자는 “기수는 조교사와 계약을 맺어 경마에 출전할 수 있는데, ‘갑’인 조교사의 지시를 ‘을’인 기수가 거스를 수 없다. 조교사 눈 밖에 나면, 출전기회도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기수는 2002년 기수면허를 딴 뒤 여러 차례 1위 입상하는 등 생전에 실력 있는 기수로 평가 받았다.

그의 유서에는 마사회의 조교사 허가 과정의 비리 의혹도 담겨 있었다. 그는 “마방(말을 훈련하고 관리하는 공간)을 갓 면허를 딴 사람들한테 먼저 주는 더러운 경우가 생긴다. 높은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된다”고 썼다. 마방 임대는 마사회의 종합평가를 통한 심사로 결정되는데 조교사는 마방을 마사회로부터 빌려야 개업할 수 있다. 마방이 없으면 실업자와 다름없는 것이다. 조교사 3명이 면허취득부터 마방을 빌리는 데까지 평균 1년6개월이 걸린 반면, 문 기수는 조교사 면허를 딴 지 4년이 넘었는데도 마방을 얻지 못하고 기수로 활동했다. 그는 영국·호주·일본 등 자비로 해외연수를 떠났고, 2015년 마사회의 조교사 면허를 땄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했다고 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지부는 “해마다 마방 심사 진행 전에 선발자 소문이 도는데, 결과가 같은 경우가 많다. 마방 임대 심사에서 마사회가 결과를 사실상 좌지우지할 수 있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부정경마, 마방 임대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팀을 배정해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노조와 유족은 진상 규명, 재발 방지와 책임자 처벌, 마사회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양정찬 부산지부장은 “마사회가 유족 요구를 받아들이고 제도 개선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응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회 쪽은 “부산경마공원 총괄 책임자를 직위 해제했고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기수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자는 등록 4일 만인 8일 현재 6238명을 기록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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