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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Noonchi’…BTS-K팝 팬덤이 확대-재생산한 ‘아민정음’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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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gu=듣보잡”

외계어 같은 이 정체불명의 수식은 사실 한국어로 구성됐다. ‘Nugu’는 한국어 ‘누구’를 소리 나는 대로 옮겨 적은 영단어로, 해외 K팝 팬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다만 ‘Nugu’는 원 단어의 뜻에서 확장해 ‘누구인지 잘 모른다’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그래서 특정 K팝 가수를 겨냥한 ‘He is a nugu’라는 문장은 해당 가수 팬들에게 꽤나 공격적이고 무례한 표현이 될 수 있다.

전 세계 BTS, K팝 팬덤이 한국어를 새롭게 해석·재생산한 ‘아민정음(아미+훈민정음)’이 큰 인기다. 아민정음은 대개 K팝 가수들이 즐겨 말하는 단어나 직역이 쉽지 않은 한국어를 발음과 비슷하게 알파벳으로 옮겨 적는 것을 뜻한다. 팬들은 SNS상에서 K팝에 대해 토론하거나 실시간으로 뉴스를 공유할 때도 이를 적절히 섞어 활용한다. 아티스트와 노랫말에 대한 관심이 한국 문화는 물론 한국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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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민정음은 영어 단어와 혼합돼 쓰일 때가 많다. ‘Lack of Noonchi(또는 Nunchi)’와 ‘No Noonchi’ ‘Ain’t got Noonchi‘는 ’눈치가 없다‘는 뜻으로, 눈치 없는 행동을 한 특정 가수를 가리킬 때 쓰인다. 하지만 ’눈치‘가 때로는 아이돌 그룹 내 팀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는 취지로 긍정적 뉘앙스로도 쓰인다. 최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한국인의 ’눈치‘를 조명하며 “행복과 성공을 위한 한국인의 비밀”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앞서 설명한 ’Nugu‘의 경우에도 ’신인‘ ’루키‘라는 의미가 추가되면서 ’Half-Nugu(조금 인지도가 있는 가수)‘, ’How nugu is(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지)‘라는 복합 표현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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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민정음의 주된 특징은 번역 시 적확한 영단어가 없다는 것. 한국 특유의 감성과 문화가 녹아있는 한국어를 직역하더라도 그 느낌과 맛이 살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어 활용한다. 영단어 ’Feeling‘만으로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기분(Kibun)‘을 비롯해 ’막내(Maknae)‘ ’연습생(Yeonseupseng)‘ ’띠동갑(Tteedonggab)‘ ’썸타다(Sseomtada)‘ 등이 이에 해당한다.

웃음소리를 표현한 의성어도 한국화됐다. 한 K팝 가수의 유튜브 라이브 영상에는 해외 팬들이 “ㅋㅋㅋㅋ”나 “ㅎㅎㅎㅎ”를 사용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한 영국 K팝 팬은 “영어식 웃음표현인 ’hahaha‘ ’lol‘ 보다는 한글의 ’ㅋ‘ 소리가 실제 웃음소리와 더 비슷하고, 재밌다”며 “팬들은 이를 위해 한국어 버전 자판을 다운받아 ’ㅋ‘과 ’ㅎ‘를 즐겨 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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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아민정음의 의미를 100%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해외 팬들은 K팝 사전 등을 제작하며 한국어 학습에도 열을 올린다. 팬들이 아민정음을 정리해 만든 K팝 사전은 새로 K팝에 발을 들인 이들에게 입문 필독서다. 필리핀에서 한 K팝 팬 사이트를 운영 중인 조네사 갈로 씨는 “아티스트가 사용하는 한국 단어와 그 단어의 정확한 뜻까지 알아야 진정한 K팝 팬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서도 한국어 학습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아미를 위한 한국어 가이드‘ 등 한국어 교육 콘텐츠를 제작한 한 유튜버는 최근 영상의 자막을 8개 언어까지 확대했다. 그는 “세계 각국 팬들로부터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자국 언어버전 자막 요구가 컸다”고 설명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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