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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션'→'신의한수2', 깊이있는 배우 정인겸의 2019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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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하수정 기자] 연극 무대에서 영화로,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연기와 존재감을 넓히고 있는 배우 정인겸. 배우 생활은 25년이 넘었지만, TV나 스크린 활동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직 대중에게 친근감 넘치고, 익숙한 배우는 아니지만, 단 한 컷을 나와도 강렬한 연기로 눈도장을 찍고 있다. 영화 '암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최근 '신의 한 수: 귀수편'까지 남다른 화면 장악력으로 인상을 남겼다.

정인겸은 지난달 개봉한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서 프로 9단의 바둑 명인 황덕용을 맡아 열연했다. 사회적으로 명예와 지위가 높고, 모두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추악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악한 캐릭터다. 큰 스포일러와 반전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서, 개봉 전에는 제작보고회 및 언론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안 나가서 기분이 좋았다"며 "제작진 쪽에서 미리 문자와 전화가 왔고, '안타고니스트(주인공과 대립적인 관계의 인물)라서 일부러 숨겼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하더라. 난 괜찮았다. 영화 완성본에서 거의 편집 없이 등장했는데, 그 정도면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는 무조건 대사가 많고, 주변 인물로 화려하면 좋은 줄 알았는데 이제 좀 알겠다. 그런 인물일수록 편집될 확률이 높다.(웃음) 그런데 주인공의 스토리와 관련된 인물은 편집되지 않는다. 그걸 깨달았다. 보통 연극배우들은 화려한 대사를 좋아한다. 주변 인물 중에 화려한 대사가 많으니까. 그런 경우 주인공과 연관되지 않아서 잘려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영화 속에서는 캐릭터가 뚜렷하게 보인다며 전혀 서운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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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귀수편'은 2014년 개봉한 정우성 주연의 '신의 한 수' 스핀오프 버전이자 범죄액션 영화로, 전편과 연결된 스토리가 아닌 주인공 귀수를 내세워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된다. 귀수 캐릭터 외에도 입으로 바둑판을 벌이는 똥선생(김희원 분), 바둑과 세상을 가르치는 허일도(김성균 분), 귀수와 악연 부산잡초(허성태 분), 죽은 바둑돌에 목숨 거는 외톨이(우도환 분), 상대방의 모든 걸 꿰뚫어보는 장성무당(원현준 분) 캐릭터 등이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구축한다. 개봉 첫날 흥행 1위에 올랐고, 4일 만에 100만, 이후 200만 관객도 돌파했다.

정인겸은 "초반 흥행 속도가 빨라서 분위기가 좋았다. 무협지 같은 분위기가 나서 젊은 남성들이 좋아하는 것 같더라. 주인공 권상우 씨가 이 영화를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이를 갈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나이가 40대 중반인데 정말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렇다고 주연이 받는 스트레스를 표출하지도 않고, 현장에서는 분위기를 띄우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진짜 '나이스 가이'다. 후반부에서 같이 촬영할 때도 호흡이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절대악 황덕용 캐릭터가 결말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라는 말에 정인겸은 "황덕용이 그렇게 대단한 악인인가"라고 반문하며, "난 그중에서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캐릭터가 무협지 같다면, 대국에서 질 때도 유쾌하게 진다. 물론 나쁜 사람은 맞지만, 꼰대는 아닌 것 같다. 꼼수 있는 악당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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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대학을 졸업하고 극단 연우무대에 들어간 정인겸은 그렇게 연기를 시작했다. 10년 전 연우무대가 해체되자, 동료들과 극단 '이루'를 만들었고, 배우 염혜란, 송새벽, 김태리 등이 여기 출신이다. 극단 이루의 가장 선배인 정인겸은 연극 70여 편을 한 뒤, 47살에 영화와 드라마 등 새로운 매체에 뛰어들었다.

그가 출연한 영화 중에서 2015년 7월 개봉한 천만 영화 '암살'은 고마운 작품이다. 상하이 일본 영사관 정보국 사사키로 등장해 '신스틸러' 활약을 펼쳤다. 이어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이완익과 각을 세우는 악역 하야시 공사로 분했다. 이 외에도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2017), '7년의 밤'(2018), '협상'(2018),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등이 있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를 늦게 시작했고, 도전을 적극적으로 하진 않았다"며 "먹고 살 수만 있으면 연극을 계속하고 싶었다. 40대 후반에는 끊임없이 연극 제의가 왔는데, 46살이 넘으니까 안 오더라. 연극은 제작 여건상 40살이 넘으면 아버지 연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나한테는 아버지 느낌이 없었다. 그때 누가 내 공연을 보고 '이제 영화 좀 하시죠'라고 하더라. 배우로서 생존이 필요했고,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며 활동 영역을 넓힌 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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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겸'이라는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요즘 얼굴을 보면 "아~ 저 배우"라고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특히 2년 전부터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정인겸은 "음식점을 하는 분들이 알아봐 주신다"며 "제일 기쁜 건 어머니가 좋아하신다. 가끔 TV나 영화에 나오면 친척들한테 전화가 오는데, 기뻐하시더라. 이제 나이가 많으셔서 극장에 가기는 힘들고, TV를 켰을 때, 시간 맞춰서 아들이 나오면 행복하시다고 했다. 이제라도 효도를 한 것 같은 기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배우로서 목표에 대해 "언제든 퇴출당할 수 있으니 길게 가고 싶다. 내 모습 그대로 편하게 연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hsjssu@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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