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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터뷰]“총선 공천 걱정돼 원내대표 나왔나…불출마 각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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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선언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 인터뷰

“朴 정부 장관·정무수석이 원내지도부?…민망해”

“黃, 수도권 정말 걱정하나…다 내려놔야 통합”

“불출마가 박수받는 정치판…국방위 감금사건 기억”

이데일리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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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이제야 정치가 보이는 것 같다. 나름 소신을 갖고 정치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니 나도 (권력에) 줄 섰고 소신대로 못한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비박(비박근혜)계’ 3선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제야 보인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시원섭섭한 웃음을 지었다. 한국당이 국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로 “내부개혁 없는 투쟁만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김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다수를 향해서도 “진정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출마한 것이 맞나”라고 날을 세웠다.

◇ “朴 정부 장관·정무수석이 원내지도부?…민망하다”

김 의원은 9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자 대다수에 대해 “나오지 말아야 할 개혁 대상, 쇄신 대상이 나온 것을 볼 때 국민은 한국당은 정말 ‘뻔뻔한 정당’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특히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장관·정무수석을 했던 분이 원내지도부 선거에 나서는 것은 당이 개혁하지 않고 망해보자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유기준(원내대표 후보) 의원과 정무수석이었던 김재원(정책위의장 후보)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혹시라도 원내대표 선거 출마가 내년 총선에 살아남기 위한, 선당후사 아니라 개인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모습으로 비친다면 한국당을 더 암울하게 하는 일”이라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원내대표·정책위의장으로서 불사르겠단 진정성을 보여줘야 의미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임기가 끝나는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전략이 없고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임기 내내 대책 없이 여당에 내주기만 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가 책임지는 정치를 하려 했다면 선거법개정안 등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4월 말에 과감히 물러났어야 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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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 인터뷰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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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 수도권 정말 걱정하나…다 내려놔야 통합가능”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를 향해서도 “단식하고 삭발하고 투쟁은 잘하는 데 진정한 내부개혁이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친황(친황교안) 및 영남의원을 대거 포진시킨 총선기획단, 단식 후 단행한 당직 인사에 대해서도 수도권 의원이 배제돼 있음을 지적하며 “황 대표가 정말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을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을 상대로)투쟁을 하는 것은 쉽다. 그런데 개혁 없이 투쟁만 하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그렇게 열심히 투쟁하고 있지만, 한국당 지지율이 여전히 비슷하고 비호감도도 계속 60% 이상이다. 한국당이 국민과 괴리돼 있단 엄청난 비극”이라고 진단했다. 또 “국민은 한국당의 누가 또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고 있는데 우리만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황 대표가 이른바 ‘보수대통합’을 위해 통합 논의의 다른 축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함께 기득권을 내려놔야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황 대표와 유 의원 모두)최소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통합이 되지 서로 하나의 세력을 대표해 자리를 지키려고 할 때는 국민은 통합 진정성이 없다고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김 의원은 유승민계 등 특정 세력과 논의하는 보수통합은 국회의원의 통합에 불과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보고 ‘합리적 양심적인 국민 대통합’이란 더 큰 텐트를 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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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27일, 당시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같은 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사실상 국방위원장실에서 감금 당했다가 상황이 마무리 된 뒤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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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가 개판이니 불출마에 박수…국방위 사건 기억”

김 의원이 지난 4일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보다 더 많은 연락과 박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정치를 얼마나 개판으로 했으면 불출마를 하는데 잘했다는 칭찬을 받나”라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김 의원은 불출마 이유로 한국당 출신이었던 박근혜·이명박 대통령이 모두 법정에 선 것에 대한 책임, 새로운 이들의 진입할 수 있게 자리를 내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불출마 선언 후 “홀가분하다”고 말한 김 의원은 “지역구(경기 포천시가평군) 주민께는 너무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불출마 발표 전날 지역주민을 먼저 만나 말씀드렸는데 ‘나이도 젊은 데 4선 5선하면서 더 큰 정치를 해야 하지 않나. 네가 잘못한 게 뭐가 있냐’라고 우시는 분도 계셨다”며 “(지역주민들이)계속 불출마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데 참 힘든 하루였다”고 말했다.

12년의 의정 활동 중 가장 뿌듯했던 일을 꼽아달란 질문에 김 의원은 주저하지 않고 ‘국방위원장 감금사건’을 들었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을 맡았던 김 의원은 당시 정세균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국감을 보이콧 하자는 당론과 달리 국방위를 열려다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의원들로부터 4시간 가까이 감금됐다. 김 의원은 “국방의 시계는 단 1분 1초도 멈춰선 안된다”는 말과 함께 국감을 강행했다.

김 의원은 “그때 4시간 가까이 갑자기 감금되면서도 물도 못 마시고 휴지통에 소변을 봤다”며 “당내에서는 며칠간 힘들었으나 국민으로부터는 ‘소신을 지켰다’ 박수를 받았다. 지금도 국방위원장으로 마땅히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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