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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김용균 1주기] ③ 아들 보낸 지 1년…"진짜 위로는 노동자 죽음 막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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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용균이같은 죽음 많다는 건 사회적 대학살"

"'김용균법' 후퇴하고 정부는 특조위 권고 이행의지 없어"

연합뉴스

고 김용균 1주기, 모친 김미숙씨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모친 김미숙씨가 사고 1주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 광장 고 김용균씨 분향소를 돌보고 있다. 2019.12.8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용균이 사고 나고 여당 대표부터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관까지 정말 많이 문상을 왔거든요. 우리가 원하는 거 해결해주겠다고 다들 손잡아주고 갔는데, 무수한 약속들이 임기응변하려고 그런 거였는지……."

작년 이맘때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김용균씨 1주기를 맞아 8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진짜 유가족을 위로하고 싶으면 자신들이 한 말을 이행하고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아줘야 한다"면서 "매번 사고가 날 때마다 손잡아주고 죄송하다고 하는 건 보여주기식 거짓 위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0일 밤 태안화력 협력업체 노동자 김용균씨는 홀로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의 낙탄 제거 작업을 하다가 기계에 몸이 끼여 24세를 일기로 짧은 삶을 마감했다. 이 사건은 열악한 비정규직의 노동환경과 '위험의 외주화'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며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국무총리 훈령으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꾸려졌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용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갈 길이 멀다고 유족과 현장 노동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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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김미숙 이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이사장은 "뭔가를 많이 부르짖고 한 것 같은데 결과는 너무 비어 있다"며 "발전소 현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조명이 없어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현장을 랜턴으로 비춰가며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균씨의 죽음을 계기로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어머니인 김 이사장은 "사실 크게 뭐가 좋아졌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김용균법은 일부 위험 작업의 사내 도급 자체를 금지하고, 원청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지는 장소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김 이사장은 "법이 마련될 땐 '애한테 얼굴이라도 들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안이 너무 후퇴해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됐다"며 도급 금지 범위가 좁다는 점 등을 한계로 지적했다. 김용균법에 따르면 김 씨가 사고 당시 수행했던 작업도 도급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연료·환경설비를 운전하거나 일상적으로 정비하는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고, 하청업체가 노동자의 노무비를 착복하지 못하도록 입찰 제도를 개선하라는 등 22개 권고안을 특조위가 내놨지만 이에 대해서도 정부가 이행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김 이사장은 지적했다.

그는 특히 1급 발암물질을 막을 수 있는 특급 마스크 사용과 노무비 착복 문제 해결을 시급한 과제로 꼽으면서 "마음만 먹으면 실행 가능한 권고들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이사장은 "원청에선 특급마스크를 지급하라고 했다지만 하청에서는 미리 사놓은 1·2급 마스크를 소진한 뒤에 주겠다는 식"이라며 "2인 1조 근무를 위한 인력 충원도 마찬가지다. 매번 돈이 없다고 하는데 거기다 투자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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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1주기, 모친 김미숙씨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모친 김미숙씨가 사고 1주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 광장 고 김용균씨 분향소를 돌보고 있다. 2019.12.8 jjaeck9@yna.co.kr



김 이사장은 올해 10월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의 이사장을 맡았다. 특조위 권고 사안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는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용균이만 그렇게 됐다면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용균이처럼 죽었다는 건 사회적 대학살이지 않으냐"며 "이행되지 않는 요구사항들을 하나하나 다 싸워서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사람들 앞에서 나서기를 어려워했다는 김 이사장은 이제 수시로 마이크를 잡고 카메라 앞에 선다. 그는 아들 사고 이후 자신의 삶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용균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다가 죽었다'는 누명을 벗기는 게 엄마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엄마로서 못 할 일이 없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이어 "용균이 죽음도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일이 진행되면서 용균이 같은 죽음이 흔해 빠졌다는 것을 알게 돼 정말 충격을 받았다"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무서운 사회에 분노가 차올랐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일하던 중 쓰러져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한국마사회 운영의 부조리 등을 고발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기수 문중원씨 등 다른 노동자들의 죽음과 관련한 진상을 규명하는 활동에도 연대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용균이가 떠났을 때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의 아버지인 황상기 어르신과 세월호 유가족 등 많은 분이 빈소에 와주셔서 많은 위로가 됐다"며 "저도 당연히 연대해야죠"라고 말했다.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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