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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최강희까지 축구 지도자들도 '해외파' 성공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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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신화, 최강희 중국 FA컵 우승, 지도자들도 한류붐

최강희 감독이 중국 프로축구 무대 데뷔 첫 해에 우승컵을 거머쥐는 감격을 누렸다. 최 감독이 이끄는 상하이 선화는 6일 열린 산둥 루넝과의 중국 FA컵 결승 2차전에서 김신욱의 결승골에 힘입어 3-0으로 완승했다. 1차전을 0-1로 패했던 상하이는 2차전까지 합계 3-1로 산둥에 역전승을 거두며 FA컵 우승과 함께 내년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까지 손에 넣었다. 최 감독의 상하이 부임 5개월만이다.

최 감독에게는 파란만장했던 1년이었다. 전북 현대의 '왕조'를 구축하며 K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인정받았던 최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위하여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전북을 떠나 중국무대에 진출했다. 하지만 최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톈진 취안젠(현 톈진 텐하이)에 모그룹의 도산으로 시즌 개막도 하기 전에 계약이 해지되며 첫 스텝부터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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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희 감독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 감독이 톈진을 떠나게 되자 두 번째로 손을 내민 팀은 다롄 이팡이었다. 마렉 함식, 엠마누엘 보아텡 등 강력한 외국인 선수 진용을 자랑했지만 시즌 개막 직전에 급하게 맡은 팀이라 최 감독의 역량을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설상가상 최 감독이 개성 강한 외국인 선수들을 장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다롄은 초반부터 부진에 빠졌다.

감독에 대한 인내심이 부족한 중국 축구계의 특성상 다롄 구단은 곧바로 이름값있는 유럽의 거물급 감독 영입을 추진하면서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고, 최 감독은 7월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했다. 불명예스럽게 다롄 감독직에서 물러났지만 중국 선수들이 최 감독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눈물까지 흘리며 전송하는 모습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 감독으로서는 중국무대 진출이 K리그에서 쌓아온 화려한 지도자 경력에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최대 고비였다.

최강희 감독의 마지막 찬스, 상하이

졸지에 공중에 뜬 신세가 된 최 감독에게 마지막 반전의 기회를 제공한 팀이 바로 지금의 상하이였다.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성적에 그치며 강등권의 위기에 내몰린 상하이가 최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명예회복이 절실했던 최 감독도 다롄 시절의 아픈 경험을 교훈삼아 자신의 축구를 잘 이해하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구단을 강력하게 설득하여 전북 시절 애제자였던 김신욱을 영입했다.

효과는 곧 성적으로 나타났다. 김신욱은 시즌 중반 합류했음에도 각종 대회에서 10골을 기록하며 중국 진출 첫해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유럽과 남미의 쟁쟁한 공격수들이 넘쳐나는 중국무대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으며 상하이 입장에서는 '신의 한 수'가 된 영입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에서 상하이를 중위권으로 반등시키며 1부에 잔류시킨데 이어, 다음 시즌 ACL 출전권이 걸려있던 CFA컵에서 상하이에 통산 5번째 우승까지 안기며 다사다난했던 중국 진출 첫 해를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감했다. 최 감독의 전북 시절 초창기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2005년 당시만 해도 지방의 약체구단에 불과했던 전북을 맡은 최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FA컵 우승, 이듬해 ACL 정상에 오르며 전북이 지금의 명문구단으로 부상하는 초석을 쌓은 바 있다.

해외 무대에서 한국 감독들이 활약하다

한국 감독이 중국 FA컵에서 우승한 것은 충칭(2000년)과 칭다오(2002)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이장수 감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중국의 지도자 한류 1세대로 꼽히는 이장수 감독 이후 최용수, 홍명보, 김학범, 박성화, 박태하 등 여러 유명 감독들이 도전장을 던졌으나 대부분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경질당하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최강희 감독의 성공은 오랜만에 중국무대에서 한국 지도자들의 역량을 증명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한국축구도 이제는 많은 지도자들이 해외무대에서 활발하게 활약 중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베트남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다. 부임 1년 반 만에 2018 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2019 아시안컵 8강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역대 최고 성적을 경신하며 박 감독은 일약 베트남의 영웅으로 거듭났다.

최근 베트남 축구협회와 재계약에 성공한 박 감독은 현재 진행 중인 동남아시안게임(SEA)에서도 4강진출에 성공하며 또 한번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한국축구 무대에서는 2002 한일월드컵 코치와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잠깐 주목받았지만 이후 K리그 1-2부의 중하위권 팀을 주로 전전하며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박 감독은 베트남 감독을 맡으며 생애 첫 해외무대 도전에서 극적인 인생역전에 성공한 보기 드문 케이스다.

박 감독의 영향으로 베트남 축구의 위상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고 현지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도 크게 향상되는 등 이른바 축구를 넘어선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찬사를 받는다.

2010 남아공월드컵 수석코치이자 전남 드래곤즈의 전 감독으로 유명한 정해성 감독도 베트남 프로축구 호치민 시티의 감독을 맡아 또 다른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정 감독은 지난 시즌 14개팀중 12위에 그쳤던 호치민 시티를 일약 베트남 V리그 준우승으로 이끌며 베트남 프로축구연맹이 시상하는 '올해의 감독'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이나 정해성 감독은 K리그에서보다 오히려 해외무대에서의 활약을 통하여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감독을 선호하는 최근 K리그의 풍토에서 점점 밀려나는 분위기이던 50대-60대 연륜있는 지도자들의 가치를 증명했다는 평가다.

베트남에 박항서, 중국에 최강희가 있다면 '일본통'에는 윤정환 감독이 있다. 윤 감독도 국내보다 해외무대에서 활약상이 더 돋보이는 지도자다. 현역 시절 당대의 플레이메이커로 유명했던 윤 감독은 일본의 중소클럽이던 사간 도스를 일약 J리그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며 지도자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7년에는 세레소 오사카에서 J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윤 감독은 K리그 울산 현대(2015-16)의 지휘봉을 맡은 2년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도자 경력을 해외무대, 특히 J리그에서 쌓고 있다. 2019년에는 태국 무앙통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성적부진으로 2개월만에 조기 경질되었지만 최근 J2리그 제프 유나이티드의 사령탑으로 선정되어 다시 한번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들과 달리 축구는 지도자들도 해외무대로의 진출이 유독 활발하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을 벗어나 해외무대에서의 도전은 지도자들에게도 다양한 문화와 축구스타일을 경험하고 접목시킬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췄음에도 국내무대에서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지도자들의 해외 진출이 더 늘어나야 할 이유다.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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