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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잦아진 美 정찰기 비행…대북 작전 징후일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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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RC-135U 정찰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잇따라 출동시키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연말 시한’을 거듭 언급하며 미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무력 사용 경고와 하이노 클링크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의 “군사적 옵션이 철회된 적은 없다”는 발언에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한다면 신속한 상응 행동을 가할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지난해 센토사 합의를 기점으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던 북미 관계가 악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다양한 종류의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투입해 대북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동계훈련에 돌입한 북한군의 동향을 감시하면서,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움직임 등을 추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보 소식통 “주한미군 움직임 분주해져”

정보 소식통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주한미군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며 “주한미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중국 또는 북한이 거론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군 정찰기의 한반도 비행이 잦아진 시점은 지난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전후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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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B-52H 폭격기가 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를 호위를 받으며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었던 지난달 23일 늦은 밤 괌 앤더슨 미 공군기지 소속 B-52H 폭격기가 동해상으로 출격,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들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지는 않았으나, 당시 비행을 두고 지소미아 종료 이후 북한 위협에 대한 일본의 불안감을 덜어주려는 미국의 행보로 해석됐다.

한반도에서는 RC-135W/U와 EP-3 전자정찰기, P-3C 해상초계기, U-2S 전략정찰기 등 각종 정찰자산이 잇따라 비행에 나서며 대북 감시에 나섰다. 주한미군에서 운용중인 RC-12X 특수정찰기와 MQ-1C 그레이 이글 무인정찰기까지 합치면 미군 정보자산이 한반도에 총출동하다시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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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RC-135 전자정찰기가 중동 지역 상공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미 공군 RC-135W는 레이더 전파나 무선통신 정보 등을 수집, 분석해 정부에 제공하는 임무를 맡는다. 다양한 센서를 장착하고 있으며 통합된 통신시설을 갖추고 있다. 조종사를 포함해 30명 이상이 탑승하며 전자전 및 정보분석 인원이 대부분이다. 12시간 동안 최대 9100㎞를 비행할 수 있어 오랜 기간 정찰활동이 가능하다. 미 공군 외에 영국 공군도 RC-135W를 운용중이다.

RC-135U는 대공 레이더 탐지 분석을 주로 담당한다. 미 공군이 2대만 보유하고 있는 기체로 군과 정보기관과 전자정보를 제공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냉전 시기 구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원격 측정정보를 탐지했던 RC-135S는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동해 방면으로 비행하며 북한 미사일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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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EP-3E 전자정찰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P-3C 해상초계기를 개조한 EP-3는 미 해군의 유일한 신호정보수집 정찰기로 비밀감청임무를 주로 수행한다. 조종사 외에 전자정보 전문가들이 탑승한다. 이들은 무선통신 등 다양한 종류의 전파를 수집, 분석한 뒤 실시간 전송해 함대사령관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EP-3는 미군의 주요 작전에서 비밀감청을 수행하며 일선의 미군을 지원했다.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 총격전에서는 반군에 피격돼 추락한 헬기의 영상을 작전본부에 실시간 전송하기도 했다. 미군이 11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해상자위대도 5대를 운용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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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U-2S 정찰기가 경기 평택시 오산 주한미공군기지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55년 처음 일선에 배치된 U-2 정찰기는 60여년 동안 미국의 일선을 지킨 정찰기다. 그만큼 성능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냉전 시기 구소련과 중국 등을 비행하며 군사적 동향을 정찰했던 U-2는 1960년 5월 구소련 상공에서 격추당했으나 쿠바 미사일 사태, 수에즈 위기 등에서 활약했다. 2000년대 초 퇴역이 결정됐으나 U-2를 능가할 정찰기가 없다보니 성능개량을 거쳐 지금도 쓰이고 있다.

U-2는 전자광학 및 적외선 센서, 합성 개구식 레이더(SAR), 전파 신호 수집장치 등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고해상도 광각 촬영 카메라는 1만m 상공에서 7m까지 판별이 가능하다. 사진 촬영을 하면서 신호 정보나 영상 정보를 수집해 지상으로 실시간 전송할 수 있다.

워낙 뛰어난 능력을 갖추다보니 동맹국에도 U-2의 주둔 여부를 알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각에서 미군이 공개 자체를 꺼리는 U-2의 한반도 비행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고 대북 무력시위의 일환이라는 해석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북 정보 수집

미군이 정찰기를 대거 한반도에 투입하는 것은 군사적 필요성과 정치적 의도가 맞물려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북한은 지구상에서 정보수집이 가장 어려운 국가로 꼽힌다.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반미 성향 국가들은 상사 주재원이나 특파원, 국제기구 관계자 등의 신분으로 제한적이나마 활동을 할 수 있다. 덕분에 휴민트(HUMINT, 인간정보)를 수집하고 정보망을 구축할 기반이 있다.

반면 북한은 인적정보를 수집하기가 어렵다.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은 철저한 감시의 대상이 된다. 미 국무부 북한 여행경보에 따르면 USB, CD-ROM, DVD, 휴대전화, 태블릿 노트북 컴퓨터, 인터넷 검색 기록 등은 모두 검열될 수 있다. 허가 받지 않은 국내 여행, 현지 주민들과의 접촉, 환전, 사진 촬영, 음란물 반입, 외국인 전용 외의 상점에서 물건 구입, 정치구호물이나 지도자 사진 훼손 등은 모두 범법 행위다.

심지어 북한 주재 외교관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간섭한다. 평양에 주재하는 영국, 스웨덴 대사가 트위터를 통해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자 북한 당국이 경고를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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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RC-135S 전자정찰기가 미 네브래스카주 오풋 공군기지에서 대기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북한 내부에 인적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서 한미 정보당국의 대북 정보수집은 정찰기와 신호정보 수집기, 인공위성, 지상 감청시설 등을 통해 북한의 교신을 엿듣는 SI(Special Intelligence) 첩보에 의존한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또는 발사포 발사를 전후로 발신되는 마신트(MASINT, 계측 및 기호정보)는 유사시 북한 도발 국면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최우선 수집 대상이다.

북한에 대한 일종의 심리전이라는 해석도 있다. 세계 분쟁 개입을 축소하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취하면 즉시 공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실제 도발로 이어져 동북아 정세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움직임을 손금 보듯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군 정찰기의 활동이 실시간으로 민간 항공기 추적사이트에 공개되는 것을 두고 ‘대북 무력시위’라는 해석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군 정찰기의 활동이 잦아지면 북한의 부담은 커진다. 미군 정찰기의 능력은 북한도 잘 알고 있어서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다. 다만 정찰기에 정보가 포착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인적, 물적 소모가 증가하게 된다. ‘미국이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가?’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북한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받는다.

서해와 동중국해 사이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과 석탄 밀거래 등 대북 제재 위반 행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국으로서는 정찰자산 투입을 공개할만한 가치가 있는 셈이다. 북한이 공공연히 언급한 ‘연말시한’ 이후 북미 관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이 시도하는 심리전에 대해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향후 북미 양국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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